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의 시작
호위하는 전투기도 없이 6 기로 구성된 TBF Avenger 뇌격기들과 4기의 B-26 Marauder 폭격기들이 저고도로 일본 항모들에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함교에서 이를 지켜보던 항모 히류의 함장 야마구지 다몽 제독은 기가 차다는 듯이 혼잣말을 합니다.
" 호위기도 없이 ?...죽는 줄도 모르고 모닥불로 뛰어드는 불나방들 같군..."
[ 미드웨이 해전의 용장 야마구지 다몽 제독 ]
다몽제독의 말처럼 초 저공으로 일본 항공모함들을 향해 접근하여온 이들은 곧 대공포의 무자비한 포격과 제로 전투기의 집요한 요격 때문에 무참히 궤멸되고 맙니다. 단지 1 기의 TBF 와 2 기의 B-26 이 망신창이가 되어 미드웨이 섬으로 귀환 하였을 뿐, 나머지는 모두 모닥불에 뛰어든 불나방들처럼 격추되어 장렬히 최후를 맞이합니다.
[ 미드웨이섬으로 구사일생 생환 한 TBF 뇌격기 ]
하지만 이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용감한 불나방들의 계속 이어질 도전의 작은 시작이었을 뿐이었을 뿐입니다. 비록 전사에는 단 한발의 어뢰도 명중시키지 못하고, 전멸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이들로부터 시작된 뇌격기들의 희생은 결국 인류사 최대의 해전이었던 미드웨이 해전 Battle of Midway ( 1942 년 6 월 3 일 ∼ 6 월 7 일 ) 을 미국의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용감하였던 불나방들의 활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어뢰와 뇌격기
적함을 침몰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갑판상부를 타격하는 것보다 배의 흘수선 밑에 구멍을 내는 것입니다. 갑판위의 무장이 아무리 타격을 입어도 선체가 온전하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리하여 재사용 하면 되는데, 갑판 위의 무장이 아무리 생생하더라도 침몰만 시키면 만사가 끝나 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소드피쉬 뇌격기의 타란토항 공습 ]
때문에 일발 필살로 적함을 공격하는 가장 좋은 무기는 어뢰입니다. 어뢰는 선박이나 잠수함의 어뢰관을 통하여 발사 할 수도 있지만 비행기에 장착하여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어뢰를 장착하여 적함을 공격하는 전투기를 뇌격기라고 합니다. 영국 Swordfish 뇌격기의 타란토항 공습이나 일본 나까지마 97식 뇌격기 B5N Kate 에 의한 진주만 급습은 뇌격기의 효용성을 널리 알린 예입니다.
[ 진주만의 주역 나까지마 97식 뇌격기 ]
하지만 뇌격기들은 어뢰투사를 위해서 적함 가까이 최대한 고도를 낮추어 침투하여야 하는데 기습이 아니면 침투 자체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단 속도를 낼 수가 없고 어뢰투사 직전까지 방향을 변경 할 수 없어 대공포나 적 요격기에게 손쉬운 먹이감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미해군의 주력 뇌격기 TBD Devastator ]
하지만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명중 시켰을 경우 그 효과도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좋아 제 2 차 대전 당시 미국, 영국, 일본 등의 해군 강국들은 뇌격기들을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
부족하고 성능도 떨어진
미드웨이 해전 개전 당시 미군의 항공 전력은 항모 Enterprise 와 Hornet 를 중심으로 한 제 16기동부대 ( Spruance 지휘 ) 와 항모 Yorktown 의 제 17기동부대 ( Fletcher 지휘 ) 의 항모탑재 비행대 그리고 미드웨이 섬 에 긴급 전개한 비행대로 구성 되었습니다.
[ 스푸루언스 (좌) 와 플레쳐 제독 ]
이들은 호위 및 방공을 위한 전투기 ( F4F, F2A ) , 급강하 및 수평폭격기 ( SBD, SB2U, B-26, B-17 ) , 뇌격기 ( TBD, TBF ) 그리고 정찰기 등으로 구성 되었는데, 급하게 육해군 항공대를 모두 망라하여 긴급 편성한 항공전력 이었습니다.
