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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두레문학」 원문보기 글쓴이: 혜관 이상태
월간『문학세계』☞두레문학회 탐방 ☞청탁작품 추천
월간『문학세계』 문예지의 문학회 탐방 코너에
시와비평(두레)문학회 소개 및 작품 수록 청탁을 받았습니다
두레문학회 홍보와 위상을 고려하여 추천작품으로 수록하고자 합니다
추천수 : 1인 1편=>27명
추천인 : 두레문학회 창작지도 임원
수록건 : 원고료도 분담금도 없음
양식 : 작품+[사진+프로필]06두레문학 사용.
마감 : 10월 말
좋은 작품 많이 창작하시고
많은 접속 바랍니다
2006.10.25.
혜관 이상태 올림
[추천 목록]
『두레문학』인사 - 회장
찬밥 - 권기만
매 미 - 권정욱
해질녘 미시령에서 - 김명희(희진)
만행 나서는 길 - 김민성
콩나물 기르기 - 김정숙
나는 바흐였네 - 김현철
비육우의 금기사항 - 김현태
원격 제어 - 도희종
염색 - 박봉준
풍란 - 박희곤
마티재의 추억 - 성자현
한계령 - 손갑식
달팽이, 동굴로부터 - 송문희
과일 깎기3 - 심정란
칼 - 엄태우
손톱, 발톱 - 이미자
아버지의 고무신(1) - 이민화
바둑에서 찾다 - 이상식
파로호 바람 - 이상태
어머니 - 이용일
처녀 바위 - 임정택
소매인 지정서 - 조경근
아내의 뒷뜰 1 - 추창호
바다를 읽는다 - 허양희
딱따구리 - 허용
입양 - 황말남
『두레문학』인사
『두레문학』은 각종 백일장 장원 수상자들이 두레를 형성하여 문학 활동을 해왔으며 2002년 10월 10일 문화 제133호 비영리민간단체(NGO)등록 『교원문학회』로 활동하다가 전국단위의 문학회로 거듭나기 위하여 『시와비평문학회』로 개명한 공인단체의 문예지입니다.
계간지『시와비평&시조와비평』http://cmunhak.com 웹사이트 운영과 문학카페 http://cafe.daum.net/emunhak『두레문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진흥기금 수혜사업으로 매년『전국충의백일장』을 개최하며 『시화전』도 병행합니다. 『문예대학』에서 문학 강좌를 개설하여 많은 문인들이 문학작품 창작과 퇴고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일장 수상작품과 등단작품을 특집으로 다루는 종합문예지『두레문학』을 발간하며 출판기념회에는 『작품 낭송』과 『문학 세미나』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국문단에 동행할 도반으로서 인격을 존중하고 순수문학정신의 계승 발전을 위한 성원을 기대하며 문학 사랑의 길에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2006년 10월 10일
시와 비평『두레문학』회장 혜관 이상태
해질녘 미시령에서
김명희(희진)
여름을 갉아먹은 초록이파리
어저께 내린 비에 손사래 치더니
바람결에 관절을 꺾고 누웠다
미시령 척추마디 밟아 올라
정상에 선 자동차 숨 가쁘게
숲을 해체하고 언덕을 넘었다
바위틈을 비집고 나온 풀벌레는
찬바람에 놀라 웅크리고 앉았다
서늘해진 기운 탓에 가을인줄 속은 게야
어미 품이 그리운 촉수 세우고
더듬어 찾은 자궁 속 산 너머
어리광부리며 뒹굴고 싶은 게지
휴게소 난간에 걸터앉은 여인
별 돋아나기를 기다리는 다리부터
노을이 애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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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프로필
『시와비평』등단
두레문학회 강원회장
공저『두레문학』
파로호 바람 / 이상태
화천에 접어들면 물이 지천이다
초록 잎사귀 굽이치는 나뭇가지가
구름 익은 한 숨배 하늘을 베어
손바닥 위에 얹어 본다
군번 없는 깃발을 펄럭이며
