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은 이것은 사람이 쓴 게 아니고 보살이 쓴 것이 확실하다고 믿었다. 어떻게 감히 범부가 이토록 심도있게 경전의 진의를 파헤칠 수 있느냐 하면서 이것은 누가 뭐래도 보살의 걸작이 틀림없다고 추앙해 받들기 시작하였다.
그 여론이 중국 천지에 비등하자 눈 밝고 덕망 있던 큰스님들이 이 약소를 논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창하였다. 그 결과 성사가 쓰신 약소는 아무런 저항없이 결국 論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사실 신라에서 중국에 유학한 많은 스님들이 다 자기가 전공한 분야에 나름대로 소를 쓰거나 주석을 달았다. 그 중에서 유독 원효성사의 이 약소만이 그들의 요구대로 드디어 모든 대장경에 당당히 論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이다.
經은 부처님 말씀이고 論은 보살들의 글이며 疏소는 큰스님들의 해설서다. 그러므로 그들이 성사의 해설서를 보고 이것은 보통스님이 쓴 게 아니라 보살이 쓴 것이라고 확증을 해 준 것이다. 그러니까 기신론을 마명보살이 썼듯이 금강삼매경론은 원효보살이 썼다는 것이다.
이런 원효의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약소에 의해 금강삼매경은 중국불교를 뒤흔들고 그 여파로 티베트까지 들어가 티베트불교의 한 교파인 닝마파의 교과서가 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보니 성사가 열반하시고 난 뒤에는 그 어떤 스님도 감히 이 경전에 대해 더 이상 해설서를 쓸 수가 없었다. 그 영향으로 기라성같은 고승들이 즐비하던 당나라와 송나라를 거치면서도 이렇다 할 해설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明代에 가서야 원징이라는 중국스님이 처음으로 金剛三昧經注解를 쓰고 靑代에 가서 주진이라는 스님이 金剛三昧經通宗記를 쓰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중국 천지에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이 태풍처럼 휩쓸다보니 그 어느 중국스님도 감히 그분을 대적하는 해설서를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말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언제나 얕은 식견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은 이 금강삼매경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僞經이라고 한다. 또는 원효 본인이 직접 지은 자술경전이라고 한다. 또 중국에서는 경을 조작했고 신라에서 그것을 편찬했다고 한다.
사실 예로부터 중국에는 부처님경전 외에 새로 만들어진 경전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육조단경이다.
육조단경은 선종 제6대조인 혜능이 소주 지방의 대범사에서 설한 1권의 자서전적 일대기다. 그것을 원나라 종보라는 스님이 1290년에 모두 10항으로 편찬을 했다. 그러니까 혜능이 별세한 지 577년 뒤의 일이다.
달마로부터 시작된 선불교는 唐宋당송 5백여 년 동안 황금기를 이루었다. 거기서 조사의 진면목을 가장 적나라하게 잘 드러낸 분이 혜능이다. 혜능은 조사불교의 거두였으며 모든 참선자들의 표상이었다. 그래서 후대사람들이 존숭의 극치로 그분의 설법을 묶어 經이라 불러준 것이다.
엄밀한 의미로 말하면 그것은 經이 아니라 조사의 어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해박한 사상성과 간결한 문체 때문에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의 여러 나라에서 부처님 경전과 같은 특별한 대우를 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이 금강삼매경이 중국 본토에서 조작된 경전이라고 한다면 중국에 두 개의 경전이 만들어진 셈이 되는데 그러면 정말 큰 논란이 일어나게 된다.
또 그들 말대로 금강삼매경을 원효가 지었다면 선종에서 그렇게도 떠받들던 육조단경보다 더 빨리 만들어진 경전이 되는 것이라서 그들이 진정 그것을 인정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어떤 유명한 법학자 한 분은 이 경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다고 단언까지 했다. 그냥 시비가 일듯하여 가만히 듣고 있었지마는 정말 대단한 식자우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는 중국의 작품에 신라의 대안대사나 여타의 스님이 재편성한 경전이라고 한다면 원효가 그렇게 어리석은 분이 아니다. 그분이 보았을 때 경전도 아닌데 거기다가 약소를 써서 대승의 요지를 주석하실 만큼 그렇게 경전을 보는 혜안이 없으신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원효가 쓴 것이라고 한다면 중국 유학을 한 스님들이 그냥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상시에 그들이 원효를 대하는 감정을 보면 정말 큰일을 내고도 남을 사람들이었을 것이니까 그렇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자꾸 이 금강삼매경을 위경이라고 쓸데없이 분란을 일으키느냐 하면 이 경전이 가지고 있는 일심사상과 탁월한 문장구성이다.
부처님이 설하신 경전치고는 일심의 세계를 너무 정교하게 파헤치고 매우 완벽하게 전체 문장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심이 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능가경이나 해심밀경 같은 경전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러한 경전들도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하고 완벽한 사상체계와 탁월한 문장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고대 중국 사람들의 문장력과 통찰력을 감탄하기 전에 부처님은 그들보다도 억만 배나 더 수준 높고 더 월등한 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중국의 위경설은 즉시 잠재워질 수밖에 없다.
첫댓글 티벳의 모든 불교종파의 스승과 제자들이 받들어 공경하는 수행의 나침반,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감명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와우!
그 수행법이 바로 티벳 닝마파의 수행법이었네요. 그 교파의 교과서가 되기도한 금강삼매경론.
원효성사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대들보일뿐 만 아니라 인류의 새벽을 여는 위대한 스승이셨나봅니다.
참 부끄러운 후손입니다.
감사합니다 _()_
너무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