[ 미드웨이에 긴급 전개된 미육군 항공대의 B-17 ]
미드웨이를 침공하려던 일본의 전력은 아까기, 가가, 히류, 소류의 항모 4척과 전함 11척 ( 당시 미국은 전함 전무 ) 에 0식 전투기 81기, 99식 급강하 폭격기 83기, 97식 뇌격기 93기, 정찰기 다수를 포함한 막강한 전력이었고 개별 항공기는 동종 미군기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주인공인 1935년 제작된 뇌격기 TBD Devastator 는 일본의 97식에 성능이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비행기였습니다. 당시 해군 비행사들은 온갖 나쁜 형용사를 붙여 이 항공기를 욕 (?) 하였습니다. 항모 Hornet 제 8뇌격비행대대 VT-8 승무원들은 자신들을 Coffin Squadron ( 나르는 관을 탄 비행대 ) 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 신형 TBF Avenger 는 배치가 이뤄지는 시점이었고 극소수만 미드웨이해전에 참여합니다 ]
악명 높은 TBD 를 대체하기 위하여 신형 TBF Avenger 가 막 생산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미드웨이 해전에는 단 6기만이 전투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이 6기의 TBF 도 원래 Hornet 에 배치될 예정이었으나 이들이 진주만에 도착했을 때 제 16 기동부대가 이미 진주만을 떠난 뒤여서 미드웨이 기지에 긴급히 배치되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신형뇌격기의 숫자가 모자란 것은 둘째로 치고 더욱 문제가 되었던 것은 뇌격기의 필살기인 Mark-13 형 공중투하 어뢰의 신뢰성이었습니다. 미드웨이 해전 바로 직전에 있었던 산호해 해전 Battle of Coral Sea 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한 어뢰 중 과반수가 목표에 명중했음에도 폭발하지 않았다고 뇌격기 조종사들이 격분했을 정도였습니다.
[ Mark-13 어뢰를 투하하는 TBD ]
Midway 섬 긴급배치 ( 원래 VT-8 배속 예정 ) TBF Avenger 6 기
항모 Hornet 제 8뇌격비행대대 VT-8 TBD Devastator 15 기 ( Waldron 지휘 )
항모 Enterprise 제 6뇌격비행대대 VT-6 TBD Devastator 14 기 ( Lindsey 지휘 )
항모 Yorktown 제 3뇌격비행대대 VT-3 TBD Devastator 12 기 ( Massey 지휘 )
일본과 건곤일척의 대결을 미드웨이에서 펼칠 시점까지 미군은 성능 좋은 뇌격기도 신뢰성 있는 어뢰도 갖출 시간이 없었습니다. 비록 모자라고 믿을 수 없는 뇌격기와 어뢰밖에 없었지만 그들은 주저함 없이 전선으로 날아갔습니다. 위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모닥불로 뛰어든 뇌격기 비행대대의 일람입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
일본항공모함을 격침하라 !
1942년 6월 4일 05:20 시 일본 함대를 찾기 위해 태평양을 밤새 수색하던 정찰기들 중 하나였던 카탈리나 58호 정찰기의 Ady 대위로부터 긴급한 무전이 미군 지휘부로 날아옵니다.
" 적 항모 발견, 방위 320, 거리 180 ! "
[ 미국의 승리를 선도한 카탈리나 58호 정찰기 대원들 ]
이 보고를 받자 미드웨이기지의 항공기들은 차례차례 시동을 걸고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Henderson 이 이끄는 SBD 급강하폭격기 16기 ( VMSB-241 소속 ) 을 선두로 Norris 가 지휘하는 SB2U 급강하폭격기 11기, 항모에 실리지 못한 TBF 뇌격기 6기, 그리고 육군항공대의 B-26 경폭격기 4기, 마지막으로 B-17 중폭격기 19기가 차례차례 서북쪽 하늘로 날아갑니다. 이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간단명료하였습니다.
