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연기된 3일이 다가와 문무왕과 그 대신들, 그리고 이름난 삼국의 고승들, 초대받은 유교의 유생들과 도교의 도인들, 성골과 진골의 귀족들 등이 궁궐을 가득 메우고 원효의 등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원효가 장엄하고 여법하게 차려진 법상에 올라 좌우를 쓱 둘러보았다. 거기에는 문무왕의 초대를 받아 왔지만 그래도 원효의 설법을 마뜩찮게 여기는 고승들이 겹겹이 줄을 지어 앉아 있었다.
그때 원효는 내심으로 팽배해 있는 그들의 아만과 교만을 먼저 꺾어 놓아야 당신의 설법이 제대로 먹혀들어갈 것 같아 거침없이 매서운 일갈을 날렸다.
昔日採百椽時雖不預會
今朝橫一棟處唯我獨能
전에 백 개의 서까래를 찾을 때에는 내가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오늘 한 개의 대들보를 놓는 데는 나 혼자 능히 그 일을 해 내는구나.
이 묵직하면서도 뼈있는 일성에 그곳에 모인 자칭 큰스님들이라는 스님들은 서리를 맞은 파초처럼 완전 기가 죽어 버렸다. 잔뜩 주눅이든 그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움에 전신을 떨어야 했다.
이제 성사의 금과옥조 같은 해설이 시작된다. 위엄과 격식을 갖추고 아무도 해설하지 못하는 그 심오한 경전을 만고의 원칙이 되도록 조목조목 풀어 나가는 그 실력에 그들은 정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사가 금강삼매경에 대한 해설서를 쓰기 이전에는 그 어느 누구도 이 경에 대한 관심과 언급이 없었다. 그러니까 성사가 이 경전에 대해 최초로 해설서를 쓰고 설법을 하신 셈이다.
그로 인해 비로소 숨어있던 금강삼매경의 가치가 일체중생에 현양되고 그 진의가 세상천지에 밝게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대승불교의 종주국이었던 중국에서 봤을 때 얼마나 당황하고 기절초풍할 일이었겠는가.
그렇게 원효의 독창적인 해설과 함께 오랜 세월의 침묵을 깨고 혜성처럼 나타난 이 금강삼매경은 보름달같이 그들의 불교세계에 휘황하게 얼굴을 내밀었던 것이다.
그것도 중국유학을 하지 않은 변방의 이상한 스님이 해설한 소疏와 함께 역으로 중국에 과감히 전해졌으니 그들의 놀라움이 얼마나 크고 황당했는지 가히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는 사건이 된다.
이 소문을 들은 당나라 학승들은 앞 다투어 그것을 구해 보기시작하였다. 그들은 이 해설서가 금강삼매경의 뜻을 막힘없이 일목요연하게 너무도 잘 드러내었다는 데 대하여 실로 감탄과 경악을 금치못하였다.
그때는 중국이 上國이어서 변방의 문화와 사람들을 무조건 오랑캐라고 완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도 중국에 한창 대승불교가 꽃을 피우던 시절이라서 그곳에서 수학하지 않은 스님들은 정식스님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던 추세였는데도 그 금강삼매경약소에 이루말할 수 없는 큰 감동과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ㅡ계속ㅡ
출처: 대승기신론 해동소 혈맥기 5_공파스님 역해_운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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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금강삼매경을 어떤 학자들은 가짜 경전이라고 하는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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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까래가 암만 기웃거려도 서까래는 서까래, 대들보는 대들보.
원효성사를 왕따놓은 분들은 세월 속에 잊혀져 간 곳 없네요.
그럼에도불구하고
불교의 종주국이었던 중국에서 만인지적이라 불리며 홀로 만인을 상대할 만한 독창적인 사상과 거침없는 해석을 하시던 분의 행적은 신화와 요석공주의 시덥잖은 가십 속에 묻혀버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감사합니다 _()_
원효대사 대따 멋지십니다. 정말 통쾌하면서도 시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