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4일 토요일 (홍)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조 재형 신부
복음; 요한3,13-17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셨다.13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14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15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 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샤워기의 밸브가 헛돌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밸브에 틈이 벌어졌습니다. 틈이 벌어졌으니 조이는 힘이 약해졌고, 그래서 헛돌았습니다. 더 벌어지기 전에 새로운 밸브를 구매해서 교체했습니다. 새롭게 밸브를 교체하니 잘 열리고 잠겼습니다. 요즘은 자동차도 자동차의 상태를 화면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엔진오일의 교체 시기도 알려주고, 타이어 압력 상태도 알려주고, 자동차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교구에서 1년에 한 번은 ‘건강검진’을 하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위내시경과 장내시경도 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성모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미국에 와서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내년에 한국 가면 건강검진을 한번 받아보려고 합니다. 건강검진의 목적은 혹시 모를 몸의 이상을 점검하는 겁니다. 이상이 있다면 더 나빠지기 전에 조처하는 겁니다. 이상이 없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음 일 년을 기다리는 겁니다. 신앙인은 ‘양심 성찰’을 통하여 신앙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도는 정해진 시간에 하는지, 선행은 하고 있는지, 영적 독서는 하고 있는지, 말씀은 가까이하고 있는지, 미사 참례는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오늘은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40일 전에 있었던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과 함께 묵상하면 도움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리고 타볼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대표하는 모세와 예언을 대표하는 엘리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과 계명을 완성하는 분이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얼굴이 거룩하게 빛났고, 예수님의 옷도 하얗게 빛났습니다. 하늘에서 '이는 내 마음에 드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주님 여기에 천막 3개를 만들겠습니다. 하나는 주님, 다른 두 개는 모세와 엘리야를 위해 만들겠습니다.' 베드로는 거룩한 변모의 의미가 영광과 기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율법학자와 대사제들에게 끌려가서 고난을 받아야 한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한다.' 그러자 베드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베드로는 십자가 없는 영광을 원했습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 그렇습니다. 거룩한 변모는, 하느님의 영광은 사람의 일을 통해서는 성취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를 때 은총으로 주어지는 겁니다. 하느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자기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는 겁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면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면서 십자가는 구원과 부활의 표징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지만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미사의 정점인 성찬의 전례에서 이렇게 선포합니다. “신앙의 신비여!” 교우들은 사제의 선포에 이렇게 응답합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으심을 전하며 부활을 굳게 믿나이다. 십자가와 부활로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 영원히 경배 받으소서.” 십자가의 길 기도에서 우리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그렇습니다. 우리 신앙의 정점에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십자가 없는 구원은 씨 뿌리지 않고 열매 맺으려는 욕심입니다. 없는 부활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사막의 신기루일 뿐입니다. 십자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십자가의 수직면은 하느님과 사람의 일치를 의미합니다. 십자가의 수평면은 사람과 사람의 일치를 의미합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은 바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게 하는, 사람과 일치를 이루게 하는 ‘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십자가 현양축일을 지내면서 나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갈 수 있도록 용기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주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성당: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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