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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부분 {소설} - 사랑에 대하여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시간:2021.02.03
바람이 머물다간 텅 빈 곳에
버려진 돌 쌓아 모아 집을 만들고
기쁨 없어 흐른 눈물 구슬처럼 꿰여 달아
이름처럼 문에 걸고
어제처럼 서 있네
행여 오늘 오시려나 얼굴 없는 엄마
하늘이 파란 하늘이 잿빛 구름 물고 울던 밤.
난 때 묻은 포대기에 싸여 보육원 문 앞에 버려져 있었다.
국민학교 공책 뒷장을 뜯어 침 묻혀 쓴 이 성일
버릴 아이였지만 정표처럼 배 아파 낳았다는 확인이었을까
아니 용서를 바라는 이름이었는지도 모른다
십자가 처럼 가슴에 놓여있었다
성일 이란 이름으로 보육원 원장이 아빠가 되고 아빠가 서너 번 바뀔 때까지
선천적인 장애였나 비정상적인 성격이었나.
성질 고약한 아이로 음지에서 자라났다
사랑 없이 눈치를 먹고 살아야 했던 손가락보다도 적은 나이.
끼니때가 더 배고픈 것은 보육원 원생들만은 아니련마는
벌떼처럼 모여 늙은 빈 그릇을 긁어 대는 형제들은
늘 채우지 못한 배를 가지고 다녔다
보호받지 못하고 잡초처럼 자란 성격은 어느 땐 슬픔으로
때론 과격한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특별할 만큼 남다른 나의 성격은 원장 아빠는 물론 봉사 나온 분들도
고개를 저으며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화장실에 있는 여자애들의 등에 쥐 개구리 등을 넣어
아이들이 좁은 화장실에 빠져 허우적댈 때마다,
원장 아빠의 회초리가 나의 종아리에 빨간색을 칠하곤 했었다,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 멍뚫린 가슴은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 더해만 갔다.
입학하고 더욱 원망스러워지는 엄마 .
이쁜 옷에 새 책가방을 들은 많은 친구. 그리고 행복해하는 엄마들.
가방 없이 비료 포대에 책 가지고 다니는 보육원 형제들.
비가 내리던 날. 다른 친구들의 엄마가 열 색 우산을 들고 마중 나올 때.
빗속을 걸으며
미운 엄마 모습을 그렸다가 지우고, 또이쁜엄마 그려놓고 지우고.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나쁜 짓을 저질렀고. 사무치게 그리울 땐. 돌멩이로 남의 집 창에 던져 깨고
결국 그리운 엄마의 노래를 부르다 잠들면. 꿈속에서는 착한 아들이 된다
하늘에 별을 깎아 붓을 만들고
달따다 물에 적셔 고운 색 만들어
동그라미 그려놓고 눈물 흘리네.
그릴 수 없어 슬프네
엄마 얼굴 생각 안 나 못 그려 슬프네.
엄마 품에 안겨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며 그때부턴가
내게 도움이 필요할 땐 으레 뒤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거기에 엄마가 서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곤 한 것이다.
공부도 못하는 아이가 반항적이며
청결하지 못하고. 공격적이고 거지처럼 사는 아이였지만
하나님의 은총인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여기저기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어 배고픔은 덜 했지만
하지만 원생들이 하나둘 양부모 만나 떠나갔다.
보육원을 나가며 울며 손 흔들며 떠났지만 간다고 슬퍼하는 친구들은 없었고
돌아온다는 말도 없이 떠나가곤 하였다.
양자를 찾는 검은 세단을 끌고 온 배불 떼기 어른이
보육원으로 들어와 원장 아빠를 만나면 혹시 나인가
하는 설레 임으로 사무실을 기웃해보지만 언제나처럼 나는 아니었다.
언제나 허기진 배를 채우면 세상이 함께 웃었지만
울 땐 항시 나 혼자였다,
하지만 지금 맨 마지막에 놓인 한 가닥 희망이었나
보육원에 봉사 나오는 부부가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두 분을 보며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내 입에서 터져 나오고 말았다
"나 좀 데리고 가주세요." 그 분들이
나를 가슴에 안아주시며
앞으론 누나라 불러? 하며 다정히 웃어 주셨다
그분의 남편도 보육원 출신이고. 다리 장애가 있었으며.
선교 활동을 나온 지금 이분과 결혼하여
한 달에 한 번 봉사 나오는 분이었다
해질 녘 아이들의 소리가 작은 메아리처럼 들리는
보육원 입구에서 자꾸 뒤돌아보고 있었다
슬플 때 뒤돌아보는 버릇 때문이 아니라
내가 처음으로 도움을 청했던 그분을 기다리는 것이다
머리를 나비 리본으로 묶고 새 운동화를 신고 양부모 따라 입양 가는
친구가 보였다. 가며 자꾸 뒤돌아본다.