바다색을 받은 해산 계곡이
물을 안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호수가 내게 묻는다
평화란 겨우 바람 한 자락 잡는 일이라고
파란 저쪽 물굽이는 진원을 알 수 없는
금강산 바위틈쯤에서 북한강 끝자락까지
꼭 제 얼굴만 한 물결
깃털 세우고 불어오는 여름
호수가 한눈에 들어올 때까지
더 높은 정상으로 가야 한다
감자바위 꼬부랑길을 오르다가 문득
노랫말 나오는 비목을 바라보면
눈망울 속에서 떨고 있는 물무늬
저만치 옥수수 옷섶을 적신다
젖어서 더욱 강건해지는 녹색지대에서
호수가 되는 나의 가슴이여
막힘없이 흘러야할 물부터 먼저
통일을 기원하며 스스로 막아버린 계곡
동전 모아 위안을 얻은 평화의 댐을 지나
물안개 피어 날아가는 북녘 하늘로
침묵하는 물의 깊이를 잴 수 없다
바람을 불러 물결이 일어나서야
자유가 평화라는 걸
파로호 젖은 비문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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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 대학원.『시와비평』시 등단. 『현대시조』새시대시조 등단. 울산문인협회 이사. 문학넷. 한국문인협회. 울산문학연구회장. 시와비평문학회장. 한국시조시인[울산]협회. 두레문학회장. 공저『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발행인. 시집『사랑갈무리』 『바다가 그리운 날』 http://cmunhak.com
염색 / 박봉준
단 한 번도 거르는 때가 없다
잽싸게 솎아내도 줄기차게 밀어올리는
뿌리가 흰 머리카락
언제부터였을까, 맨 처음
검은 밭뙈기에
단단한 차돌 하나 굴러와 콱 박히던 때가
어물전에 갔다
손도 얼굴도 투박한 아낙이
몸져누운 황새기에 연방 노란 물감을 끼얹고
조기라고 불렀다
황새기를 조기라고 하여도 속을 사람 없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그냥 조기라고 불러준다
조기라고 불러주고 황새기 값으로 셈하여도
아낙은 늘 고맙기만 하다
머리에 검은 물감을 들인 내가
잠시 다른 가문의 일가로 보인들
멋쩍은 일이다
욕실 선반 위에 흉물스러운 정물로 놓여있는
사기 그릇 하나
필경, 예후가 불량한 나의 후손들까지
저, 검은 늪에 빠지고도 시치미를 뗄 것이다
뿌리 깊은 가문은 족보 책에만 있지 않음을
아침부터, 아내와 나의 지루한 투정이
염색그릇에 질퍽하다
강원 고성 출생. 강원대학교 졸업.
『시와비평』등단.
두레문학회 부회장. 산다촌문인회원.
글벗문학회 운영위원. 다울문학회장.
공저/『글벗』『시와비평』『두레문학』
홈피/ http://wolfeyes09.kll.co.kr/
아버지의 고무신(1)/ 이민화
우리 집에 아주 오래된 흰 고무신 한 켤레가 뜰 안을 지키고 있다 한바탕 수세미로 죽은 세포를 빡빡 문지르면 뿌연 삶이 쿨럭이며 걸어 나와 휘어진 대문 안을 어슬렁대며 대추나무 허리를 부여잡는다 고무신을 닦으면 닦을수록 하얘지는 아버지의 웃음, 발그레 봄볕에 끄덕인다
-위암으로 일그러진 용안, 툇마루에 기댄 채 저 멀리 오봉산에 핀 안을 수 없는 진달래만 그리워하다가 눈자위 퍼레지도록 마당을 쓸던 내 아버지- 결국, 후천성 신경통과 관절염까지 도져 고무신 속을 후벼 파다가 뚱뚱 부은 두 발은 끝내 동구 밖을 나가지 못했다 아버지는 가슴 속에 얼마나 많은 꽃을 피우고, 또 시들게 했을까 두엄 퍼 올리시던 텃밭이랑 따라 땀방울을 흙에 묻었던 자리, 연둣빛 대추 잎이 촘촘히 피어난다
오늘도 고무신은 폴짝거리며 어머니 앞질러 산과 밭에 나물 캐러 대문을 나선다 뚝, 멈춰진 강나루 앞 수염 깎인 흰 고무신은 나룻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어머니 발목을 놓지 않는다
이민화 프로필 uree77766@hanmail.net
월간 [문학저널] 시 등단.
계간 [시와비평&시조와비평] 詩 등단.
