<고시조>
엊그제 버힌 솔이
김인후
엊그제 버힌 솔이 낙락장송(落落長松) 아니런가
져근덧 두던들 동량재(棟梁材)되리러니
어즈버 명당이 기울면 어느 남기 바티리
♣어구풀이
-버힌 : 벤.
-솔이 : 소나무가.
-낙락장송(落落長松) : 가지가 축축 늘어진 큰 소나무.
-아니런가 : 아니던가
-져근덧 : 잠깐 동안, 잠시 동안
-두던들 : 두었더면, 두었더라면
-동량재(棟樑材) : 도리감이나 들보감. 기둥이나 대들보가 될 만한 재목.
‘훌륭한 인재’를 비유할 때 주로 쓰인다.
-되리러니 : 될 것이더니. 되었을 텐데.
-명당(明堂) : 대궐 안의 정전(正殿), 여기서는 ‘조정 · 국가’의 뜻이다.
-남기 : 나무가. 단독체 ‘나모’에 주격조사 ‘이’가 개입한 ㄱ 곡용어이다.
-바티리 : 버티겠는가.
♣해설
초장 : 엊그저께 메어 버린 소나무가 우뚝우뚝 솟은 가지가 휘휘 뻗은 큰 소나무가
아니었던가.
중장 : 잠시 동안 베지 말고 더 두었더라면 큰 대들보가 될 재목이 되었을 것을 아깝
게도 잘라 버렸구나.
종장 : 아! 대궐의 정전(正殿)이 기울면 어느 나무도 대들보를 삼아 바로 잡아서 쓸
것인가.
♣감상
이 시조는 작가가 임사수(林士遂)의 억울한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지은 것이다. 임사수는 작가와는 교분이 두터운 친구 사이로 호협하고 글을 잘하여 벼슬이 부제학(副提學)에 이르렀으나 명종 2년(1547년)에 벽서 사건으로 유배되었다가 다시 정언의(鄭彦懿)의 차소로 사사(賜死) 당하기에 이르렀다.
초장에서는 임사수의 죽음을 묘사하고 있으며, 중장에서는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이 죽음을 슬퍼하고 있으며, 종장에서는 나라의 일을 걱정하고 후일의 나라의 일을 누가 맡아 할 것인가를 개탄하고 있다.
♣작가소개
김인후(金麟厚, 1510~150) : 자는 후지(厚之), 호는 하서(河西), 명종 때의 유명한 학자로 일찍이 김안국(金安國)의 문하(門下) 이퇴계(李退溪)와 동문수학(同門修學)한 바 있었다. 중종 35년(1540년) 별시(別試)에 급제하여 정자(正字)겸 설서(說書) 등을 역임하고 이조판서(吏曹判書)와 양관대제학(兩館大提學)을 지냈으니, 그는 자주 벼슬길에서 물러나 학행(學行)에 힘썼다. 「주역관상편(周易觀象篇」), 「서명사천국(西銘四天國)」, 「백련초해(百聯抄解)」 등의 저술이 있었으나 전하지 않고 다만 문집과 시조만이 전할 뿐이다.
♣참고
<벽서사건(壁書事件)>
명종 2년에 양재역(良才驛)에 ‘女主(明宗生母文定王后)가 집정(執政)하고 간신 이포(李苞)가 농권(弄權)하니, 國之將亡을 可以立待(’금방 목전에 맞이하였음‘의 뜻)라고 쓴 벽보가 붙어. 이것이 관계되어 송인수(宋麟壽), 봉성군(鳳城君) 들이 사약을 받았다. 이는 대윤 · 소윤(大尹·小尹)의 을사사화(乙巳士禍)의 여파였다.
첫댓글
쓰임이 없으면
고고한 자태
뽐낼 수 있다네요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쉬임없이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