" 일본항공모함을 격침하라 ! "
그러나 그들은 전투기의 호위를 받지 못했습니다. 함께 주둔하던 VMF-221 의 F4F 와 F2A 전투기들은 내습하는 일본 공격기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미드웨이 기지 상공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전투기의 호위 없이 일본 함대 상공으로 돌입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격 비행대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닥불로 뛰어 들어가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 출격준비에 부산한 미 항공모함 비행대 ]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07:00시 바다위에 있던 제 16기동부대의 항모 Hornet 와 Enterprise 의 비행갑판에서 SBD 72기, TBD 29기 그리고 이들을 호위하는 F4F 20기로 이루어진 공격대가 차례차례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08:30시 제 17기동부대의 항모 Yorktown 에서 SBD 17기, TBD 12기, F4F 6기가 발진을 시작합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명령도 간단하였습니다.
" 일본항공모함을 격침하라 ! "
[ 그들은 두려움 없이 모닥불로 뛰어 들어 갑니다 ]
* 미드웨이해전에서 미국이 승리를 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우연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이러한 미 공격 비행대가 순차적으로 따로 따로 비행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포함 됩니다. 원래는 항모상공에서 대편대를 이뤄 공격을 가하려 하였으나 일본 정찰기에게 미함대가 발견 당하자 대편대를 구성하지 않고 이미 이륙한 비행대부터 지체 없이 공격비행에 나서게 되었고 이것은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 어뢰를 장착한 둔중한 B-26 은 차례차례 요격 되어 집니다 ]
이들 중 일본의 함대와 제일 먼저 결전을 벌인 것은 [ 1 ] 편에서 설명 드린 미드웨이에서 발진한 TBF 6기와 B-26 4기로 구성된 뇌격기 비행대였습니다. 07:15시 이들은 어뢰 공격을 하기 위해 초저공으로 일본 항공모함들을 향해 접근하였습니다. 그러나 대공포의 무자비한 포격과 호위기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제로 전투기의 요격에 차례차례 불태워 사라져 버립니다.
[ 돌아오지 못한 B-26 경폭격기 대원들 ]
단지 1기 TBF 와 2기의 B-26 이 반신불수가 된 상황으로 기적적인 생환을 하였을 뿐이었습니다. 특히 B-26 1기는 불덩어리가 되어서도 항모 아까기와 충돌하고자 계속 돌진했지만 바로 옆에 추락하여 폭발합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
망설임이 없었다
최초의 불나방들이 모닥불로 뛰어들어 스스로를 태운지 얼마 되지 않은 07:48시 미드웨이로부터 함께 출동한 VMSB-241 소속 SBD 급강하 폭격기 16기가 항모 소류에게 접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신참 파일럿들이어서 고공에서 급강하하여 적함을 공격하는 SBD 의 급강하 공격기동을 숙달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 미드웨이 해전의 결정적 주먹이 되었던 SDB Dauntless 급강하 폭격기 ]
SBD 대대를 지휘하던 Henderson 은 어쩔 수 없이 낮은 각도로 강하해 함대를 공격하라고 대대원들에게 명령합니다. 조종이 미숙한 신참 조종사들은 아군 호위기들의 보호도 없이 죽음을 향한 돌격명령에 망설임 없이 제로기와 대공포 탄막이 가득 찬 모닥불 속으로 뛰어 들어 갑니다. 그들 또한 불나방의 모습 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그러나 미드웨이섬에서 최초 출격한 SDB 비행대는 불나방이 되는 운명을 맞이 하였습니다 ]
적함에 접근하기도 전에 선두에서 비행하던 지휘관 Henderson 을 포함한 8기의 SBD 가 차례대로 격추되고 나머지 SBD 들도 대공포의 탄막을 가르지 못하고 명중탄을 투하할 수가 없었습니다. ( 당연히 급강하 폭격기가 수평 폭격을 하였을 경우 명중률이 떨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
피격 당하지 않고 모닥불을 빠져나온 8기의 SBD 를 제로 전투기들이 추격했지만, 마침 고도 20,000 피트 고공에서 19기의 B-17 중폭격기 편대가 나타나 일본 항모들을 향해 대량의 600 파운드 폭탄을 마구 쏟아 부어 간신히 탈출에 성공합니다.