* 현재: 한국문인협회(울산)회원
* 현재: 두레문학 편집국장
* 개인서재 : http://member.kll.co.kr/uree77766/
찬밥
권기만
언제 저렇게 많은 알을 슬어 놓았을까
식탁 위 고들고들한 밥
형광등 불빛 오밀조밀 들어앉아
금세라도 깨어날듯 꼬물거린다
말간 빛의 알갱이
한 숟갈 떠 입에 넣는다
생의 막장마저 물어뜯는 것일까
공복의 창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요동친다
찬밥 한 덩이로 버티기엔 너무 먼 하루
가다가다 어깨 처진 그믐 같은 슬픔,
한번 더 불어터지고 있다
식탁 위, 섬처럼 떠 있는 밥그릇
살갗도 대지 않고 언제
저렇게 많은 허기를 고봉으로 낳았을까
삭발한 희망 한 덩이로 웅크린 반달
갱도에 비추는 흐린 램프 같다
어디든 막장이라고 꾸역꾸역 안전모를 눌러쓴다
몇 번의 굴절을 더 거쳐야
더운밥 둘러앉아 먹을 수 있을까
막삽 같은 숟가락으로 눈물을 캔다
한때 물렁했던 기억
갱차에 퍼담는 반지하 거실
어깨 처진 슬픔, 한번 더
불어터지고 있다
권기만 프로필
* 동인: 울뫼/ 두레문학/ 시와 사람들
* 울산대학교 평생교육원 시 창작과 수료
* 울산기능대 평생교육원 문예 창작과 수료
* 현재: 시산맥회 회장
* 현재: (주) 현대자동차 근무
* 현재: 두레문학 운영위원
* E-mail : poksel@hanmail.net
콩나물 기르기 / 김정숙
내다 보고 싶었다
바깥 세상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처음엔 틈 사이로 눈만 빠끔히
내밀어 볼 참이었다
하지만
생각 대로 되질 않았다
촉촉이 젖어드는 재미를
알아버린 것이다
발돋움 해 보니
조금씩 넓어지는 시야엔
두런두런 세상사는 이야기들이
날 유혹했다
기지개 켤 때 마다 쭉쭉 늘어나는 다리는
이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 확 저질러 버렸다
머리에 끝까지 쓰고 있던
콩이라는 이름표를 벗겨 내고
발가벗은 나신으로 겁 없이 나서 버렸다
김정숙 프로필 kjs4451@hanmail.net
부산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한맥문학 시 부문 신인 상 수상
울산문인협회 회원
시와 비평 두레문학 동인
어머니/이용일
제 몸 때려 새벽 긷는 종소리
가마솥에 철렁 걸리고 나면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매콤한 꿈결 파고들었다.
겉보리 노른자 하얀 쌀밥은
아버지 등짐 몫
보리밥 휘저어 제비 입에 떠 넣고 나면
눌은 밥 물 말고
짠지 하나 놓인
부뚜막이 전부인 당신.
제 몸 태워 어둠 걷는 촛불
가마니틀 바디질에 가물거리는 밤
동짓달 닭 모가지 꼭 쥐고 있었다.
기운 양말 타박하는 철없는 아이
책보자기 달래며 등 떼밀고 나면
홑청 잇 둘둘 말은 발싸개, 낡은 고무신
무서리 들판 이고 볏단 걷으시던
한 해가 전부인데.
보신각 종소리 한 해 여는 밤
마흔 세 해 태우고 간 샛별은
자식 가슴 뚫고 들어와
흐르다 굳어지는 촛농처럼
다시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용일 프로필 yilee-62@hanmail.net
* 한성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 문학세계 신인상 수상/ 등단
* 세계 문인협회 회원 * 세계 시낭송협회 회원 * 문학넷 회원 * 시와비평 [두레문학] 동인/운영자
* 현재 BASF 건설화학 코리아㈜ 근무(부장)
* 홈페이지; http://myhome.naver.com/yilee_62/
[칼 ] /엄태우
칼이라고 할 때
칼은 파랗게 날을 세우고
제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심장 깊숙이 들어가
숨통을 끊어놓는 일도 마다지 않는다
아름다운 예리함
내가 나아갈 때라고 여길 때
나는 칼이 되어본 적 있었던가
날카롭지 못하다는 핑계로
칼갈이 앞에 무릎을 꿇는 무쇠
갈아도 날이 서지 않는 고철 덩어리
필살의 의지로 나아가야 한다
정곡을 찌르고 반짝이는
가을나무의 마무리와 같이
늦지 않은 담금질
날을 세우기 위해
망치 밑에 몸을 들이밀어야 한다
엄태우 프로필
출생/충북 청주
『문학세계』 등단
『두레문학』 동인
마티재의 추억 /성자현
동학사 삼거리 지나 공주에 이르는 길
가슴에 강 하나를 담고
바람 힘겹게 재를 넘어간다
갚지 못할 빚을 진 듯 비를 품고
산골짜기 너머 기다리는 벗
구름의 눈물 따러 간다 하고
사실은 내 눈물을 닦으러 간다
스물여덟 살 어둠을 딛고
오솔길을 곡예하던 처녀성
무모하게 극단까지 이르고 싶었던
내 청춘의 낭떠러지
마티재의 가파른 굴곡
고갯마루 키 큰 나뭇가지에 걸린
별들은 왜 그리 수선스럽게 빛났던가
흰 별들을 강물에 띄우며
내 젊은 날이 마티재를 넘는다
바람이 버거워지는 날이면
옷깃 먼저 오르내렸던 마티재
곳곳에 묻힌 내 청춘 품고
숨 죽여 울고 있던 금강(錦江)
그 오랜 강물이 가슴 닦는 소리
오늘도 마티재 계곡 밑을 흐른다
등단/시와비평
동인/두레문학, 산다촌
회원/울산문인협회
공저/ 좋은문학, 시와비평, 『두레문학』 총무국장.
mail/ seaofluv@hanmail.net
입양 / 황말남
바람이 허공을 할퀴고 간 자리에서, 그 해 옆구리 꺾인 배나무 둥치가 대지에 얼굴을 처박았다. 입술 턴 움막엔 해마다 달디 단 맛을 가려내는 선별기가 앉은뱅이로 먼지를 뒤집어썼다. 물기를 잘린 나뭇가지가 툭 부러지듯 애비의 등짝도 자꾸 말라가고, 배꽃이 만개하던 배나무 뿌리에서 씨앗을 찾는 애비의 울음소리가 산천을 흔들었다. 평생 손톱아래 까만 흙을 달고 지내신 손가락에선 흙 대신 대출이자 갚기도 버거운 각질이 배꽃처럼 힘없이 떨어졌다.
