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의 아들
원제 : Tarzan Find a Son!
1939년 미국영화
감독 : 리처드 소프
제작 : 샘 짐발리스트
촬영 : 레너드 스미스
출연 : 자니 와이즈뮬러, 모린 오설리반, 자니 셰필드
헨리 스티븐슨, 헨리 윌콕슨, 이안 헌터
프리다 이네스코트
'타잔의 아들'은 자니 와이즈뮬러 주연의 4 번째 타잔입니다. 그 이전의 세 편의 영화를 통해서 늠름하고 멋진 타잔을 연기하고 제인과의 달달할 로맨스를 이끌었지만 사실 이대로 계속 끌고가는 건 식상할 수 있었습니다. 세 편의 패턴이 많이 유사했거든요. 타잔이 사는 이스카프먼트 고지대에 백인 탐험대들이 오고 그들로 인해서 타잔이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그러다 그들과 제인이 원주민부족에게 잡혀 죽을 뻔 하는 걸 타잔이 코끼리떼를 몰고 가서 제인을 구출한다... 세 편이 거의 똑같은 패턴이었습니다.
'타잔의 아들' 역시 다를 게 없는 동일한 패턴인데 차이점이 있다면 타잔과 제인 둘만의 모험에서 아들 보이를 등장시킨 겁니다. 정글에 사는 백인 가족이 타잔, 제인에서 보이라는 정글 소년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죠. 그리고 이후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은 이렇게 3인 가족의 모험으로 이끌어지지요.
영국 귀족 그레이스토크 가문의 랜싱 부부가 경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으로 가는 도중 지도에도 없는 고지대의 이상 기류에 휘말려 비행기가 추락합니다. 랜싱 부부는 사망하지만 그들의 갓난아기가 살아남고, 치타가 그 아기를 타잔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타잔과 제인은 비행기가 추락해서 부모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그 아기를 보이 라고 부르며 정글에서 아들로 키웁니다. 타잔의 아들이 이렇게 얻어진 것이지요.
5년 뒤 꼬마소년으로 자란 보이가 이제 타잔의 흉내를 내면서 정글을 뛰어다니고 행복한 가족으로 사는데, 물론 정글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 위험 때문에 제인은 보이가 자라면서 걱정이 많아지지요. 그래도 타잔은 보이를 씩씩하게 키웁니다. 그런 와중에 백인 탐험대가 그곳에 도착합니다. 보이의 부모들과 친척 관계지요. 유산 상속 문제로 온 건데 랜싱 부부 가족이 다 사망한 것을 확인해야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타잔과 제인을 만나게 되고, 제인은 그들에게 랜싱 부인의 무덤을 보여주고 그들의 사망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그런데 그들이 보이를 보고 수상쩍게 생각합니다. 랜싱과 닮았다고 느끼고 혹시 이 소년이 랜싱 부부의 친아들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지요. 이 사실이 나중에라도 알려지면 유산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으니 차라리 보이를 데려가서 유산 상속인을 만들고 자신들이 법적 후견인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타잔이 걸림돌이 되지만 그들은 제인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제인은 보이가 얼마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을지 듣고 문명사회의 혜택을 너무 잘 알기에 친자식처럼 키운 보이와 헤어지는 게 너무 슬프지만 보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무가내인 타잔을 설득할 수는 없지요. 결국 제인은 타잔까지 배신하고 보이를 돌려 보내려고 하는데....
타잔이 옳고 제인이 틀렸다... 뭐 이런 결론을 내고 있고, 백인 탐험대를 탐욕에 물든 사악한 인간들로 다루고 있긴 한데, 사실 그건 영화적 관점이고요, 엄밀히 보면 보이가 영국에 건너가는 게 맞죠. 위험한 정글에서 막대한 재산을 물려 받을 수 있는 영국 귀족가문의 아이를 원시적인 삶을 살고 있는 타잔과 제인이 키운다는 것이 말도 안되죠. 물론 5년 간 키워준 댓가로 큰 보상을 받을 수야 있지만. 하지만 타잔 영화는 정글이 오히려 안전하고 좋은 곳이고 백인들의 세상은 탐욕스럽고 추악한 곳으로 다루고 있으니 타잔이 결국 보이를 되찾고 다시 제인과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는 결말이지요.