[ B-17 의 폭격을 회피기동 하는 항모 히류 ]
B-17 의 고공폭격을 지켜보던 일본해군의 나구모 사령관이 " 아니 저렇게 높은데서 ? 저런 방법으로 우리를 맞출 것으로 생각한단 말인가 ? " 했을 정도로 고공 수평폭격으로 움직이는 함선을 맞춘다는 것이 사실 불가능 하였습니다. 다만 이들의 등장으로 위기에 빠졌던 8기의 SDB 의 탈출을 도울 수 있었고, 일본 함대의 회피기동시간 만큼 일본 함재기의 이함을 잡아 놓을 수 있었습니다.
[ 진주만의 승장 나구모제독 그러나 미드웨이에서는 너무 신중하여 화를 자초하였습니다 ]
08:20시 미드웨이 섬에서 출격한 마지막 공격비행대인 Norris 가 이끄는 11 기의 구닥다리 SB2U Vindicator 급강하 폭격기들이 일본 함대 상공에 나타나 공격을 했지만, 이 또한 모닥불로 뛰어든 불나방 꼴을 면하지 못하고 차례차례 불붙어 바다위로 사라져 갑니다.
[ 구닥다리 SB2U 급강하 폭격기들도 불나방이 되었습니다 ]
호위기 보호도 없이 무모하게 일본함대를 향하여 뛰어든 이러한 일련의 공격은 실패하고 코앞에서 미군기가 차례차례 격추되는 모습을 지켜본 일본군의 사기는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일본 함대는 미국의 항공모함들에서 발진한 후속 공격부대가 그들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 하지만 용감한 불나방들의 행진은 계속 되어집니다 ]
일본 함대를 지휘하던 나구모제독도 미국 항모의 존재여부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神은 악학 놈들을 저버립니다. 미국의 정찰기가 일본 함대를 즉시 발견하여 대응 태세를 갖춘데 반하여 일본의 정찰기는 약간의 문제를 일으켜 출격이 늦어졌고, 미국 항공모함을 발견 하였을 때 무전기가 고장 나 함대에게 연락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이 승리한 또 하나의 우연이었습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
불타서 사라지다
시간이 조금 흐른 09:20시 Waldron 이 지휘하는 항모 Hornet 소속 제 8뇌격비행대대 VT-8 의 15기 TBD 들이 일본 항모 4척이 모여 있는 일본함대의 상공에 나타납니다. 비록 함께 출동한 VF-8 소속의 F4F 가 있었지만 VT-8 보다 20,000 피트나 높게 날고 있었기 때문에 효과적인 엄호가 불가능하였습니다.
[ Waldron 과 최후를 같이한 그의 애기 ]
하지만 Waldron 은 주저 없이 대대원들에게 돌격명령을 내리고 항모 아카기를 향해 돌진합니다. 그와 동시에 일본 함대를 방어하던 제로 전투기들도 이들을 향하여 벌 떼처럼 몰려듭니다. 느리고 둔한 TBD 는 날렵한 제로의 손쉬운 먹잇감이었습니다.
[ 아까기를 향하여 어뢰를 투사하는 Gay 의 TBD 그러나 빗나갑니다 ]
제로 전투기의 사냥에 TBD 4기가 순식간 격추되고 나머지 TBD 들은 일본 항모까지 조금 더 접근할 수 있었으나 대공포화에 의해서 차례차례 불나방이 되어 버립니다. 결국 14기의 TBD들은 모두 격추되고 George Gay 소위의 TBD 만이 항모 아까기에 가까이 접근해 어뢰를 투사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뢰는 빗나가고 Gay 의 TBD는 아까기를 스쳐지나가 바다에 추락하였고 VT-8 은 전멸 당합니다.
