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수도 도하 서쪽에 '스포츠 시티'가 있다.
2006년 12월 아시안 게임을 치른 곳이다.
아시안게임은 대개 가을에 열지만 겨울 개최가 어색하지 않았다.
못지않게 더운 태국에서 세 차례 연 전례가 있다.
곡선미 넘치는 높이 300m '어스파이어 타워'는 도하 대회의 상징이다.
성화 밝혔던 타워에 특급 호텔, 스포츠 박물관, 전망대가 들어섰다.
대회에 맞춰 타워 옆을 지은 쇼핑몰 빌라지오는 카타르에 넘치는 富를 뽐낸다.
10만m2 실내 몰에 수로를 내 곤돌라가 떠다닌다.
하늘처럼 꾸민 천정에 가짜 구름이 떠간다.
아이스링크와 놀이공원도 있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이 모두 외국인이다.
이슬람 옷을 휘감은 카타르인은 느긋하게 쇼핑을 즐긴다.
230만 인구의 80%가 외국 노동자다.
주로 파키스탄, 네팔과 북아프리카에서 와 궂은 일을 도맡는다.
청과 시장에선 행색 초라한 북한 남자를 마주쳤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카타르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4655달라다.
룩셈부르크 다음 세계 2위다.
세금.공공요금과 교육.의료비가 공짜다.
낙타 기르기 진주조개 잡으며 살다 천연가스가 터졌다.
경기도보다 조금 큰 영토에 천연가스 900조m2가 묻힌 1~2위 수출국이다.
300영 넘게 뽑아내도 바닥나지 않는다고 한다.
'거스 달러' 위세를 앞세워 따낸 것이 2022년 월드컵이다.
중동 첫 월드컵을 두고 말이 많았다.
음주.동성애 금지법과 노예 계약 가까운 외국인 근로 조건이 도마에 올랐다.
무엇보다 40도 훌쩍 넘는 6~7월 더위가 문제였다.
카타르는 "경기장에 에어콘을 달겠다."고 버텼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날씨를 고려하지 않은 건 실수"라고 했다.
유치 경쟁에서 돈오간 의혹이 터져 재투표 얘기까지 나왔다.
로비 스갠들을 얼버무린 FIFA가 카타르 우러드컵을 11월 하순 부터 12월18일까지 열겠다고 발표했다.
5~7월을 벗어난 첫 월드컵이자 북반부 첫 겨울 월드컵이다.
유럽 프로 리그는 한창때 중단해야 될 형편이다.
FIFA는 보상금 2400억원을 주기로 하고 무마했다.
이제 다들 유불리 따지느라 바쁘다.
유럽 선수들은 리그 끝나 지치고 다친 채 나설때 보다 컨디션이 좋을 거라고 한다.
우리는 유럽 진출 선수들을 불러들여 손발 맞출 시간이 짧아지는 게 걸린다.
수능 치른 뒤여서 고3 엄마가 월드컵에 한눈파는 아이보며 속끓일 일은 없겠다.
추위 속 거리 응원은 또 어떻게 되나.
7년 뒤 '12월 월드컵'까지 미처 생각 못 한 일이 심심찮게 이어질 것 같다. 오태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