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문화를 지닌 나라들에서는, 언어 표현 안에 신앙이 녹아 있는 경우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 별 뜻 없이 되풀이하는 말일지는 몰라도, 낯선 외국인에게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늘 야고보서에서 말하는 “주님께서 원하시면”이라는 표현입니다. 어떤 언어에서는 이 구절을 습관처럼 문장 중간에 넣곤 합니다. 언젠가 게시판에 다음 날 회의가 있다는 공지가 붙었는데, 약자로 ‘D.M.’(Dios Mediante: 스페인어)이라고 기재한 다음, 이어서 몇 시에 모인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이 약자는 “하느님의 중재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라는 뜻이었습니다.
큰일도 아니고 다음 날 공동체가 모여서 늘 해 오던 회의를 위하여 모이는 것이었지만, 이 한 구절을 덧붙이는 것은 우리 삶의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가 계획하고 노력하는 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하느님의 뜻에 달려 있음을 기억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우리의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질 때, 지금 우리가 계획하고 염원하는 대로 한 해가 풀려 나가지 않고 뜻밖에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어 나아갈 때에도, 우리의 믿음은 그 안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알아보는 혜안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한 해도 분명 우리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풀려 나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의 길을 인도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올리는 작은 소망과 계획이 주님 안에서 성취되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금년 한 해도 열심히 노력하면서 꿈을 실현해 나가되, 그 결과는 주님께 맡겨 드리도록 합시다[盡人事而待天命]!
출전 : 2016. 2. 8.(월) 매일미사(가톨릭정보 굿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