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18년을 함께 했던 두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넌지 1년이 된 날이다.
아들이 군입대를 하고 우울증에 걸렸을때
시장 입구에서 우연히 강아지 한마리를 샀다.
미니핀과 불독의 믹스견이었는데 정말 똑똑했고 재롱도 부려 우울증이 사라졌었다.
7년을 애지중지 키웠는데 어느날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다.
수컷이라 바람이 나서 아침에 문 열어주면
저녁때나 되어 들어왔다.
그날도 그러려니 했는데 올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온동네를 헤메고 다녔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며칠을 울면서 찾아 다녔더니 아들이 회사
동료가 키우던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2개월된 흰색의 페키니즈.
집나간 아이 이름 그대로 뽀송이라고 불렀다.
간사하기 그지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또 그애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13년을 같이 지내며 우리가족에게 많은
기쁨과 웃음을 선사해줬다.
늙어 병들고 고생하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가족모두가 애도하며 보냈다.
그리고 그애가 남긴 혈육, 두리가 있었다.
천방지축이고 말썽꾸러기였던 두리,
뽀송이 떠나고 우리곁에서 8년을 더 지냈다.
자궁복막염에 심장병에 마지막엔 듣도 보도
못하고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다.
다달이 병원비에 약값이 30만원씩 나갔다.
그래도 그애를 놓을 수가 없었다.
수의사 선생님이 어머니가 잘 돌봐서
그래도 18년을 살았다며 그만 보내주라고
하셨지만 며칠을 울며 고민하다 고생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어려운 결정을 했다.
병원에서 안락사를 시키고 김포에 있는
엔젤스톤 장례장까지 가며 차안에서
온기가 남아있는 그애의 몸을 쓰다듬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운전을 하던 아들도 울고 ...
장례치루고
유골함을 집으로 가져와 작업을 시작했다.
엉엉울면서 그애의 마지막을 치뤘다.
두리의 엄마, 뽀송이가 묻힌 화분의 흙을
다 끄집어내니 함은 금이가서 깨져있었고
뼛가루는 손에 닿자마자 후르르 부스러졌다.
뽀송이의 뼛가루와 흙을 섞은 후
두리의 유골함을 가운데 묻고 그위에
처음그대로 행운목을 옮겨 심었다.
늘 그자리에 엄마랑 같이있자고 거실의
화분에 묻어주었다.
어제 낮에 나눔장터를 갔었다.
우연히 살색의 곰인형이 눈에 들어왔는데
두리의 눈과 너무나 닮아서 그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더니 판매하는 젊은엄마가
왜그러시냐고 묻는다.
저 애 주세요.내가 데려 갈게요.
나눔장터는 집에서 쓰다가 더 이상 필요없는
물건을 깨끗히 손질해 필요한 사람이
구매할 수 있는 시나 구가 주최가 되어
벌리는 아나바다 장터다.
젊은엄마의 자녀인 듯 초등학교 2학년쯤 된
여자아이가 얼른 내게 곰인형을 건네주었다.
새것이 아닌 것에 오히려 끌렸는지 모른다.
집에 와서 향수를 살짝 뿌려주며 말했다
' 너 이제부터 두리라고 부를거야,
나랑 잘 지내보자' 그리곤 주절주절 ...
아마도 누군가 봤다면 미쳤나? 했을거다.
하지만 더 이상 살아있는 동물은 기르고 싶지 않다.
몇 번의 이별을 겪은 후의 후유증이 심했다.
동창횟날 두리의 소식을 들은 친구가
강쥐 한마리 구해준다고 하길래 거절했다.
'아니 싫어, 안 키울거야. 이젠 내몸이 예전같지 않아서 씻기기도 힘들고 산책다니기도 버거워'
정말 그렇다.
정말 기르고 싶지만 내몸이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보고만 있어도 예쁜 곰인형을
데리고 왔다.
잠자리에 들기 전 뽀송이,두리의 사진을 보며
'오늘도 엄마는 무사히 잘 지냈어, 낼 아침에 보자' 라고 인삿말을 건넨다.
이틀째인 새친구 두리도 안녕,잘자~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같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밤도 새가족된 두리를 안고
안방으로 가서 눈을 붙히려 합니다.
고운꿈길 되시길~ 행복,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