키워준 보육원이 못내 섭섭했을까.
살면서 살아가면서 까먹지 않고 남겨놓을 그리움일 것이다.
그 여름방학이 끝났다.
4교시 후의 점심시간·내겐 지옥 같은 시간
유난히 목소리가 큰 방앗간 집 아이 명철의 목소리였다
"야! 보육원 거지. 니들은 꿀꿀이죽만 먹는다며? "
그 소리가 반 친구들을 즐겁게 한 것일까.
모두 풍선 터트리는 웃음을 웃는다.
나도 바보 얼굴로 따라 웃어 주었다
그리곤 혀를 깨물었다
점심시간 끝나고 오후 첫 수업 체육 시간.
모두 운동장으로 뛰어갔지만. 난 명철의 가방을 메고
2층 지붕 위로 가고 있었다.
그리곤 교과서 공책 등을 찢어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하늘로 띄우고 있었다
높이 뜬 종이비행기가 없는 내 꿈을 찾아 사방으로 날고 있을 때
운동장에 있던 친구들이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선생님을 부르고 있었다
선처였나. 부모님을 모셔오라 했지만. 원장 아빠가 귀찮다며
봉사 나오시는 누나라 불로라불르라 했던 그 부부에게 위임을 해 버린 것이다
그 여자분이 명철의 부모님과 교장 선생 앞에서 두 무릎 꿇고
울음으로 빌며 용서를 바라고 있었다,
선처가 있을 때까지 절대 일어서지 않겠다며
기도하듯 앉아 있었다
복도에 서 바라보고 있던 내가 교무실로 뛰어 들어가 소리쳤다
일어나세요. 저딴 것들이 뭔데 용서를 비느냐고
방앗간 명철히 새끼가 점심도 못 먹고 있는 나에게
꿀꿀이죽 먹는 거지라 놀려대도
선생은 못 들은 척 창밖을 바라보고
이유도 없이 쓰레기장 변소 청소는 늘 나만 시키고
반에서 물건 없어지면 나부터 의심하고
나를 학생 취급 한 선생 한 놈도 없네요
이따위 학교 때려치우면 된다고 하며 언성 높일 때
전봇대보다도 더 큰 체육 선생님이 나의 멱살을 틀어쥐고
운동장 쪽으로 끌고 나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전해 들은 원장 아빠가 결심한 듯,
눈에 가시 같은 나를 다른 보육원에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
챙길 짐이 있겠는가. 꾸역꾸역 고물 같은 옷을 터진 가방에 담고 있었다
그때 그분들이 뛰듯 사무실로 가고 있었다.
나 때문에 온 것일까 이유가 뭔가
무슨 일일까. 그분들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그 부부가 조건이 안되 나를 입양할 순 없지만.
국민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이라도
잘 키워 보겠다고. 원장 아빠에게 사정하고 있었다
그날 그분들 뒤를 초라한 모습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난생처음 가정이라는 곳에 발을 디뎠다 좋았다
끼니때마다 더 먹으려고 싸움질 안 해도 되고
잠자리 좁아 발길질 안 해도 되었다,
하지만 적응이 안 돼 뿔난 망아지처럼 날뛰는 나를 사랑의 보자기에 싸~
이치에 맞게 타이르고 있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남자분은 15살 여자분은 11살 차이가 나
아빠라 부르기엔 나이가 가깝고 이모부는 좀 뭐하니
그냥 형, 형수라 부르라 했다.
그렇게 형과 형수의 보호 속에 부족함 이 없는 생활이었다.
개학 전날 욕실에 물을 가득 채우고 옷을 다 벗으라 한다
싫었다 해본 적이 별로 없는 목욕이 싫었다 하지만 형님과 형수의 무력에
이리하려면 차라리 보육원으로 다시 보내 달라 꽥꽥 소리 질러 댔다.
하지만 형과 형수도 그럴 수는 없다며
욕실 속으러 나를 밀어 넣고 있었다
형수는 웃음이 관우같이 크고. 위압감을 느낄 만큼 무서웠지만
형은. 인자한 웃음으로 항상 형수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고 있었다
가정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름답게 핀 꽃과 같았다.
늘 자상한 형과.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형수 앞에.
나의 못된 성격은 반항 한번 못 해 보고 착한 양처럼 지내야 했다.