[ 일본 함대의 최후를 지켜 본 유일한 미국인 Gay ]
* George Gay 소위만이 VT-8의 유일한 생존자였고, 중상을 입은 채로 일본함대 외곽에 추락해 해상을 표류하다가 다음날 구조됩니다. 그는 일본 함대의 몰락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본 유일한 미국인 이었습니다.
잠시 후 09:58시, 이번에는 Lindsey 가 이끄는 항모 Enterprise 의 제 6뇌격비행대대 VT-6 TBD 14기가 일본 함대상공에 나타나고 연이은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이전의 불나방들처럼 7기의 TBD 가 순식간에 격추되고 말았습니다.
[ Lindsey 와 최후를 같이한 그의 애기 ]
남은 7기는 저공 돌진 하여 야마구찌 다몽 제독이 승선해 있던 항모 히류를 향해 어뢰를 투사하였으나 명중탄은 없었습니다. 대신에 5기의 TBD가 더 격추되고 단지 2기만이 구사일생으로 귀환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들 또한 이전의 뇌격기 비행대처럼 모닥불로 뛰어든 불나방의 모습으로 사라져 갔던 것입니다.
[ TBD 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모닥불로 뛰어 들어가는 불나방 이었습니다 ]
뇌격기들을 중심으로 한 연이은 미국의 집요한 공격을 완벽하게 물리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만큼 충만하여진 일본함대는 미국함대를 공격하기 위한 대규모 출격 준비에 박차를 가하였고 나구모가 지휘하는 4척의 항공모함 갑판 위는 그야말로 북새통이 되어 있었습니다.
[ Massey 와 최후를 같이한 그의 애기 ]
그러던 10:15시 항모 Yorktown 으로부터 날아온 미국의 마지막 뇌격기 편대가 일본 함대 상공에 나타납니다. Massey 가 지휘하는 제 3뇌격비행대대 VT-3 가 그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Thach 가 지휘하는VF-3 소속의 F4F 6기가 이들을 근접 호위하고 있었습니다.
* VF-3 의 지휘관 Thach 는 이른바 Thach Wave 전술을 창안하여 성능이 뒤진 F4F 로 하여금 효과적으로 제로기를 요격하는 전술을 만든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숫적 우위와 高度의 선점을 점하고 있을 경우에만 가능한 전술이었습니다. F6F Hellcat 이 등장하기까지 제공전투에서 미국은 일본의 제로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 제로기와 대공포에 하염없이 불타 사라져 갑니다 ]
이들은 뇌격기를 향하여 달려드는 제로 전투기와의 치열한 공중전에 돌입합니다. 그러는 와중에서 VT-3 의 12기의 TBD 들은 일본 항모 히류와 가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상공에는 일본 함대를 방어하는 제로 전투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단지 6기의 F4F 으로는 수적, 질적으로 앞선 제로 전투기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TBD 들이 공격 할 수 있는 통로를 안전하게 확보하여 주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
승리를 위한 희생
공중 어뢰를 투하해 보기도 전에 사정없이 날아오는 대공포에 맞은 대대장 Massey 를 포함하여 7기의 TBD 가 시뻘건 불덩이가 되어 바다로 추락했고, 곧이어 남은 5기의 TBD 는 어뢰 투하에는 성공했지만 모두 빗나가 버렸습니다. 일본함대 상공으로부터 탈출하던 도중 3기의 TBD 가 더 격추되어 12기중 단지 2기만이 살아 돌아왔습니다.