핏빛으로 둘러진 껍질을 뚫고 쏟아내던 시뻘건 선지덩이, 접붙이한 가지가 겨울을 견디도록, 애비는 그 해 내내 상처를 동여매느라 열댓박 넘는 생의 물을 퍼 올렸다.
황말남 프로필
* 등단 : 시와 비평
* 동인 : 두레문학, 산다촌, 다울문학, 글쌈
* 회원 : 한국문인협회, 울산문인협회
* 공저 : 좋은문학, 시와 비평, 두레문학
처녀 바위/ 임정택
아주 오랜 고려 무신 집권 시절 초연이라는 처자가 대방 굴항 포구 도린곁 비탈 언덕빼기에 살았다카대요.
이팔청춘 뽀오얀 살결 오똑선 콧날 까만 머루빛 두 눈, 그 맑은 눈망울에 뭇 사내들 남상남상한 기웃거림으로 날이면 날마다 넌더리가 났다카대요.
지지리도 가난한 어부 아들로 태어난 아배는 어릴 적부터 배운 게 배질이라 조고마한 거룻배로 남해바다 사십 평생 물이랑 헤이다 가분재기 일어난 까치놀에 휩쓸려 마안한 바다 멀리 아주 가버렸다카대요.
간혹 걸탐스런 파도 검은 바람 몰아 결삭은 초가지붕 할퀴면, 어매는 멍한 눈빛 되어 마을 고샅고샅 지나 놀친 바다에 망석중이 되어, 어른어른 묻어오는 서방 그리움으로 두 눈에 미음돌던 사분한 아낙이었다카대요.
늑도(勒島) 섬자락 진달래 꽃숭어리 이른 봄 기운에 번져날 때, 발그레한 두 볼에 감추어진 초연이 가슴밭에도 사랑 꽃물 묻어나더니, 고마, 윗마을 연길이라는 사내한테 온 마음 놓아 버렸다카대요.
훤칠한 키 서글서글한 눈매, 그 보담도 홀어매 마음드려 모시는 그 마음결에 홀딱 반해 버렸다카대요.
뭇 사내들 숱한 눈맞춤은 진달래 꽃비되어 바다로 바다로 하릴없이 갈앉기만 했다카대요.
한층 녹음으로 짙어가던 와룡산 산빛따라 목섬 앞바다는 갈매빛으로 더욱 아득해지고, 두 사람 풋풋한 사랑 내음새도 동네 길섶 따라 번져 났다카대요.
그 소문이 꺽뚝꺽뚝한 돌조각으로 사린 초연이네 담벼락을 넘어 평상 귀퉁이 앉아 멍한 눈빛으로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초연이 어매도 알게 되었다카대요.
초연이 신랑감은 뱃사람만큼은 안 된다고 건다짐 하였건만, 그 숱한 사내들 마다하고 고려에서 송나라 고려사관까지 가는 짐실이 배 상단 선원이라는 말에, 고만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인양 아무 탈없이 오래오래 살아주기만 바랬다카대요.
초가을 갓밝이의 싸늘한 기운 바다위로 전해져 올 무렵, 연길인 굳은 표정으로 마을 외진 도래샘 곁을 지나 호젓한 각산(角山) 소나무 아래 초연일 데려 갔다카대요.
한참 머뭇거리던 연길인 초연이 두 손 잡으며, 송나라 고려사관 고려청자 실어 줄 배 타야 한다고 말했다카대요.
삼 개월 후 돌아와 혼인하자며 초연이 두 손에 혼인 징표로 붉은 금낭(錦囊) 꼬옥 쥐어 주었다 카대요.
연길이 송나라로 배 떠나던 날 가시나가 바닷가 서면 운수 나쁘다는 마을 사람들 믿음으로, 문설주 부여잡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먼발치서 이별하고 말았다카대요.
5.
무시로 겨울 바다 너머 돋을볕은 일어나고, 기약했던 날은 말간 햇빗살 너머 마안히 스러져가고, 이년이 지나 삼년이 지나도 어찌된 영문을 몰라 무심한 날들만 보내고 말았다카대요.
어느 날 송나라 고려사관 짐실이 배로 다녀온다던 막순이 아배가 우두망찰할 연길이 소식 전해주더라카대요.
