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4일 테마코스 해안누리길 걷기축제
주최 주관: 해양수산부 한국해양재단 완도군
(2)슬로우시티 청산도 이야기
범바위 앞에서 단체 사진.
청산도.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늘 푸르러 청산도라 했다던가.
세계 최초로 지정된 슬로우시티라던가.
서편재 봄의 활츠 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의 명소로도 소문이 난 청산도.
주최측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방점은 완도해안누리길보다 청산도였습니다.
당리 언덕은 제일 먼저 꼽히는 명소지요.
영화 서편재를 촬영했던 바로 그 언덕.춤ㅅ위를펼치며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바로 그 언덕입니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창이 들립니다.
언덕 아래에는 고분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짚으로 봉분을 덥었는데 기와로 변했습니다.
고만고만한 가옥들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습니다.
서편제의 주인공 송화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앞 바다에는 미역 양식장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도현 스님의 이야기에 푹 빠져 듭니다.
여기저기 이야기가 뭍어 있습니다. 귀를 세워 스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판소리 영화 서편재.임권택감독이 여기를 잡을 만합니다.
송화의 아린 혼이 저리 하얗게 피어 났을까?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하얀 윗저고리를 벗어 놓은 듯 저리 곱고 하얀 꽃무리.
행여 눈물이 저리 꽃으로 피어난건 아닌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단가.
스님의 차근차근한 말씀을듣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을 보는 듯 합니다.
"느림은 채움입니다". 달팽이 머리가 바다를 향합니다.
저도 한 마디 덧붙입니다. 쉼표는 더 큰 채움입니다. 멈춤은 더 빠른 길입니다.
또한 비워야 채울 수 있음도 깨우치구요.
그런 인증 샷을 당신도 하신거겠지요.
봄의 왈츠 촬영지.
2006년 20부작 KBS 봄의 왈츠 드라마. 벌써 12년이 지났군요.
역시 필수 코스지요.
포토죤. 국화향도 함께 담으셨겠지요.
낮은 돌담 사이로 난 길.
오늘은 당신이 당신의 영화 주인공으로 출연하신 날입니다.
대사는 당신이 자유롭게 하시면 되어요.
천천히. 쉼 없이 달려온 당신, 쉼표 하나 분양 받으셔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담으셨나요?
저장은 휴대폰이 아닌 마음의 수첩이겠지요.
혹시? 스님이 지너낸 이야기가 아닐까할 정도로
저 바위 산에 사는 온갖 짐승들의 형상을 들려 줍니다.
그런거도 같고 또 아닌 것도 같으면서 이야기에 빠져버렸습니다.
설마 스님이 거짓말을 하시랴~
전에 없던 건물 하나. 전망대랍니다.
편의시설도 갖춰었답니다.
젊은 남녀가 오르며 사진을 찍더군요.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서보기도 하였다지요?
그리고 푸르름으로 가슴을 물들였던가요?
돌탐의 남녀. 연애시절의 언약 갱신식을 하는 듯 합니다.
닉처럼 청실 홍실 엮으며 사시어요.
주례사가 아닙니다.
빈 밭이 더 커 보입니다. 더 엄숙합니다.
코스모스가 베어진 밭.
겨울지나 봄이 오면 노란 유채꽃이 춤을 추겠군요.
비움은 더 크고 많은 걸 담는 복주머니지요.
이 가을 당신의 일기장에도 쓰여 있을 거예요.
결코 지워지지 않는.그 누구도 지울 수 없는...
다음 코스는 구들장논 마을 양지리입니다.
83세 동갑나기 촌노 두 분을 만났습니다.
담배 한 가치 씩 드리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도 양해를 구하고 한 대 물었습니다요.
사진 바른쪽 어르신은 젊은 시절 서울 한복판 명동거리에서 놀으셨답니다.
메트로호텔,미도파백화점 등을 얘기하며 말입니다.
농사도 손수 짓고 사신다고 합니다.
신발을 보니 깜놀. 유명 메이커 등산화입니다.
구름도 바람도 여기서는 저속. 규정 속도를 지킨답니다.
감들도 규정속도로 천천히 익어갑니다.
살짝 눈으로 측정해 봅니다.규정 속도를 지키는게 확실합니다.
속도 위반한 감 하나 땅바닥에 떠러져 선혈이 붉게 흐릅니다.
검은 고양이가 입맛을 다시며 지나갑니다.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부부농부.
풍작을 기원합니다.
