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연륜을 더 해 가면서,
답답하고 힘든 시간이 찾아오면,
난 먼 향수처럼 철없이 순수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면서,
다시금 에너지를 얻곤 한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지,
일년에 한 두 번은 힘든 몸살을 앓듯 지리산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사실 지리산을 접하기에는,
난 너무도 턱없이 체력이 부족함을 알면서도......
한 달 전 부터 배낭과 해드랜턴 우비등을,
가족들의 눈길이 닿는 곳에 꺼내놓고,
어디론가의 여행이 임박했다는 무언의 교육을 시키며,
지리산으로 향한 일탈을 준비하면서 난 설레임과 흥분을 하곤 하지.
영등포역에서 금요일 오후3시10분 열차를 탔다.
여행은 시작되었다.
도심을 벗어나자 얼마 안가서 창밖으로는 연녹색의 벼들이 시야를 맑게 하고,
골짜기에서 산등성이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마냥 싱그럽기만 하다.
아마도 이 곳은 조금 전에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간 듯 하다.
저녁7시40분쯤에 구례역에 도착해서 반가운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으로 맛을 본 것은 은어 회였는데,
섬진강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이 민물고기는,
평소에 그리 회를 즐기지 않는 나의 입맛에도, 쫄깃함과 고소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참게와 함께 끓인 메기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했는데,
그리웠던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은, 나에게 너무도 행복한 시간 이었다.
잠깐 눈을 붙일까 말까... 벌써 새벽2시다.
식당에는 이제 막 도착한 친구들이 재첩 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둘러서 성삼재까지 관광버스로 이동을 했다.
3시40분! 등산시작!
노고단까지 가는 길은 은근하게 오르막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어둠 속에서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난 너무도 많은 산소가 녹아있는 공기를, 아주 충분히 흡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고단에 이르자 멀리 진주홍빛깔 하늘이 구름사이로 펼쳐저 있었다.
마치 조금 후에 있을 일출을 말 해주듯이....
삼도봉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다시 내리막길과 오르막을 반복한다.
아마도 하루 전 쯤 이곳은 엄청난 비가 쏟아진 듯,
지리산의 슾과 땅은 적당히 젖어서 촉촉했으며,
주변의 풀과 나무 모두 싱그러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골짜기마다 에는 하얀 운해가 메꾸어져 있어서, 하얀 구름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삼도봉에 이르렀으나,
벌써 일진들은, 우리 이진들을 기다리지 못하고 떠난 후여서,
내가 아주 힘들게 산행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불안한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일 종주는 나에게 불가능한 일 이었기에....
얼마나 걸었을까?
나무로 되어있는 계단식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자 곧 연하천이 ......
양 옆으로 피어있는 야생화와 함께 너무도 싱싱하게 자란 소나무와 잣나무 숲 길은,
내가 지리산에서 가장 좋아 하는 곳이다.
이 곳을 지날 때면, 언제나 그렇듯이 난 한 순간에 피곤함을 잊곤 한다.
연하천에 이르러서는 간단히 아침식사를 했는데,
겨울에 왔을 때에 그렇게 맛이 있던 라면이 오늘은 왠지 입맛에 맞지 않아서,
그냥 가지고간 복숭아로 대신 했다.
그래도 잠깐의 휴식을 했더니 발걸음이 가볍다.
벽소령까지는 거의 내리막으로 되어 있어서, 오르막보다는 한결 편했다.
지쳐서 휴식이 필요 할 즈음 벽소령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난 아오리 사과로 허기를 달래고 곧 세석으로 향했다.
가는 길목마다 각각의 야생화는 색깔과 미모를 뽐내며 장관을 이루었는데,
이곳 지리산의 여름은 정말 “야생화의 천국”이라 생각했다.
처음 본 주황색깔의 동자꽃은 온 지리산길목을 메우고 있었고,
보라색 초롱 모양의 모싯대꽃 이라했던가...
아주 작은 흰 꽃들이 우산모양으로 피어서 한송이 송이를 만들고 있었고,
노랑색깔과, 연둣빛을 살짝 띈 우윳빛깔 꽃 까지....
작은 별모양의 흰 꽃은 얼마나 또 앙증맞은지.....
가끔씩 코끝을 스치는 산 라일락 향기의 달콤함이 함께 하면서,
난 여름지리산의 야생화나라에 나를 초대한 신에게 스스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석산장!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세석 산장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는 누룽지와 함께 2년묵은 김치로 점심식사를 했다.
작년 겨울 같으면,
이 곳에 4시30분경에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했었고, 그리고 하룻밤을 이 곳에서 묵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당일 종주를 마쳐야 한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장터목까지 가는 길은 유달리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까 보다도 더 넓게 펼쳐져 있는 야생화 밭은 나를 어딘가로 이끌고 있음을....
이미 다리는 풀려서 정신력으로 버티고 본능적으로 한발 한발 띄고 있었다.