그러니까 이년 전 연길일 태운 배가 황해를 지나 고향으로 돌아오다 전라도 신안 앞바다서 무서운 풍랑 만나 전부 수장되었다는 얘길 전해 주더라카대요.
그 무서운 사연에 초연인 곰손이같은 연길이 얼굴 떠올라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카대요.
그 다음날부터 초연인 멍한 가슴 다독이듯, 날만 새면 바다가 환하게 내려다 보이는 대방 굴항 포구 언덕빼기 왼종일 서서, 두 손 꼬옥 쥔 금낭(錦囊)만 만지작거리며 속울음만 울었다카대요.
어느 자욱한 안개 몰아쳐오던 해거름 녘, 남실남실 묻어오는 연길일 쫓아 그만 바다에 몸 던져버리고 말았다카대요.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늑도(勒島) 과녁빼기 전에 보지 못한 바위 하나 우뚝 솟아 났다카대요.
그걸 보고 동리 사람들 연길일 못 잊은 초연이 마음이 용왕님을 감동시켜 처녀바위로 환생했다카대요.
그 이듬해부터 동리 사람들 초연이 죽은 날 기려, 원혼 달래는 굿을 지냈다카대요.
그 숱한 세월 흐른 지금에도 대방 굴항 포구에 서면, 초연일 닮은 그 바위가 다소곳한 매무새로 머언 바다만 하염없이 보고 있다카대요.
1969년 삼천포 출생.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박사.
『시와비평』등단.
울산문학교과연구회 사무국장. 울산문인협회.
전국충의백일장 장원. 현상문예공모 장원.
두레문학회 사무국장.
공저 : 『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이메일 : lim3204@hanmail.net
홈피 : http://eelp88.com.ne.kr
소매인 지정서
조경근
티비에서 반반한 얼굴이
국민의 건강과 폐암환자 치료를 위해
담뱃값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너스레를 떠는 동안
담배가게는 느긋하게
고무줄로 동여맨 돈다발을
검은 가방에 채워주며
뱃살처럼 출렁이는 웃음을 사재기한다
담배를 피우면 페암이 어쩌고저쩌고
거드름을 피우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을
겁없이 구겨 쥔 사내가
남은 한 개비로 울화통에 불을 붙인다
금세 터질듯 벌겋게 타들어가는 심지가
정작 폭탄 앞에서 맥없이 꺼져
채 삭히지 못한 분이 흩어 저 버리는 허공
어느새
누런 손가락은 깊어진 주머니에서
동전 몇 닢의 무게를 더듬고 있다
집어등처럼 환한 담배가게
면죄 낙관을 찍은 소매인 지정서가
가지런한 졸개들 위에
상장처럼 우쭐대고 있다
1956 완도 출생/광주 거주.
『두레문학』운영위원.
두레문학회 남도 회장.
공저『두레문학』
바다를 읽는다 / 허양희
아끼던 책 속에 꽂아둔 바다
밤마다 송곳니 갈아도 솟아나는 섬
모래톱 살짝 발 담가 꼬리치는데
자갈 무덤 덮은 책갈피 베어 문다
까불다 역류하는 말 서툴게 이어 나가
벌써 정체를 잃은 바다가 운다
줄거리 밀고 당기는 난류와 한류의 팔
어루만지며 넘기는 책장엔
이글거리는 적도의 태양과
밀림에서 우굴거리는 짐승 소리가
겹겹이 두른 하얀 포말로 소용돌이친다
때론 발등 찧은 파도 버럭 호통 치다
주인공은 살을 부비는 밀물과 썰물
짓이긴 하늘 높이 갈피 잡고
살포시 애인의 포옹에 오르가즘 오른다
야릇한 불륜의 꿈 뒤척이다가
툭 닫아버린 책
무수한 언어들이 물거품으로 뜬다
허양희 silverbrain2004@hanmail.net
광주대학교 졸업.유아교육 교사.
월간『문학세계』등단.
동인:시와 비평/문학넷
공저:『시와비평』 『두레문학』 『젊은 시인들』
두레문학:http:/cafe.daum.net/emunhak
바둑에서 찾다
이 상 식
점
좀체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그를 짓눌렀기에 그는 오늘도 격자무늬 속 깊이 숨어드는 것일까 어딘가에 분명 감추고 있을 뿌리, 그 뿌리를 찾는 일이란 끝없이 펼쳐진 우주 공간에서 하나의 블랙홀을 찾아내는 일보다 어렵다는 것을 나는 잘안다 그러나, 나는 기꺼이 길을 떠나기로 작정한다 그것을 찾지 못하면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작정으로 하나씩 하나씩 수를 읽어 나간다
선
나는 너를 밀어내고
너는 나를 밀어내기 위해
둥글게 만들어지는 선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안식하지 못한 세월 쌓여간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단단한 무기질의 목판에서
단수 하나 얻기가 그리 쉬운가
이리저리 흩날리던 소리들
관객 없는 무대 위에 무릅 꿇고
내 발걸음도 서서히 요동을 친다
원
시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이정표가 이끄는 대로 낮은 바위섬들을 돌고 돌아 쉼 없이 달려온 길 무엇을 향한 몸부림이었는지 완강하게 버티던 단수 드디어 떨어져 나가고 그 텅 빈 하얀 속살 들여다 본 순간, 나는 휩쓸린다 - 하나의 점이 선이 되고 원이 될 때까지······
이상식 lee4571@hanmail.net -----------------------------
1970년 경남 거창 출생.