폐가. 차곡차곡 추억이 쌓여 있습니다.
칡넝쿵이 슬금슬금 손을 뻣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 추억의 꾸러미는 덮지 못할겁니다.
아련한 어린 시절 고향이 콧등으로 흐릅니다.
제 눈에 눈물이 고였나 모릅니다.
어느 시인의 빠래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엄마 아빠 옷이 서로 맞대어 춤을 추고 이야기를 하나 봅니다.
옷들이 빨래줄에서 오순도순 속삭입니다.
아빠의 어흠 소리도 들리네요.
79세 할머니약 콩을 베다가 낫을 갑니다.
쇳돌이 아니라 차진돌에다 썩썩 갑니다.
안경 너머 눈빛이 반짝입니다.
마를 밭. 양이좋은가 봅니다.
햇볕을 받으며 잘 자라고 있네요.
완도군에서 관리하는 스테이센터. 6년전 이곳에서 잠을 잔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교사를 개조해 썼는데 노후화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라고 스님이 말씀하셨지요.
상서(上西) 돌담마을입니다.
청산도에 떠오르는 명품길이랍니다.
굳게 닫힌 대문 앞.
할아버지 할머니가 같은 날 세상을 뜨셨다지요.
사연을 들었습니다. 애궁~
간단하면서도 요긴한 정보도 새겼구요.
스께서 응급조치 요령을 직접 보여주셨답니다. 다들 기억하시지요?
담장이도 가을을 맞았습니다. 붉은 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봄부터 여름 그리고 이 가을까지 쉼 없이 기어 올랐다지요.
긴 쉼표를 찍겠군요.
도종환의 <담장이> 시 한 수를 찾아 보셔요.
당신에게 주는 가을의 메시지를요.
선인장. 발톱 같은 꽃.
담장을 넘어 하늘로 커갑니다.
폐가 그리고 노란 호박.
돌담 위에 쉼표 하나.
찻집의 풍경.
엄마 아빠와 귀여운 아들. 또다른 쉼표의 하나가 아닌지요.
대문이 활짝 열린 빈집. 어슬렁 들어가봐았습니다.그 안은 비어 있지 않습니다.
마당 한 쪽은 고구마 밭이었군요. 그 반대편은 배추밭인가 봐요.
슬레이트 지붕을 오랜만에 봅니다.
이 골목 담밑에는 진홍색 맨드라미가 도열해있어요.
오래전 망우리 사색의길에서 어느 분의 무덤 앞에 놓인 이 꽃이 떠오릅니다.
놀라지 마세요. 타오르는 사랑이 꽃말이어요.
망우리에 잡드신 그분이 생각납니다.
타오르는 사랑....당신 곁에 이 맨드라미 하나 키워 보셔요.
이 가을 만이라도.
식사를 마치고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도착하니 어제 못 뵈온 황안나님을 만났지요.
지금 후기를 쓰는 중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만나서 반가웠다며 함께 걸을 날 기대하신다는.
빠르면 이달 안에 추진해 볼게요.
그분의 삶의 길도 꼭 듣고 싶네요. 삶의 지혜도요.
산은 바다를 향해 길게 누었습니다.
바다 역시 길고 포근하고 산을 감싸고 있습니다.
청산도를 떠나는 우리를, 저 산이 바다와 함께 달려오는 듯 하군요.
눈에서는 청산도가 멀어집니다.
그러나 멀어질수록 그리워 질 그 섬 청산도.
작은 어선 하나도 맹렬히 따라오며 우리를 호위합니다.
그림자 대신 흰 물결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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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여행길에 함께하신 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진행 과정에 불편한 점도 있으리라 봅니다.
넓으신 양해를 구합니다.
앞으로 더 아름다운 여행도보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 이같또로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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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과 글을 함께 보니 그날 그자리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렇게 맛있는 글을 읽고 저도 일기장에 가을을 예쁘게 장식하고 싶은 나드리였습니다.
1박2일 일정을 다시한번 되돌아 보면서 지기님의 수고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배려로 인해 즐거웠던 1박2일 이었숩니다
감사합니다~^^
날씨가 도와준 아름다운 11월의 여행이었습니다
로따님의 섬세한 준비 덕분에 회원님들은
안전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함께 보낸 완도 청산도 1박2일 너무 예쁘고 좋았습니다
지기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1박2일여행 준비하시느라 진행하시느라 애써주심으로 넘 행복한 여행이였습니다.
더불어 사진까지
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