[ 그들은 돌아가지 못할 줄 알면서도 스스로를 불태워 갑니다 ]
결국 07:20시 시작되어 10:20시까지 벌어진 총 8번 ( 그중 뇌격기 비행대 5번 ) 에 걸친 미군의 공격은 단 한발의 어뢰나 폭탄도 일본 함대에 명중시키지 못하고 41기의 TBD 중 37기, 6기의 TBF 중 4기, 4기의 B-26 중 2기, 16기의 SDB 중 8기, 11기의 SB2U 중 8기가 피격당하고 승무원들이 몰살당하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 하지만 이들의 고귀한 희생은 승리의 밑거름이 됩니다 ]
하지만 모닥불에 뛰어들면 불타 없어지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두려움 없이 작전에 임한 이들의 희생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 시간에 걸친 파상공격 때문에 미국 항공모함을 공격하려던 일본 함재기들은 발진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고, 더구나 계속적으로 저공 침투하는 뇌격기들을 요격하기 위해 일본의 제로전투기들도 저공으로 내려와 있었습니다. 또한 함대의 방공포 및 감시망도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고공에서 SDB 급강하 폭격기 비행대가 나타납니다 ]
미국의 마지막 뇌격기가 일본 함대근처에서 불타 사라지고 일본의 방공망이 수면을 향하여 있었으며 일본의 공격군이 이륙하려던 바로 그 순간 McClusky 가 이끄는 항모 Enterprise 소속 제 6폭격비행대대 VB-6 소속 급강하 폭격기 SBD 35기가 일본함대의 고고도에 나타납니다. 이들은 뇌격기 비행대의 비참한 최후를 고공에서 이를 악물고 내려다보았습니다.
[ VB-6 비행대대장 McClusky ]
McClusky 는 복수를 외치면서 그의 대대원들에게 돌격을 명령합니다. SDB 들은 고공에서 차례차례 날카로운 매가 되어 일본 항모의 갑판위로 번개같이 내려 꽂아 폭탄을 투하합니다. 이 순간 분노에 불타는 이들을 막을 방법이 일본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수호신 제로기들은 너무 저고도로 내려와 있었고 함대의 방공을 책임지던 대공포를 고고도로 조준 할 틈이 없었습니다.
[ 복수의 일격을 가하기 위하여 번개같은 급강하를 하는 SDB ]
폭탄을 가득 달고 갑판을 매우고 있던 함재기들로 가득 찬 항모 가가를 선두로 아까기, 소류가 차례대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항모 히류가 이 엄청난 재난을 겨우 벗어났지만, 수명을 잠시 연장한 것 밖에는 되지 않고 결국은 비참한 최후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이들을 막을 방법이 일본에게는 없었습니다 ]
이로써 미드웨이 해전은 종말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러일전쟁이후 욱일승천하기만 하던 일본 해군은 이로써 그 기세가 꺾이게 되었고, 성웅 이순신 장군에게 치욕의 참패를 당한 이후 400년 만에 일본이 맛본 패배였습니다. 이 전투는 태평양전쟁 전체의 전환점이 되어 버립니다.
[ 연이어 일본의 항모들은 참담한 마지막을 맞이합니다 ]
전사에는 급강하폭격기 SDB 가 승리의 주역으로 기록 되었지만 이런 위대한 승리의 밑거름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스스로 불나방이 되어 아낌없이 몸을 불태운 뇌격기비행대의 영웅적인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희생정신은 지금까지도 미해군 비행대의 전통으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 전쟁의 균형추가 바뀌는 순간 이었습니다 ]
얼마 전에 썼던 30만이 지켜봤던 최후에서처럼 가망 없는 싸움에 부하들의 헛된 죽음을 막고자 자침을 결심하였던 랑스도르프의 고뇌도 훌륭한 것이었지만, 전쟁의 분수령이 되는 절대 물러 설수 없는 결전을 벌여야 할 시점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닥불로 뛰어들어 불나방처럼 장열하게 산화한 미해군 뇌격기 대원들에게 아낌없는 경의를 표합니다. [ august 의 軍史世界 ]
P.S 태평양 전쟁의 전환점이 되는 미드웨이 해전입니다.
P.S2 데바스테이터, 빈디케이터..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P.S3 역시나 출처는 blog.chosun.com/xqon
|
첫댓글 조...조지게이소위
ㅠㅠ
오~ 잘 읽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전력이 훨씬 더 앞서있었군요. 그런데도 불운이 잇따른 일본이 참패를 당하는군요. 미군의 승리는 실력이 아니라 고귀한 희생과 행운 때문이었군요. 불나방들의 희생이 안타깝네요...
