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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꽃들에게 희망을-44-사실과 진실 사이/최복현
사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체험으로 알 수 있는 것, 감각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사실이라 부릅니다. 이를테면 지나간 사실들을 기록한 것을 역사라고 한다면, 현재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려주는 것을 뉴스라고 합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사실을 전제로 기록했거나 발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실제 목격한 것이라도 때로는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같은 것을 보고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감각이라는 것은 그 무엇에도 걸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실상은 각자의 심리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감각은 솔직한 것 같지만 주인인 우리의 심리에 왜곡 당하곤 합니다. 우리가 이미 가진 지식이나 이념은 우리에게 편견을 만들게 하고, 모든 것을 그 편견으로 왜곡하게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어떤 정보를 왜곡하고도 왜곡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자신이 받아들인 정보를 그대로 믿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믿는 그 정보, 사실이라고 믿는 정보는 진정한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사실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사실이 전부라는 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진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 사실 너머에 있습니다. 사실 너머에 있어 때로 직접 확인 할 수 없고, 체험할 수 없습니다. 진실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입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진실을 믿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눈으로, 몸으로, 감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진실은 분명 있습니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려야 밟혀지는 것이라 믿기는 어렵지만 진실은 언제나 변함 없는 모습으로 거기 있습니다. 이는 전혀 낌새가 없던 계란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것과 같습니다. 나비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믿음이 이루어 질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한 애벌레가 빈정댔습니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곧이 들을 수 있니? 우리의 생활은 땅에서 기어오르는 길밖에 없어. 우리의 꼴을 아무리 살펴본들 그 속에서 나비가 보이지 안잖아!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애벌레의 생활을 즐기는 수밖에 없어!" 그러자 줄무늬애벌레는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했습니다. "아마 그의 말이 옳을 지도 모르지. 내 말에는 아무 근거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필요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란 말인가?" 그는 아픈 마음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줄 만한 친구를 찾으면서 쉬지 않고 내려갔습니다. 사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감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실이 나중에 보면 그것이 모두 사실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제대로의 사실도 있지만 왜곡된 사실도 있습니다. 그 애곡된 사실이 우리를 속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나 스스로가 나 자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가끔 긍정적으로 왜곡되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면 그 사실은 다행입니다. 반면 부정적으로 왜곡되어 그 진실에서 나를 멀게 했다면 그것은 불행입니다. 이렇게 진실은 왜곡된 사실 때문에 흔들릴 수 있으므로 그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줄무늬애벌레는 애벌레가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노랑애벌레가 나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는 그녀의 눈을 알아보았고, 그 애절한 눈빛을 느꼈으니까요. 해서 그는 자신도 애벌레를 벗고 나비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것은 사실이었고 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이야기는 그를 헷갈리게, 그의 믿음을 흔들리게 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사실은 진실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그와 함께 그의 희망은 사라졌습니다.
왜곡된 사실은 진실로부터 멀어집니다. 그럼에도 그 변한 사실을 우리는 믿습니다. 그것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은 진실이 아나라 스스로 믿고 싶은 사실일 뿐입니다. 진실은 그대로 거기에 그냥 있습니다. 우리가 멀어져 왔을 뿐입니다. 그 변하지 않는 진실은 지금은 믿어지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것이 밝히 드러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므로 한 번 발견한 진실이 왜곡된 사실 뒤로 숨지 않도록 자기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전에 누가 뭐라든 관계없이 자기 신념과 자기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진실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건 바로 나 자신입니다. -최복현 amourchoi@hanmail.net-
---------------------------------- % 최복현의 그리스 신화로 세상 읽기 -현대백화점 목동점. 매주 수요일 12:30-13:: 50분이며, 7월 16일 개강합니다. 문의: 02-2653-4560입니다. -부평청천도서관은 8월 한 달 간 강의합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입니다. 미리 등록하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안산 감골도서관은 7.22. 29일 두 차례 진행합니다.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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