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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과 기억을 ‘기생 생명체’의 은유로 풀어낸 설치 및 평면 작업 |
[미술여행=엄보완 기자]갤럴리 리즈민(대구 수성구 세진로 45-2 지하층 제비101호)이 2026년 1월 19일(월)부터 1월 31일(토)까지 차오 작가의 개인전 ‘그렇게 존재하는‘ 展 전시를 개최한다.
차오 작가 개인전: '그렇게 존재하는' 전시 알림 포스터
차오 작가 개인전 ‘그렇게 존재하는‘ 는 지워지지 않는 감정과 기억이 우리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 왔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전시는 상처와 기억을 극복의 대상이나 제거해야 할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그것들이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 상태 자체를 사유의 지점으로 삼는다.
작가는 오랜 시간 억눌러 왔던 감정과 기억을기생 생명체라는 은유적 형상으로 풀어낸다. 기생 생명체는 숙주에 의존해 살아가며, 단순히 붙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숙주의 감정과 행동, 삶의 방향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는 과거의 상처와 기억이 현재의 나를 형성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은 채 형태를 바꾸고, 감정과 사고, 관계 속으로 스며들며 계속해서 작동한다.
사진: 전시장 전경
전시장에는 광목천을 오리고 꿰매어 만들어진 봉제 형태의 조형물들이 바닥과 천장, 공중에 유기적으로 배치된다. 반복적인 꿰매기 행위는 상처를 봉합하는 동시에 다시 드러내는 과정이며,불균형한 재봉선과 부드러운 질감은 감정의 불완전함과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작품들은 고정된 조각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감정적 환경을 형성한다. 관객은 그 사이를 이동하며 각기 다른 거리와 시선으로 작품을 마주하게 되고, 이는 감정을 대하는 태도 역시 하나의 방식으로 고정되지 않음을 암시한다. 본 전시는 작가가 2024년부터 진행해 온 개인 작업의 흐름을 바탕으로, 감정이 형성되고 인식되는 과정을 공간 안에서 단계적으로 구성한다.
사진: 전시장 전경 1
전시장에는 신작인 ‘기생 생명체’ 조형 작품과 더불어, 2024년 개인전 〈심지 않은 씨앗〉에 발표한 작품 일부가 함께 포함된다
<작가 노트>
나는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과 불안을 오래 품고 살아왔다. 그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통제할 수도 없었으며, 일상의 리듬과 관계, 선택에까지 지속적으로 개입했다. 애써 외면하거나 지우려 할수록 감정은 더 무거워졌고, 결국 나는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작업은 이러한 경험에서 출발한다.
나는 불안정한 감정을 내면 깊숙이 숨겨두는 대신, 외부의 대상으로 꺼내어 바라보고자 했다. 감정을 나 자신과 분리된 존재처럼 두었을 때, 비로소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었고, 그 감정이 나 자체가 아니라 ‘내 안에 머무는 무엇’이라는 인식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떠올린 이미지는 기생충이었다. 기생충은 숙주와 분리되지 않은 채 살아가며, 숙주의 삶과 행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이러한 상상을 ‘기생 생명체’라는 조형적 언어로 확장하며, 감정을 하나의 생명체로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봉제 조형은 이러한 감정을 다루는 데 가장 적절한 매체였다. 겉모습은 기괴하지만, 손으로 만졌을 때는 부드럽고 말랑한 물성을 지닌 봉제 인형은 불안정한 감정을 고통이나 부정의 이미지로만 고정하지 않는다. 꿰매어진 자국과 불완전한 형태는 감정의 흔적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동시에 감정을 다정하게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간은 하나의 마음의 구조로 작동한다. 작품들은 벽에 종속되지 않고 공간 안에 흩어지거나 군집된 형태로 존재하며, 관람자는 정해진 동선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작품과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한다. 이 작업은 상처를 없애거나 극복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떼어낼 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다. -차오
사진: 전시장 전경 2
사진: 전시장 전경 3
사진: 전시장 전경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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