흠...다른 이야기입니다만 august님은 이런 글로 책도 내시는 분이신데 무단으로 펌을 좀 과다하게 하시는거 아닌가 우려됩니다... 저작권자의 허가를 얻으시고 하심이 어떠실까 싶네요. (쪽지 수신거부라서 어쩔수없이 댓글로 드립니다.)
허락받고 퍼오고 있습니다^^ august님이 무단수정 안하고 출처표기하면 괜찮다고 하셔서요.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너무 많네요. 좀 조절하겠습니다.
헐 -- 본인은 단 한번의 출처표기 없이 블러그에 글을 올리면서 다른이에게는 출처표기해달라고 하던가요? 뭐 이런 경우가 ㅠㅠ
잘 읽었습니다.
예전에 어느 분의 블로그( 그 분은 군사식견이 저희랑은 하늘과 땅 차이 정도였음)에서 미드웨이 해전사를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그 분은 일본해군의 패배를 정찰기의 고장과 이를 보고받고도 바로 다른 정찰기를 보내지 않았던 일본제독,
그리고 (항모맞나?의 고사포 장비를 오락가락 자꾸 바꾸는 등의 명령 미스,) 마지막으로 함재기들을 갑판에 무리하게 배치하여 타격을 주려던 뭔가 명령 타이밍 미스였나? 하여튼 그렇게 지적했습니다.
함재기에 달아놨던 폭탄을 교체하려고 온 갑판에 폭탄들이 즐비하게 늘어졌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당시에는 일본의 함재기 제로기에 비하면 미 공군은 전투기나 함재기 성능이 뛰어나지 않았다고 august님 블로그에 나와 있습니다. 그 후에 나온 함재기, 전투기들이 일본의 제로 전투기를 상홰하는 성능을 지녔다고 나오네요.
사실 2차대전시의 미군은 여러모로 무기성능이 우월한 건 아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셔먼전차=> 독일 전차 나오면 도망가기 바빴다는...(뭐 그 때 상대가 동시대 최강인 티거와 괴니스티거였으니..) 하지만 이 셔먼전차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군 전차상대로는 독일전차 역할을 했다는...
일본군 전차는 깡통전차이니...총에도 뚫리시는 경이적인 장갑..
일본이 "지금 위대하신 황군의 전차 치하를 무시하나효? 천황께서 내려주신 귀한 전차라서 증가 장갑따윈 필요없다능.... 하악하악" 했지만, 현실은 셔먼 위에 올려도 셔먼 위에 공간이 남는다는 앙증맞은 전차.
그 이후 미 공군은 계속 개량을 통해서 신형이 나오고 이 선형 전투기들의 성능이 제로기의 성능보다 우수했다는 얘기가 august님 블로그에 나옵니다. => 제로기의 전성시대는 고작 6개월이라고 august님이 말씀하시죠.
그에 반해 일본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제로기만 생산하였다는....
잘못된 무기테크트리의 비극???
태평양전쟁의 전사자수를 보면 일본의 비율이 압도적이던데...
장비의 차이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단 말인가... 일본이 바보인건가요
미국이 전쟁의 신인건가요.
낙양/ 그 게 일본 해군과 육군은 겁나게 사이가 나빳습니다. 전사에서 보면 일본 육군 지휘부는 한 마디로 제가 싸잡아 비유하기가 뭐합니다만 "돌격해라"만 내리는 "천황 만세" 집단??
그에 반해 일본 해군은 제가 명장으로 손꼽는 야마모토 이소라쿠(항공모함의 유용성을 인식하고 있던 선지자들 한 명) 외에 우수한 지휘관들이 많았던 것으로 판단합니다.
개전초기 일본은 진주만 공격의 성공과 그 이후의 많은 전과를 동남아쪽에서 올립니다만
미국이란 나라를 전쟁할 수 없게 만든 건 아니었던 거지요.