『시와비평』등단. 산다촌문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거창문인협회. 두레문학회.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딱따구리 / 허용
동작동 현충원 뒷산
아침 여는 난타 공연
아담한 지휘자는 최신식 레이더로 악보를 읽는다.
순간의 포착
삭풍 녹인 고요함을 밀어내며
경쾌한 울림소리 산 속을 유영한다.
따라라락 따라락 따아악 딱
초대받은 객석 애벌레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신명나는 난타
지휘봉을 접는 시간
긴장하던 나뭇잎 박수 소리
일품이다
현충원 영령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근무처 / 홍익대학교
분과[장르] / 시, 수필 (시와 창작 등단)
문학관련 경력 / 시와 비평[두레문학]동인, 시와 창작 작가회 동인
메일 / hbleh@hanmail.net.
홈페이지 / cyworld(허용), 네이버 블러그(허용)
시집 / 삶의 노래와 향기, 공저『두레문학』외 다수
과일 깎기3- 길 /심정란
툭
살이 뽀개지는 아픔
새로운 길 하나 열린다
길은 상처투성이로 이어지고
푸른 산길을 지나가거나
밟은 적 없는 붉은 단풍나무 아래를 스쳐 지나가기도 하거나
문득
저만치 앞서 간 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지금 들판을 걷고 있는가
가끔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길가
한참을 서 있기도 하는가
석양이 지고 어둠이 가라앉으며
휭하니 바람이 분다
언제 길 끝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인가
뒤따라 오는 이를 기다리다
마른 버짐을 눈꽃처럼 피우고 있거나
그도아니면
까맣게 여문 씨앗되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심정란
강원도 원주 출생, 경상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석사과정
현 진주초암논술아카데미 근무.
문단/ 시와비평문학회. 두레문학회.
공저/ 『두레문학』
만행 나서는 길/김민성
바람마저 마다하고 건너 선 연화교
휘적휘적 가사 장삼 먼 산이 파도 탄다
김민성 프로필
* 등단 : 『시와비평』
* 동인 : 두레문학, 산다촌문인회
* 회원 : 시와비평문학회.삽량문학회.
* 공저 : 『좋은문학』 『시와비평』 『두레문학』
원격 제어 / 도희종
기러기 아빠의 아침
스팀 다리미가 고장 났다
어제의 매출 그래프 곡선처럼
상승 하강으로 꼬인 와이셔츠 주름
펑퍼짐한 다리미의 엉덩이는
다림질해야 하는 위기감 앞에
불감증으로 식어있다
혼자 남아 발열하며 살아가는 그
아이들의 혀는 미완성의 R-발음을 내고
송금날짜는 다가왔다
자꾸 고장 징후를 보이는 소화기능
과열된 오늘로부터 전원을 끊어야
나을 수 있다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벽시계가 먼저 안달이 나서
게이지의 눈금을 상승시키며
가속 페달을 밟는다
식은땀을 흘리는 몸
원격 제어되는 그
리모컨은 가족이 쥐고 있다
도희종
1968년 서울 출생. 인천 세종기업.
『예촌문학』동인. 시와비평-두레문학회.
공저/ 『두레문학』
풍란/박희곤
등허리 짊어진 게
바람기 생명이다.
까치발 세워봐도
달아나지 못하고
한 뼘도
뻗지 못하게
발목 잡은 어미 자궁.
곱게 빗은 머리결로
순백의 꽃잎 물고 웃는다.
획(劃) 하나 세우지 못하는
타고난 순백의 팔자
갯바람
먹어야 사는
색기 짙은 여인네
박희곤 프로필
1968. 경북 안동 産
『시조와비평』신인상 수상
다울 문학회원 * 산다촌문인회원.두레문학회원
개인서재 : http://myhome.naver.com/bhg5646/
매 미 /권정욱
실핏줄 뽑아내며 매미가 운다
네온 껌 씹으며 술집 여는
뿌리까지 붉게 물든 보안등 위에서
가을바람에 울음 비비며 맴맴
매미가 운다
시야의 저쪽
깨진 거울 속에 비친 풍경처럼
어긋난 각도들이 비뚤하게 붙어있다
어둔 하늘 끝으로 웅크린 기억들이
파랗게 흩어진다
귓속에서 매미가 운다
권정욱 프로필
*61년 경남 마산출생
*제 26회 『문학저널』신인상
*청파문학 동인
*현 부산시 교통공단 제직
*메일/ qhfltn@hanmail.net
솟대 / 박 동 덕
墓祀묘사를 지내러 찾아 간 고향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동네가 조개 무덤 같다
내가 빠져나가고 네가 빠져나가고
우리가 빠져나간 빈껍데기는
한 해 동안 바람만 먹었는지
바지랑대 끝에 하얀 깃발 같은 비닐봉지만 날리고 있다.
