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의 황금
원제 : Tarzan's Secret Treasure
1941년 미국영화
감독 : 리처드 소프
출연 : 자니 와이즈뮬러, 모린 오설리반, 자니 셰필드
배리 피츠제럴드, 레지날드 오웬, 톰 콘웨이
필립 던
'타잔의 황금'은 자니 와이즈뮬러의 5번째 타잔영화 입니다. 1932년 첫 출연한 '유인원 타잔'에서 9년이 흘렀지만 자니 와이즈뮬러는 아직 여전히 쌩쌩하고 멋집니다. 제인 역의 모린 오설리반의 아름다움도 여전히 무르익었고요. 타잔과 제인은 여전히 정글에서 고립적으로 살고 있고, 보이는 많이 컸습니다. 즉 이 말은 5번째 영화인데 변화가 없고 그대로 기존 패턴이 유지된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못 만든 영화가 분명 아닌데도 좀 식상한 느낌이 들고, 전작들과 차별화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역시나 이곳에 백인들이 원주민 짐꾼들을 데리고 몰려오고 타잔을 만나 머물고 악당과 선역이 있고, 악당에 의해서 타잔은 죽을 뻔하고 제인과 보이는 백인들의 인질이 되는데 그러다가 일행이 원주민들에게 잡히고 그런 와중에 타잔이 나타나서 구해주고 코끼리떼를 이용한다... 이 패턴은 1932년 '유인원 타잔' 부터 5편째 계속되는 패턴입니다. 심지어 동일한 장면 울거먹기도 몇 번 등장하니 별로 새로울 게 없습니다.
그나마 새로 등장시킨 건 황금인데 타잔이 사는 이스카프먼트 고지대의 인근에 황금의 산이 있어요. 황금에 전혀 관심이 없는 타잔이지만 보이는 제인으로부터 그 황금이 문명사회에서는 굉장히 요긴하게 쓰인다는 걸 듣게 됩니다. 그걸로 자동차, 비행기 등도 살 수 있다는 걸 듣죠. 탐험대가 이곳에 오고 보이는 그들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문명세계의 신기한 것들을 보게 되면서 자기가 황금이 있으니 비행기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지요. 탐험대원 중 탐욕스런 인간들이 있고, 그들은 보이를 이용하여 황금이 있는 곳을 알아내려고 하지요. 하지만 눈치빠른 타잔과 제인이 그걸 알게 되고, 결국 그들은 걸림돌이 되는 타잔을 없애려고 하지요.
특별하고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특별한 영화입니다. 자니 와이즈뮬러는 역대급으로 매력적인 타잔이지만 이 패턴으로 계속 끌고 가는 건 한계에 부딫친 느낌입니다. 그가 여전히 줄을 타며 정글을 날아다니고 포효를 하고 코끼리를 불러모으고 사자나 악어를 이길 수 있는 신비스런 정글의 상남자로 존재하지만 그런 모습이 이미 직전 4편에서 다 봐온 것이라서 새로울 게 없습니다. 보이 캐릭터는 두 번째 등장이라서 그나마 보이의 커가는 모습이 볼거리가 되긴 하지만. 제인이 위기를 맞을 때 타잔을 데리러 가는 존재가 치타에서 보이에서 오둘 이라는 착한 백인으로 역할이 바뀌었을 뿐, 누군가 타잔을 데리러 가서 제인을 구한다는 패턴조차 동일하지요.
천길만길 낭떠러지는 나무 덩굴 하나에 의지하여 치타, 보이, 타잔이 건너가는 장면이 아찔합니다. 코끼리떼의 활용도 좀 식상함을 변화시키려고 했는지 물에서 배로 움직이는 원주민들을 향해서 돌진을 시키죠. 기존 육지의 마을이 아니라.
이 영화는 분명 1936년 영화보다는 잘 만들었고, 전작 '타잔의 아들'과 비교해서 과히 나쁘지 않지만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이 이제 변화를 시작하려는 부분에서 걸려있는 작품이 되어 별 특별할 게 없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냥 MGM의 자니 와이즈뮬러 작품 하나가 더 편수가 더해진 정도지요. 타잔은 여전히 아주 간단한 중학교 1학년 영어만 구사하지요. 이 영화가 동일 패턴으로 식상하다고 했는데 대신 다음 영화에서부터 꽤 많이 변화하지요. 변화 직전의 식상함의 극대화가 된 영화가 된 셈입니다. 중간에 끼여있는 어정쩡한 작품이 되었으니. 다음 영화부터 타잔의 말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도 하는데 그 전의 단순한 말만 구사하는 마지막 타잔 영화랄까요.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을 기억하는 많은 분들은 타잔, 보이, 제인 가족이 자연스레 떠오르겠지만 의외로 12편의 영화에서 자니 와이즈뮬러, 모린 오설리반, 자니 셰필드가 타잔, 제인, 보이를 연기한 영화는 불과 3편밖에 안됩니다. 이 영화가 그중 하나지요. 모린 오설리반은 총 6편의 타잔 영화에 출연했는데 보이 역의 자니 셰필드와는 세 번 같이 출연한 것이지요. MGM 에서 RKO로 바뀌어서 만들어진 나머지 6편에서는 제인은 두 번이나 안 나왔고, 이후 브렌다 조이스 라는 여배우가 대체하게 되지요. 물론 모린 오설리반은 세 번 제인으로 출연한 이후 더 출연하길 원치 않았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6편이나 어찌어찌 출연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타잔 영화 최다 출연자는 자니 와이즈뮬러도 아닌 치타 같네요. 다른 배우 타잔에서도 등장했으니.
아무튼 저에게는 가장 특징없는 타잔 영화처럼 느껴진 작품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RKO 타잔 영화들보다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어 식상하게 느껴지더라도 타잔 캐릭터와 영화 설정 자체가 재미있으니까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이번 작품에 탐험대로 등장한 배리 피츠제럴드와 레지날드 오웬은 조연배우로 제법 활발히 활동한 인물이지요. 자니 와이즈뮬러 타잔 영화 게스트 출연자 중 가장 유명한 배우는 '타잔은 뉴욕으로'에 출연한 찰스 빅포드 겠지만. 전체 타잔 영화 게스트 중 가장 유명한 배우는 1959년 고든 스코트 타잔영화에 등장한 숀 코네리지요.
ps2 : 리처드 소프 감독의 3번째 타잔영화 연출작인데 그는 타잔영화를 총 4편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에 더 잘 나갔는데 '흑기사' '원탁의 기사' '풍운의 젠다성' '가극왕 카루소' '형제는 용감하였다' '황태자의 첫 사랑' 등 우리나라에 익히 알려진 작품들이 의외로 많지요.
[출처] 타잔의 황금 (Tarzan's Secret Treasure, 41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