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힘] 1부 힘든 시절 ㉗ ‘24시간 특별관리 체제’
느리게 관조하며 사는 것이 진짜 행복
셔터스톡
‘24시간 특별관리 체제’가 가동되면서 내 컨디션은 급속히 호전돼나갔다. 잠을 잘 자게 됨으로써 신체 리듬을 되찾고 기력이 보충되었으며, 두뇌도 활력을 찾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치료 한 달 만에 진정제는 끊었고 다시 한 달 뒤에는 수면제도 끊었다.
다만 항우울제는 당초 10밀리그램에서 ‘술집 사건’으로 혼이 난 후 허용 최대치인 20밀리그램까지 늘렸으나 몸이 회복되면서 애초 수준(10밀리그램)으로 줄였다가 이 역시 5밀리그램으로 더 줄였다.
회사 생활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조금씩 업무 능력이 향상되면서 세부적인 현안에 몰두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경영에 따른 주요 업무는 내가 판단해야 했지만 일반 업무는 직원들의 의견을 되도록 존중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특별히 직원들과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주말에는 동네 뒷산에 오르거나 쉬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틈만 나면 몸을 움직이거나, 긍정적 사고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단전호흡을 하거나 하면서 마음에 빈틈을 주지 않았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오히려 통하는 데가 있다고 어렸을 적 그토록 졸리고 지루하던 예배 시간이 이제는 다르게 다가왔다. 목사님의 설교가 내 마음을 울리고 머릿속에 남았다. 그 시간이 힐링이요, 정신적 목욕이자 충전이 되는 시간이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비롯해 내게 더욱 진솔한 사색의 시간이 주어지면서 나는 우리 사회와 지금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얻게 됐다.
체력이 좋아지면서 새벽에 혼자 타던 자전거를 회사 직원들과 함께 주말에도 타기로 했다. 마침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원이 있어 다음 주말에 같이 가자고 제의했다.
그가 직원들을 규합해 7~8명이 뭉쳤다. 당시는 2012 런던 올림픽이 열리던 한여름이었다. 우리는 어느 토요일 아침 7시에 잠실 다리 밑에서 모였다.
강변 자전거 도로를 타고 하남시를 지나 팔당대교로 건너가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왕복 약 3시간 코스. 섭씨 33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신체를 혹사하다 보니 오히려 머리와 마음은 저절로 쉴 수 있었다. 오랜만에 탈진 상태가 돼 집에 돌아와 그냥 쓰러졌다. 아늑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아예 회사 내 자전거 동호회를 조직했다. 매주 주말이면 모여 자전거를 탔다. 나이 쉰이 넘어 늦게 배운 자전거였는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경인 아라뱃길을 따라 인천까지 왕복 100킬로미터가 넘는 장거리를 달리기도 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가니 걱정이 없었다. 중간중간 쉴 때는 서로 가지고 온 음료수, 맥주, 김밥, 과일, 과자 등을 나눠 먹었다.
헤어질 때는 미리 보아둔 맛집에서 식사를 하며 시원한 맥주와 막걸리로 갈증을 달랬다. 여럿이 어울려 싱그러운 햇볕 속에서 운동하고 떠들고 먹고 마시니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그때 분명히 깨달았다. 운동을 통해 육체를 혹사하면 정신을 쉬게 할 수 있다는 것과 육체적 건강을 회복함으로써 정신적 건강도 찾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사람과 자연과의 교류. 사람과의 교류는 모든 병의 회복력을 강화한다.
물론 고독을 즐기는 시간도 필요하다. 다만 나는 천성적으로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어울림이 나를 빠르게 회복시켜준 계기가 됐다.<계속>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