그래도 내리막길에선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 애써 스틱으로 몸을 지탱했다.
체력의 한계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배낭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장터목에선 가방을 맞기고 천왕봉으로....
뒤에선 밀고 앞에서 끌고~~~~
너무도 날씨가 맑아서인지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자 너무도 시원한 바람이 피곤함을 잠시 잊게 한다.
감기가 걸릴까봐 서둘러서 하산시작!
짧게만 생각했던 장터목까지 내려오는 길도 유달리 길게만 느껴지고 있다.
백무동으로의 내리막길 7.8km.
야속할 정도로 힘든 돌계단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돌계단으로 이어져있는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숙소인 황토산장에 도착하니 저녁7시50분.
친구들이 정성껏 끓인 닭백숙으로 저녁식사를 끝냈다.
무사히 당일 종주 할 수 있도록 함께한 모든 친구들에게,
고마움 전하며......
첫댓글 애령아~ 당일 종주를 훌륭하게 해내었구나! 축하한다...... 애령이의 감성이 듬뿍 묻어 있는 글을 읽고 있노라니,..... 나도 가고 싶어지네....
본지 오래네? 언제 동네 산이라도 같이 가지....
언제나 지리산종주에 참석을 하나 ..해마다 다른일과 겹쳐서 못하고 이렇게 애령이의 글로 대신한다...
이번 겨울에 꼭 같이 가면 안될까? 눈덮힌 지리산 같이 가고 싶다.
내가 종주 한거 마냥 손에 다듯이 찬찬히도 썼네. 여유가 느껴진다.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꽃들 보았어..... 아직도 그여운이 생생해...
함께 했어야 하는디 아숩구먼
나중에 안보여서 섭섭.... 따님이아주 예쁘던데....
멋진 여행을 했구나. 대단하다 당일 종주 멋지게 해냈구나. 이젠 부족한 체력이 아니라 강인한 50대 아줌씨~~~~^^.
힘들었지민 한단계 엎이 된 느낌...
수고 많이 했구나! 지리산 정기를 흠뻑 받아왔으니 울트라에 도전하겠지?ㅎㅎ
그래야지....
수고했어,,,^^*
조장님도 수고했어...
수고했다. 잔잔한 글 잘 읽었다. 내가 그사이에 있는듯하네~~~
돌아올때 기차타고 왔는데 남원역은 참 넓고, 공기도 맑고, 택시기사님도 친절하고.....
그날이 생생하네...
기차안에서의 추억 영원히~~~~
내두 지리산은 못 가봐는데 머리속에 그려지네...수고 많이했구나,친구 만나 지리산 기좀 받아야겠다...
언제 석촌호수에서 만나자...... 같이 뛰고 호수주변 아이스크림 가게가서 애들처럼 놀게...
지리산의 생생한 체험 잘 읽고 간다.나도 9월 쯤 도전 해 볼려고....도전과 감성이 잘 어우러진 풍경이다.
잘 있지?
애령답게 섬세하고 잔잔하게 지리산을 봤구나...수고 많이 했다...
감사..... 친구들의 도움으로 ....
축하 한다
고마워 !!! 언제 산에 같이가자...
장하구나친구..사내도힘든시간을 잘도극복했구나...짝~~짝..축하해.
여름지리산은 소낙비 내리면 엄청 무서운데..... 겨울엔 같이 가면 안될까?
미련한 중생은 맨발에 샌달로 종주를 했으니....
대단한 중생이어라......난 겨울 등산화라 무거워서 정말!!!1
대단해~난 1박 종주도 겨우 했는데...그 많은 야생화를 불러주질 못해 아쉽드라 ~~
하루는 인간 야생화지..... 너무 예쁘고 소박한 꽃!
당일종주하고, 담날 폭포구경하러 한신계곡 오르는 모습에 철녀가 따로 없더라. 감칠맛 나는 종주기 즐겁게 읽고 간다.
담날은 괜찮았는데 서울와서는 걷지도 제대로 못했음..
부러워~~~
여름은 야생화의 천국. 겨울은 환상의 설국.
이계절 지리산은 천상의 화원이지..... 내년부터 꺽쇠 이벤트 갈수있도록 연구할련다 애령이가 부럽네...^^....
슈렉아! 보고싶다..
애령아


한다,,작년 겨울에 무지하게 고생했는데 당일 
주라 부럽다

불가능이라 생각 했건만, 해보니 또 되드라.....담엔 같이 일일종주 해보자.
무박종주 무지 고생했는데, 다시는 안올거라고 다짐했건만 내일이라도 누가 가자면 또가고싶은데...
ㅎㅎㅎㅎ!!1 나도 역시....
멋지네. 축하해
고마워......
덕분에 지리산 한바퀴 앉아서 돌아보고 왔네. 애썼다.
애령이의 매년 지리산예찬론 시리즈를 접하면서 간접 경험을 하게되서 고맙구나~올해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달린 혹들이 많아서 새끼줄이 변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