이맘때면 넉넉한 웃음으로 손을 잡아주던 사촌 큰형님
뙤약볕에 흘렸던 쭉정이 같은 땀방울을 쓸어 담아
곳간에 한숨을 쟁이고 있다.
젊은이들이 붉은 띠를 매고 서울로 간
그날 밤
추락하는 쌀가마니에 걸터앉아
나라님을 안주 삼아 하소를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논밭을 비운다, 버린다
마른 잡초들을 일으키며
해는 뜬다
마을 회관 옆 미루나무 우듬지에
깍, 까악 까치가 울고 있다
묘지 둘레의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
솟대를 세운다
박동덕 프로필
경남 창녕 출생
계간『시인정신』등단
시인정신 작가회 회원
시하늘 동인
나는 바흐였네 /김현철
나의 이름은 바흐
나는 첼로 앞에 앉아 묵상(默想)에 잠겼다.
아름다운 나의 연인 첼로와
단호한 기사(騎士)같은 활(矢)과 송진(松津)
그리고 허투루 팽개쳐둔 오선지와 깃털 펜대
이것들은 무엇인가?
악상(樂想)을 담아두는 악구(樂具)인가?
악상(樂想)을 오선지에 가두는 악구(惡具)인가?
默想의 다음 순간
樂想이 떨어졌다.
홀연히 정수리 위로 폭포처럼 내려와
두둥둥 가슴을 치며 북소리를 내고
온몸의 잔털이 일어서 춤을 추었지만
축복의 시간은 짧고
잠시잠깐 민들레 홀씨처럼 떠있더니 사라졌다.
고통은 가슴부터 시작한다.
돌아앉은 첼로의 등은 차기만 하고
활을 들고 현을 쓸어보지만
樂想의 흔적은 무심하고
돌아보면 지워진 바닷가의 발자국 같이
사라지는 것들의 걸음은 늘 바쁘다
첼로를 거꾸로 들고 울림통을 탁탁 치며
못쓰게 된 소리들을 쓰레기통에 비워내었다.
딱딱하게 죽은 음표들이 소복히 쌓여 가는 것을 보며
나는 나의 죽음도 쌓여가는 것이라 믿었다.
사라진 악상(樂想)을 찾아 길을 떠날거나
내게 악상(樂想)의 문(門)을 잠시 열어 보이고
다시 굳게 닫은 그는 누구인가
어디선가 나보다 더 어울리는 자에게 새로이 문을 열고 있을까
나의 가슴과 머리는
못쓰게 된 소리들이 저희끼리 부딪히며 싸우는 쓰레기통일 뿐
겨울밤은 길어도 잠은 길지 못하니
나는 이슬을 차며 밤길을 도와 떠났다.
허기는 나눌 수 있으되
악상은 나누지 못하니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라.......
혼자 떠나는 길은 멀고 추웠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네
나의 뼈가 삐걱거리며 전하는 세상풍파와
나의 피가 세상을 돌면서 들은 따뜻한 이야기들과
나의 살을 내어 남의 살을 섞는 감동이 있었으므로
나의 뼈와 살과 피의 온전함이 나의 습(習)이며
내게서 빠져나간 것들 또한 나의 습(習)이니
악상의 있고 없음과 들고 남은
하늘의 선물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 나의 사랑이었네.
첼로를 들자
활을 들고 문지르면
오선지에 갇힌 음악들이
아리아리한 새살을 드러내며
세상 밖으로 나오리라.
송진가루
민들레 홀씨처럼 하늘에 머물고
나의 삶, 나의 음악도 세상에 머물러라.
김현철 ceokimhc@hanmail.net -----------------------------
시와 비평 두레문학회 회원.