착하고 진실하게 기죽지 말고 꿈을 가지고
.형과 형수의 지침 속에 오직 세상의 이치를 배우며 살아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개운치 않은 집안 분위기가 있었다
아침에 학교 갈 때. 누운 형의 손을 잡고 형수가 잠들어 있었으며.
방과 후에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형이 아프시단다. 몹쓸 병을 혼자 숨기고 있었다.
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형수가 살던 집을 팔고. 전셋 집으로 이사했다.
형이 중환자실에 실려 가던 날.
형수가 너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난 화내듯 말했다.
아니요. 형수 제가 도움이 안 돼 죄송해요 라고.
형이 수술과 재수술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형수는 필요한 돈을 구하려 이리저리 뛰고 있었다.
그때마다 집주인이 아무 조건 없이 돈을 내주고 있었다.
부인도 없이 딸 둘에 술에 절어 코가 딸기코였지만
형수와 난 고마움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중환자실에 있던 형이 이젠 날 알아보지도 못했다. 슬펐다, 속상했다
형수는 공부 열심히 해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대학까지 가라 했지만.
야간 상업고에 입학한 뒤
낮엔 구두 닦기 육관 허드렛일로 형수의 보탬이 되려 했건만
그 푼돈으론 어림없는 일이었다
장시간 누워 계신 형도 안타까웠지만
그 모습 지켜보고 슬퍼하는 형수를 보며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
많은 시간이 형 팔에 꽂아 둔 링거 속에 약물처럼 채워져 갔다
형은 내가 빨리 죽어야지 하고 절망에 말을 하면
형수는 손으로 형의 입을 막으며 울고 있었다.
간호사가 형수를 찾을 때 병원비 독촉을 피해
형수가 화장실에서 숨어 울고 있었다.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는 내가 미워졌다
이렇듯 키워 주었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정말 미안했다
형수는 병원비 때문에 병실 비우며 숨고
형은 사경을 헤매는데 나라는 놈은 배고픈 것도 못 참고 졸린 것도 못 이겨내는 바보
병원을 뛰쳐나왔다.
형수가 그 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하라던 구두통을 메고 나온 것이다
그리곤 호텔 앞에 자릴 잡았다 ,
재수가 좋았다. 학생이 구두통 메고 다니니 동정심이었나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다
시간은 밤으로 가고 있건만 구두를 닦으며 형 조금만 더 버텨봐..
그리곤 버스비를 아끼려 뛰듯 걸어갈 때
보육원에서부터 몸에 젖은 안 좋은 예감이 적중했다
덩치 큰 형들이 얼굴에 칼자국을 움직이며 말했다
우리 구역에서 누구 허락으로 영업하냐며
처음이니 봐준다 있는 돈 모두 주고 사라지라고...
무슨 소리냐며
구두통을 내려놓고 싸울자세 잡으며 말했다. 죽어도 병신이 돼도 못 내놓겠다고
그들이 거의같이 말했다. 넌 죽었어?
나도 몸을 구부려 구두통 속에 흉기를 꺼내 둘을 대적하고 있었다
그리곤 내 눈에 별이 보이고 코에서 장미꽃 같은 유혈이 튕겨 나올 때
얼굴에 칼자국이 배를 움켜쥐고 땅에 고꾸라졌다
그들이 도망치듯 어~어~어하며 뒷걸음질할 때
내 양손에 수갑이 채워지고 있었다.
경찰서 유치장 처음 온 것도 아니지만.
이 나라는 법도 없느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를 때
가슴을 쥐어짜며 형수가 울고 있었다
그리곤 힘주어 말하다
우리나라엔 정당방위도 없나요?
형 병원비 때문에 구두통 메고 나온 아직 학생인데
형수의 힘없는 목소리가 금방 울듯 에처로웠다
형수님~말해봤자 소용없어요. 내 걱정하지 말고 어서 형한테 가봐요
여기저기 거지처럼 구걸한 형의 병원비로
그 돈으로 나에 합의를 보고 유치장에서 풀려나오던 날
내 눈에서 붉은 눈물이 떨어졌다.
형수에게 말했다
"왜 그랬나요? 평생 이 짐을 어찌 지고 가라고…."
형수가 형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말한다
"자기야? 미안해 자기 병원비로 성 일이 꺼내왔어
의사가 말하는데 자긴 너무 늦었대. 이젠 못 일어난다네…."
형수에 눈물이 슬픈 노래처럼 밤을 적시고 있었다
별이 보여 더 외로운 밤
초침은 시침을 따라가고
시침이 밤 따라 맴돌 때
우는 형수와 하늘이 보이는 곳에
아무런 말 없이 앉아 있었다
형수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난 형수 눈 속에 비치는
별을 보고 있었다
형수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누군가 그러더라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내가 보고
내가 즐거운 것이 행복이라고
사랑은 다 주고도 더 주려 뒤돌아 뛰어가는 거라고.
