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때부터 지하철과 철도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노선도를 자세히 보곤 했었는데 그 옛날 노선 중 현재의 1호선 구간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당시(90년대 초반이 아닐까 싶습니다)에는 현재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호선 구간(서울역~청량리)가 1호선으로 표기되고 빨간색 노선이었고 이 노선과 직결되어 있는 경부선, 경인선은 현재 1호선과 같은 파란색이었으며 국철이라고 표기되어 있었죠. 분명 직결되어서 한 노선처럼 운행되는데도 불구하고 노선색도 달랐고 명칭도 달랐습니다. 오히려 경부선, 경인선과 직결되지 않아 용산에서 환승해야 하는 '용산~성북' 구간이 같은 파란색으로 표시되고 국철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혼란을 주기 쉬웠죠.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 1호선의 서울역~청량리 구간을 빨간색 대신 경부, 경인선과 같은 파란색으로 표시하고 노선명칭도 통일해서 '국철1호선'이라고 하더니 결국 현재와 같은 '1호선'으로 통일되었습니다. 그리고 '용산~성북' 구간은 '용산~덕소'구간으로 바뀌면서 명칭은 중앙선으로, 그리고 옥색으로 바뀌었죠. 1호선과 중앙선 명칭과 노선색이 현재와 같이 정착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경부선, 경인선이 지상 청량리까지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등의 혼란을 겪었으며 노선명칭과 노선색을 바꾸면서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갔는지 모릅니다.
서두가 길었는데 현재 많은 노선이 수도권에 깔려있고 앞으로도 속속 새로운 노선들이 개통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노선체계는 일부는 번호식이며 일부는 지역명을 쓰고 있어서 일관성이 없으며 앞으로 개통예정인 노선들이 개통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데
따라서 혼란이 더 커지기 전에, 그리고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노선명칭을 정하는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맞게 현재 노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 방법으로 표기 및 발음이 간편하고 여러가지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번호식 명칭이 좋다고 봅니다.
1. 분당선
현재 간선철도망을 전철화 해서 사용중인 중앙선과 특수한 목적을 가진 공항철도를 제외하면 노선도에서 번호식이 아닌 명칭을 쓰는 유일한 노선이 분당선입니다. 혼자서 번호식이 아닌 노선일 뿐 아니라 분당선의 경우 현재 '강남-성남-분당-용인'을 연결하고 있고 차후 수원까지 연장되고 수인선과도 직결되어 인천까지 가게 되는 거대한 노선이 될 예정입니다. 이런 거대한 노선에 특정지역의 이름, 그것도 일개 시에 속해있는 한 구의 이름(성남시 분당구)을 붙이는것이 과연 맞는지 논란이 일듯합니다. 비록 분당선이 분당신도시 주민들의 서울진입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수인선과 직결된 이후에는 얘기가 달라지죠. 이는 밑에 언급할 신분당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노선에 넘버링을 해 버리면 간단해집니다. 예를들어 현재 9호선까지 있으므로 분당선을 10호선이라고 한다면 발음하기도 편하고 표기도 간편하며 노선명칭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에서 비롯되는 논란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2. 신분당선
분당선과 더불이 이 노선도 명칭이 문제입니다. 현재는 신분당선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개통 전에 편의상 붙이는 명칭이며 개통 후에 정식 명칭이 될거라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개통 후 정식명칭을 그대로 '신분당선'이라고 한다면 기존 분당선과 헷갈릴 가능성이 농후하며 그럴일은 없겠지만 분당쪽에 노선이 하나 더 생기면 '신신분당선'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명칭의 경우에도 'Sinbunbang Line' 또는 'New Bundang Line' 등 괜히 글자수가 많아지고 발음하기 불편하죠. 또한 이 노선의 경우에도 강남-분당-판교를 지나며 북으로는 용산이나 도심, 남으로는 수원까지 연장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노선명 역시 일개 구의 이름을 넣는다면 노선명칭을 둘러싸고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실제로 판교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는 신분당선의 이름을 '판교선'이라고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더군요. 따라서 신분당선에도 넘버링을 해버리면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겁니다.
3. 중앙선(경원선)-경의선
현재 중앙선이라고 불리는 노선(용산~국수)는 간선철도망인 경원선(용산~회기)과 중앙선구간이 합쳐진 노선인데 편의상 중앙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경의선 복선화가 끝나면 현재 중앙선이라고 불리는 노선과 경의선이 직결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럴 경우 노선명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가 생기죠. 무려 3개의 노선(경의선, 경원선, 중앙선)이 지나는 구간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명칭만을 붙이기도 애매해집니다. 따라서 이 노선에도 넘버링을 해버리면 발음도, 표기도 편하고 간단해지며 경의선이냐 중앙선이냐 헷갈릴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4. 공항철도
이건 좀 애매하네요. 이 노선도 장차 서울역까지 오기 때문에 넘버링을 해버리면 편하긴 한데 공항철도라는 특수성이 있고 요금도 겁나게 비싸서 일반 수도권 전철과는 좀 구별되기 때문에 이놈만 특별히 예외로 두는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선을 정해보면
10호선 : 현재 분당선
11호선 : 경의선-중앙선. 단 올해 경의선이 '성산~문산' 구간만 개통되므로 일단 그 구간을 11호선이라고 명명하고 '용산~국수'구간은 중앙선이라는 명칭을 그래도 둔 후 차후에 경의선이 용산까지 개통되고 나서 중앙선과 직결된 후 직결된 노선 전체를 11호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성산~문산'구간을 경의선으로 명명했다가 차후에 11호선으로 바꾸는것보다 명칭 변경에 따른 혼란도 최소화하고 노선도, 간판 등을 변경하는데 낭비되는 예산도 줄일 수 있습니다.
12호선 : 신분당선
13호선 : 신안산선과 경춘선이 직결한다면 13호선이라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뭐 신안산선의 경우 아직 노선계획도 미정이긴 하지만...
엄연히 따로운행되는 노선인데 1호선으로 합칠필요가 없습니다. 경인선과 경부선은 운행계통이 섞여있어서 통합되었을 뿐이죠.
고속도로나 시내도로처럼 숫자도, 명칭도 다 놔두는것은 어떨까요?(기존 숫자명칭만 있는 노선 제외) 국도같은경우는 각 도시마다 안에서 명칭이 달라도, 전체적인 노선번호는 같은 경우가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