미드웨이 해전과 과다카날 전투에서의 괴멸적인 타격을 복구할 자원이 일본에서는 없었다는 것이죠. 그에 반해 미국은 대전전까지 세계경제를 주도하다시피했고, 그 이후의 역사는 잘 아시는대로 섬에 틀어박혀 "천황만세"하며 옥쇄하기 작전으로 바뀝니다.
잘 찾아보면 일본육군도 잘 싸운 사례가 많을 거라 판단합니다만, 제가 아직 독소전에 비해 태평양전쟁 쪽은 부족한 게 많습니다.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음..전 2차대전사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일본육군이 워낙 병크가 많아서리..잘 싸운 전투라면 이오지마전투일까요?
일본 육해군 사이의 갈등과 그로인한 작전실패 사례가 많긴 합니다만..
사상자 비율을 보면 독소전 초기 독일과 소련의 비율이 우스울 정도로
일본군이 압도적으로 많이 죽더군요(과달카날이나 뉴기니만 해도 거의
미군 1명당 일본군 15명이 죽은걸로..) 일본이 다소 무식하고 무리한
"돌격"이나 "사수"가 많긴 합니다만...
그 병신들은 정신력만으로 이길 수 있다고 믿었던 미친 놈들이니깐요. 반자이 돌격만 해도..ㅡㅡ
아 해당글 덧글에 허락글이 없어서 제가 지래짐작으로 실수를 했군요. 죄송합니다. ^^
사실 축차 투입이 일본 해군의 원활한 작전을 방해하고, 시간을 벌수 있어서 성공했고, 또 성공했으니 망정이지 미드웨이 해전에서 패배했으면, 현재의 우리들은 "아오 ㅄ같이 축차 투입해서 축차 소모하나효? 병력 집중해서 한타 싸움 안하고. 미해군 지휘부가 쳐 돈듯 ㅇㅇ" 했을지도 모르죠.
일단 일본은 국력에 비해 전선이 너무 넓었습니다. 미드웨이 이후에도 전력 자체는 남아있었지만 그걸 저 동남아까지 보내느라 힘 다쏟고 간건 간대로 깨지고 했죠. 지휘부도 제대로 된 지휘가 아니었습니다.
도죠같은 경우 동경재판에서 이시와라 칸지(만주사변의 실질적인 계획수립, 막료장교 포섭, 참모장 조종, 내각 조작까지 개입했던 인물.)왈 '도죠에게 전쟁 지도에 대한 의견따윈 없었다'(...) 는 말까지 들었죠. 사실 이시와라 같은 경우 과달카날 직후 도죠에게 직접 '당신은 이 대전쟁의 전쟁 지도를 할 능력이 없다. 이제 그만두면 어떤가. 당신이 총리대신을 그만두면 전국을 구하고 어떻게든 강화로 끌고 갈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는 말을 할정도로 도죠를 무능하게 본 인물이긴 합니다만.
추축국의 공통된 문제긴 합니다만. 국력 이상의 팽창이 좀 심했고, 그래도 독일은 세계 최고의 작전술 능력, 대, 중, 소부대 운용기술, 명성높은 참모본부와 지휘관들, 높은 기술력까지 가지고 있던 데다가 지상전 자체가 이런 부대 운용 기술로 여러가지 열세를 커버하기 가능한 전장이란 메리트를 끼고 있지만, 일본은 그런게 하나도 없었지요.
기술력은 44년만 되도 연합군을 따라가기 버거워하고(독일은 50년대까지 먹힐 기술력이란 평가를 받았건만) 국력도 현저히 열세. 작전술이나 각 부대 운용같은 경우 러일전쟁 이전부터 독일군을 밴치마킹하긴 했지만 너무 딱딱한 운용이란 평가(임무형 지휘의 핵심은 유연함이건만). 지휘관 질도
높다 보기 힘들지만 그나마도 크게는 육군과 해군, 작게는 각 군내 파벌로 갈려서 심할때는 서로 죽이려 들기도 하고.
미국 국력의 10%만으로 상대했다, 는 건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연합군이 대독일전과 같은 규모의 대응을 했다면 45년이 아니라 44년에 다운폴 작전 찍고 있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