이젠 형에게 줄게 없어
아픔 없는 곳으로 보내 줘야 되나 봐"
주렁주렁 걸친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대고 꺽 꺽 울고 계셨다
불쌍한 형. 가엾은 형수 나도 덩달아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새벽녘 별을 보자 했는데
구름은 내려 줄 비도 없이
머리 풀고 한복 입은 사람처럼
기웃 창을 들여다보고 있다.
달리는 구름 앞에
가지 않는 나무가 서 있었다
나무는 별을 따려 자꾸 오르고
바람은 가지 말라 나뭇잎을 흔들었다.
그 누가 이른 아침 세상의 나이를 기억하겠는가.
형수의 곡소리가.거문고 타듯 울렸다
형이 별들만 사는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밀가루처럼 곱게 된 형을 뿌리며
형의 마지막 말을 생각한다
네가 있어 행복했다고
이젠 네가 형수를 보살피라고 .
한 번의 여름이 고개 넘듯 가고. 두 번의 겨울이 사뿐 길 떠났다
봄은 여인의 속살처럼 수줍어 감추고
다시 찾은 여름은 장마 구름 데리고 하늘을 물들였다
오늘이 상업고교 졸업 후 은행에 취직해 첫 월급날이다
받은 수표를 만 원권으로 다시 바꿔 봉투에 채우고.
형수의 속옷을 산 뒤 뛰듯 가고 있다
형수가 봉투를 열어 기뻐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였다.
숨 고르며 뛰어왔건만 나의 기대가 사라졌다
형수가 써 놓고 간 편지 위에 월급봉투와 속옷을 던져 놓고
불을 켜지 않은 채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넣고 어두움과 이야길 하고 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을까...
밥 굶지 말고 늦잠 자 회사 늦지말고. 앞으론 못 챙겨줄 것 같다~
형수가 써 놓고 간 편지를 읽으며
내 몸에 기운이 빠져나가고. 살가죽이 너덜너덜해진 아픔보다
형수가 나와 남이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등잔불보다 어두운 밤에 형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성일아? 네가 형수를 보살펴야 해. 어쩌니 어린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는걸
간간이 창틀에 부서지는 달빛은
나를 비웃는 조소를 흘리고
긴 내 숨소리의 한숨을 쥐 오줌으로 적신다.
잠이 오지 않아, 나를 내가 토닥토닥 한다
밤아? 나는 누구이며, 또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아침이 먹장구름으로 옷을 해 입고.
비시시 반만 누워있는 날 깨운다
혼자 맞는 아침이 두려웠다.
무서운 건 장맛비 때문이 아니라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내세워야 하는
.내가 나를 모른다는 두려움이 무서운 것이었다
형수가 차려 놓고 간 식탁에 앉아. 혼자 남은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이제 내리기 시작한 비가
빈 둥지에 슬픔처럼 머리에 적신다
형수의 친정으로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밀려오는 파도 같은 잠이 두 눈을 감게 한다
형수의 친정집.
작은 문을 인사도 없이 들어설 때
.내 머리칼이 송곳처럼 하늘을 향해 뻗쳤다
희미하게 보이는 거실 안에. 집주인 최 사장이.
형수와 형수의 동생 부부의 수발을 받으며
거만하게 술을 마시고 있다
현관문을 부수듯이 열자
형수가 당황한 모습으로 몸을 세우고.
형수의 모친이 억울함을 고하듯
셈을 하듯 또박또박 내게 말한다
"자네 형이 남기고 간 빚이 많아.
그 돈 지금 사는 전세로 통치면 되지만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민 자네가 갈 곳이 없어.."
그랬다.
집주인인 최 사장이 빌려준 돈을 미끼로
형수에게 청혼을 한 것이다.
갚아줄 돈이 없었나
최 사장 주위에 앉아 누구 하나 말 못하고 앉아있을 때
구두를 신고 거실로 차고 올랐다
그리곤 링 위로 오르는 선수처럼 주먹이 불끈 쥐었다.
술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주정뱅이에
안경 속에 또 안경 불룩 나온 배는 숨 안 셔 헐떡이고.
나이가 쉰이 넘은 노랑이.
"뭐? 네가 감히 형수에게 청혼을 해"
터져 나오는 내 목소리는 비통할 만큼 격해 있었다
그리곤 최 사장 멱살을 잡아 마당 밖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소리소리 지르는 최 사장을
보육원 원장 아빠의 애견을 창에 던지듯
최 사장을 던져 버렸다
비가 내린다 .
