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내 연잎새 같은 이 여자는, 똥장군을 져서 저를 시인 만들고 교수를 만들어낸 여인입니다. 수박구덩이에 똥장군을 지고 날라서 저는 수박밭을 지키고 아내는 여름 해수욕장이 있는 30리 길을 걸어서 그 수박을 이고 날라 그 수박 팔아 시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런가 했더니 보험회사 28년을 빌붙어 하늘에 별 따기 보다 어렵다는 교수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박사학위는커녕 석사학위도 없이 전문학교 (서라벌 예술대학 문창과)만 나온 저를 오로지 詩만 쓰게 하여 교수 만들고 자기는 쓰러졌습니다. 첫 월급을 받아놓고 <.......시 쓰면 돈이 나와요, 밥이 나와요, 라고 평생 타박했더니 시도 밥 먹여 줄 때가 있군요!>라고 울었습니다. 특별전형을 거쳐 발령통지서를 받고 <여보! 학위 없는 시인으로 국립 대학교 교수가 된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군요. 해방 후 시 써서 국립대학교 교수가 된 1호 시인이라고 남들이 그러는군요!>라고 감격해 하더니, <그게, 어찌 나의 공이예요, 당신 노력 때문이지.......총장님께 인사나 잘해요.>라고 말했습니다. (허상만 총장님, 농림부 장관으로 가셨는데, 축하전보도 못 드려 죄송합니다. 불초소생 용서하십시오.)
그러고는 자기는 이렇게 할 일 다 했다는 듯이 쓰러졌습니다. 친구나 친척들에게서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도 <.......2년 후면 송시인도 정년퇴직인데, 송시인 거러지 되는 꼴 어떻게 봐요, 그게 1억이 넘는다는데.......>라고 생떼를 씁니다.
지난 주 금요일이었습니다. 병간호를 하고 있는 시집간 딸 은경이의 친구가 2003년 9월 고등학교 1학년 학력평가 문제지 (수능 대비 전국 모의고사)를 들고 왔습니다. 언어영역 문제지에는 저의 詩《山門에 기대어》가 출제되어 있었습니다. 은경이의 친구가 자랑처럼 말하자 아내는 <너는 이제 알았니? 은경이 아빠의 詩, '지리산 뻐꾹새'와 '여승'도 진작 수능시험에 출제되어 나갔어야!>라고 설명해 주고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난 이제 죽어도 한은 없단다>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것을 자기의 공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혜가 큰 것이라고 모든 공을 주님께로 돌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몹쓸 '짐승의 피'를 타고난 저는 저의 아내가 어떻게 살아온 것인지를 너무나 잘 압니다. 청장님께 말씀드리지만 저의 아내가 죽으면 저는 다시는 시를 쓰지 않겠습니다. 시란 피 한방울보다 값없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AB형! 그 의경들이 달려와서 주고 간 피! 그것이 언어로 하는 말장난보다 '진실'이라는 것-그 진실이란 언어 이상이라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강의가 끝나고 내일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저의 집필실 마당; 감나무에 올라가 가을볕에 물든 단감을 따고 있습니다. 햇과일이 나오면 그렇게도 아내가 좋아했던 단감입니다. 아내와 함께 다음에 집을 한 채 사면 감나무부터 심자했는데, 이렇게 비록 남의 집 감나무이긴 하지만 감이 익었기 때문입니다.
이 단감처럼 붉은 피가 아내의 혈소판에서 생성되어 AB형 피를 앞으로는 빌어먹지 말았으면 싶습니다. 골수이식까지는 아직도 피가 필요한데 하느님도 정말 무심하십니다. 이 짐승스러운 시인의 피를 저당잡고 죽게 할 일이지, 왜 하필 아내입니까? 저에겐 죄가 많지만 순결한 아내의 피가 왜 필요하답니까?
저를 살려두고 만일에 아내가 죽는다면 저는 다시는 부질없는 詩를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때도 시를 쓴다면 저는 도끼로 저의 손가락을 찍어버리겠다고 아내의 병상 밑에서 이를 악뭅니다.
청장님, 귀 산하의 동대문 경찰서장님, 종암 경찰서장님, 성북 경찰서장님 그리고 소속 중대장님, AB형 피를 주신 18명의 의경님께 진심으로 은혜의 감사를 드리면서 이 글을 올립니다. 내내 평안과 함께 건투를 빕니다.
희망은 웃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눈물속에 있는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의 아픔과 슬픔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바로 희망을 향하는 것입니다. 어둠을 바라보지 않고 빛만 바라보고 있다면 그 눈은 금방 멀어버릴 것입니다. 진정성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요. 때로는 시 백편이 한톨의 피만도 못할 때가 있죠
남편을 시인으로 만들기 위해 똥장군도 마다하지 않고 일해서 끝내 자기의 소원을 이루었으니 그 여자는 참말 복된 여자입니다. 인생은 어차피 흘러 가는 것, 그 여자처럼 자기의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답니다. 자신의 희망이 끝까지 보람으로 남기 위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대범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첫댓글 허당님! 허당님께서 올리시는 시를 감상하면 마음이 아려옵니다.처절한 아픔의 사연들이기 때문에....눈물겹도록 애절한 사랑의 시를 감상하며 마음이 숙연해 짐을 느낍니다.허당님 바쁘신 중에도 자주 오시니 기쁩니다.늘 평화로운 날 되세요!
희망은 웃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눈물속에 있는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의 아픔과 슬픔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바로 희망을 향하는 것입니다. 어둠을 바라보지 않고 빛만 바라보고 있다면 그 눈은 금방 멀어버릴 것입니다. 진정성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요. 때로는 시 백편이 한톨의 피만도 못할 때가 있죠
남편을 시인으로 만들기 위해 똥장군도 마다하지 않고 일해서 끝내 자기의 소원을 이루었으니 그 여자는 참말 복된 여자입니다. 인생은 어차피 흘러 가는 것, 그 여자처럼 자기의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답니다. 자신의 희망이 끝까지 보람으로 남기 위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대범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은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겠지요.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온 두 분 부부에게 찬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