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베를린 한인성당에서도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8개월 동안 교리공부도 열심히 하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 기쁘게 준비한 세분의 자매님께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또 얼마나 감사하는지, 세례를 받는 그분들의 모습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세례식을 거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세례를 받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세례를 받는 분들을 통해서
우리도 은총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식에 함께하면서 우리가 세례 받을 때의 기억을 되새기게 됩니다.
세례를 받는 분들의 모습을 통해서, 지난 날 우리가 세례를 받던 그 순간의 기억들, 그날의 다짐들, 그날 느꼈던
은총의 기억들, 감사의 마음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참 감사하고도 감격스러운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가 없는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신 것이지요. 그리고 세례를 통해서 당신에게 주어진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재확인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말씀을 통해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시고, 당신의 구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셨습니다.
예수님처럼 우리들도 세례를 받았습니다. 단지 예수님처럼 세례를 받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사셨던 그 모습처럼 살아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례 때 다짐했던 크고 작은 결심들,
그것들을 내가 잘 지켜가고 있는지, 신앙인으로서 잘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글 : 李仲基 Dominic 神父 | 馬山敎區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白髮)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微笑)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健康)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한용운 님의 「님의 침묵」중에서
아름다울 때, 즐거울 때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것은 참된 사랑이 아니겠지요.
행복할 때만이 아니라 슬퍼하고 아파할 때도 서로를 아껴주고 좋아하는 것이 참된 사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성당에 잘 나올 때,
봉사할 때만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라, 냉담하고 방황하며 죄를 지을 때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세례를 받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의 세례는 오늘날처럼 이마에 물을 뿌리는 방식이 아니라 온몸을 강물에 담그는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게다가 요르단 강물은 맑고 깨끗한 물이 아니라 진흙으로 가득한 흙탕물이었으니, 세례를 받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많은 성화가 그리듯이 거룩하고 경건한 모습이라기보다, 조금은 헝클어지고 지저분한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예수님의 모습을 보시고 하느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사랑하신 것은 예수님의 아름답고 멋진 모습만을 사랑한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물에서 방금 나와 머리가 엉망이 되었을 때도, 십자가의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실 때도 하느님께서는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딸, 내 마음에 드는 자녀이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는 까닭은 우리가 기부를 많이 해서,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꾸며서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둠의 골짜기를 지날 때도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의 걸음을 바루어 주십니다.
탕자의 돌아옴을 반기시며, 회개하는 죄인 한 명에 기뻐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거룩할 때나 비루할 때나,
홍안일 때나 백발일 때나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살아가며
우리도 하느님처럼 주변 사람들을 깊이 사랑할 수 있기를,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아플 때나 성할 때나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글 : 盧東俊 Anthony 神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