구두도 벗지 않고 거실에 서 있는 내 몸에
털어내지 못한 비가. 골을 타듯 흐르건만
두꺼비처럼 문을 나가는 최 사장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과격한 행동을 보고도 모두 말없이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수도. 형수 모친도. 형수 동생 내외도 .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둑을 막듯 길손처럼 내가 마당에
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소리 높이면 노래가 될까 봐 목소리 씹으며 말을 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나를 데려와
길들지 않은 코흘리개를 10년 넘게 키우며
낮 찡그린 적 있었는가"
"수 없는 날 동안 나로 하여 잠 못 이룬 밤이 그 얼마인가
모래알처럼 많은 날 잠 설치며 키워 놓고
그래도 내게 준 사랑이 적었나
하찮은 날 위해 마음에도 없는 결혼이라니
내 평생 이 많은 죄 어찌 씻는단 말입니까?
"형 따라 죽지 못한 게 죄라면 큰 죄지만
살아 있는 날까지 형 대신 제가 형수를 보살피리라"
청혼이었다
대지 위에 지붕 위에 울며 쏟아지는 비가.
머리 푼 채 내 몸을 적시고 있었다
보육원 생각이 났다. 배고파 울던 나를.
잘못을 용서해 달라며 나 대신 교장 선생님 발아래
거만한 명철이 부모 발아래 무릎 꿇고 울던 형수가.
머리 위에서 장구 치는 소리가 들렸다
보고만 있던 형수가. 비닐우산을 받쳐 들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리 선 채로. 무언의 시간이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한 가지만 약속해 줄래? "
형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하늘을 보고 말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떠한 고난이 찾아와도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니?"
하늘에 별 날 수 없어
신 장로길 나무 되었다가
해 질 녘 잎새 접고
엄마 찾아 산으로 가네
흰 구름 모아 분단장하고
감춰둔 빛 열어 길 위에 뿌리네
고운 달 입에 물고
뿌린 빛 지레 밟고
웃음 지며 오시라고
길 위에 빛 뿌리네
처가살이 첫 달
12년 연상인 처남이
나를 형님이라 부르고 10년 더 살은 처남댁이
나를 고모부라 부르며 참새처럼 웃는다.
이제는 은행 정사원이 됐지만, 지금은 무일푼
1.2년은 장모님 신세를 져야 한다
가지에 새들이 모여 입맞춤을 하는 일요일 아침
포근한 침대에서 늦장을 부린다
편안함이 좋다. 아늑함이 좋다.
주방에서 크게 깔깔대는 처남댁과
아내의 웃음소리가 정겹다.
그 조금을 못 참고· 처남이 재촉하듯 부른다
목욕 안 가. 안 갈 거냐고?
장모님이 처남의 어깨를 치며.
나이가 적어도 손 위 형님인데
말투가 그게 뭐냐며 처남을 꾸짖으신다
늦잠 자느라 내 말 못 들었을걸요
처남이 빈정대자 자존심이 상했나
아내가 앞치마를 벗어 던지며. 처남을 째려보며 내게 뛰어온다.
불똥이 내게 튀었다 "안 일어 낫?."
소리치는 아내의 손에
에크크…. 빨간 파리채가 태극기처럼 날린다
"아이고 형수 지금 일어났네요
지금 나가요 "
아내의 목소리가 왜 이리 무서운 건가
뒤집어 입은 셔츠 위에 목욕 타올 머플러처럼 휘날리며
도망치듯 뛰는 등 뒤로
틀니 사이로 새어나오는 장모님의 웃음이
땅을 치며 웃는 처남댁의 닭소리 같은 웃음이
방그레 눈 감으며 웃는 형수
아니 아내의 웃음소리가 등에 걸쳐 따라온다
누가 이른 아침에 세상의 나이를 세어 보겠는가
이젠 나를 스치고 지나간 일분일초까지
떠나는 계절의 눈물까지도
가슴 품어 사랑하려니
우린 서로에 손을 잡고
걸어서 하늘 끝까지 갈 것이다.
첫댓글 재주꾼 친구님!
글 즐독합니다
벗꽃 엔딩이
아쉽지만
또다른 많은꽃들이
우릴반겨주는 봄
늘건강하게 행복하세요
감사해요 설화수친구님
코로나19가 종식이 되어야 얼굴들 볼 수 있으련만
1년을 발이 묶여있네요
건강 챙기시고
일교차가 크네요
감기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