문협/ 한국문인협회(울산)
공저/『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한계령 /손갑식
늦가을 단풍도 차마 기어오르지 못한
서리 담은 칼바람에 백담사 풍경소리 발밑을 기고
아리 아리 굽이 잦은 고갯길 벼랑 위로
피가 말라 네 계절 한결 같은 고사목(枯死木)
하얀 이끼 덮여 설악동에 산다
듬성듬성 오는 한계령 서리바람
이 빠진 톱니 모양 내설악 산봉우리 틈새에서
꼬깃꼬깃 숨은 천 년의 혼을 불러
설악동 계곡에 단풍 든 붉은 물로 흐른다
태고적 하늘 땅을 내시던 큰 님이
한계령 높은 목에 구름이 걸려
설악 기슭이 어딘지 몰라 잠깐 헛디딘 발자국에
용수폭포 소용돌이 깊어지고
굽이쳐 내린 계곡물 바위 타고 산 넘고 넘어서
물놀이 선녀탕 여울에서 쉬어 도는구나
하늘 땅이 손마디 깍지 끼고 천판을 놓은 곳
손가락을 벌린 단풍잎이 하늘하늘 나리어
저도 깍지 끼려 물 위 맴을 돈다
오르는 이, 나리는 이 발소리도 성가셔
스스로 꼬불꼬불 고개 숙인 한계령
이마에 얹혔던 햇살도 숨을 죽인다
뒤돌아보는 한계령 숨가쁜 호흡에 섞여
서리바람 후― 빨갛게 단풍 든다
손갑식 nadonse@hanmail.net ---------------------------
현재/ 울산. 교육자.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시와비평문학회. 두레문학회.
공저/ 『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아내의 뒷뜰 1
박하 레몬타임 사랑초 베고니아
말줄임표에 놓아둔 이름 모를 풀꽃까지
아내의 뒷뜰 밝혀든 꽃들의 목록이다
섬섬한 꽃향기 품어낸 씨눈에는
온전한 집 한 채 짓지 못한 설움도 있고
악연이 남긴 상처로 상심한 생활도 있다
이건 버려진 걸 주워와 키웠고
아, 저건 꽃이 예뻐 분가 받아 돌봤다며
눈웃음 펼쳐든 꽃잎 하얀 이가 눈부시다
호접 백년초 캄바눌라 팔손이
미처 못 읽은 목록 다시 가만 꺼내들면
저 마다 소담한 꿈이 날아갈 듯 나풀댄다
추창호 http://user.chollian.net/~ckd18/ ---------------
울산대학교 석사.『시조와 비평』등단. 『월간문학』신인상.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울산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두레문학회
시조집/ 『낯선 세상 속으로』.공저『두레문학』 운영위원
시조전문웹사이트/‘시조사랑’‘동시조 교실’ 운영
손톱, 발톱
이미자
1
밀어내다가
밀려나다가
자르다가
잘려지다가
아프지 않은데
아픈지도 몰라
2
비좁은 도시
곡선으로 휘었어도
나아가는 길엔 장벽이 많아서
손끝 발끝
살갗보다 먼저 나가
온몸으로 견디고
상처 전하지 않는 견고함
버려지는 순간에도
톡!
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아픔 자르는 손(톱) 발(톱)인가보다
이미자 ehrtnfl1966@hanmail.net -------------------------
1969년 강원도 출생. 경기 하남 거주.
『한울문학』등단. 하남문인협회.
『시와비평』두레문학회원.
공저/『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달팽이, 동굴로부터
송문희
그대가 힘겹게 짐 진 저것
무거운 저것을 지키려고
수억 년 애쓰는 사이
매 초마다
수억의 싹을 틔우는 햇빛은
숨어 있는 그대를 발가벗길 요량이다
동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태양을 등진 투쟁
그림자로 눕는 대낮은
얼마나 미끈거렸는지를 측량하듯
스키드 마크를 그려놓았다
그대가 부려놓은 세상이
이슬 같은 맑음이다 또는, 독이다
장담하지 마라
진을 뺀 살갗이 푸르르
생생하게 차가운 것은
심장이 끓는 증거이므로
송문희
[프로필]
경북 영주출생.
경북대학교 대학원 교육학석사
『시와비평』등단
두레문학 동인
한국문인협회 밀양지부 회원
비육우의 금기사항
김 현 태
난 단식 해 본적 없다
결코 해서는 안 될 금기이다
위반할 시 정맥 정지되는 날이다
우리에 갇혀 할애된
시간 내내 먹고 숙명을 먹고
항문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것 다시 먹고
포만의 경계 넘어 풍선처럼 부푼 위
막혀 버릴 것 같은 창자가
삶의 연장이다
미래의 역사 위해 먹고
삶의 반전 위해 먹고
명치 파헤치는 근심 위해
먹고 먹는 것은
그 무엇과 다를까만
내가 세상에 사는 이유는
먹고, 먹고 또 먹어
선홍빛 흐르는 살
침샘 자극하는 상강도 꽃발 피우지만
허상의 메아리로 원을 그릴 뿐
시간이 흐를수록
선홍빛 아닌 혈의 농도만 더해져
내 몸 하나 내어주는 일이다
그것이 유일무이한 일상이다
등단/ 월간 문학공간. 부경대학교대학원.
동인/ 베즐리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공저/ [좋은문학] [시와비평] [두레문학]
메일/ ksw67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