다소 식상해 지려는 타잔 시리즈가 보이의 등장으로 새롭게 활력을 받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보이가 등장한다는 것만 빼면 이전 작품들과 판에 박은 듯 똑같습니다. 특히 직전 영화인 '타잔의 역습' 과는 유산문제로 영국에 데려가려는 상대가 제인에서 보이로 바뀌었을 뿐 거의 동일한 내용입니다. 백인 탐험대 중에서 착한자와 악당이 있고 악당이 착한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까지 복사기처럼 똑같습니다. 재미있고 호쾌하지만 내용의 다양성이 이 영화까지는 좀 한계가 있었지요. MGM의 타잔은 내용들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 단점이긴 합니다. RKO 타잔보다 재미가 있지만.
그리고 여전히 재활용 장면들이 많습니다. 타잔이 공중곡예 하듯이 줄을 타고 정글을 날라다니는 장면도 그렇고, 타잔이 코뿔소와 싸우는 장면은 '타잔의 복수' 장면을 그대로 갖고 왔지요. 그래도 실감나고 박진감 나는 장면이 넘칩니다. 가장 하일라이트는 보이가 도망쳐서 타잔을 만나러 정글을 돌파하는 장면인데 땅에서는 사자, 물에서는 악어의 추격을 아슬아슬하게 따돌리고 간신히 타잔이 갇힌 폭포로 도착하지요. 사자와 악어가 아주 바짝 쫓아오게 표현한 연출이 흥미를 높입니다.
타잔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치타의 익살이 여기서도 매우 재미난데 '타잔의 역습'에서는 타잔의 고함을 흉내내서 웃음을 주었던 치타가 여기서는 인간처럼 깔깔 웃는 장면을 재미나게 연기합니다. 진짜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타잔의 귓속말을 듣자 깔깔 웃는 모습은 명장면이지요. 그리고 보이를 연기한 자니 셰필드는 아직 매우 어린 소년이었지만 수영도 잘하고 동물도 능숙하게 잘 다루더군요. 직접 아기 코끼리 등에 올라타서 질주도 하고. 천성적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꼬마였나 봐요. 나중에 자라서 '정글소년 봄바'라는 시리즈에도 출연했으니. 엄청난 경쟁을 뚫고 보이 역에 캐스팅 된 것이라고 합니다.
제인 역의 모린 오설리반은 이 시기에 20세 후반이 되어가는 시기였는데 가장 미모가 무르익은 시절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제인과 사는 타잔이 당연히 벌거벗고 다니는 원시림의 정글이라도 행복할 수 밖에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린 오설리반은 1936년 존 패로우와 결혼했지만 결혼 후에 더 미모가 빛난 느낌입니다. 비비안 리와 굉장한 절친이었던 모린 오설리반이었는데 당시 기준으로는 비비안 리와 견주어도 뒤질 게 없는 아름다움을 발산했습니다. 결혼은 20대 중반에 한 모린 오설리반 이었지만 30세가 넘어서야 출산을 했고 그럼에도 존 패로우와의 사이에서 미아 패로우를 비롯하여 6남매나 낳았습니다.
보이가 첫 등장한 영화라는 점과 1930년대의 마지막 타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 이전까지는 여러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출연하던 타잔 영화였지만 이후부터는 자니 와이즈뮬러가 당분간 독점하게 됩니다. 그만큼 확고한 타잔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지요.
ps1 : 타잔은 지나친 가족주의자 입니다.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쌀쌀맞고 경계를 하지요. 제인은 대체로 사람들에게 친절한 온정주의자인데.
ps2 : 소설에서 타잔의 혈통은 영국 그레이스토크 가문의 부자 귀족인데, 영화에서 타잔의 혈통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신 보이를 그레이스토크 가문의 혈통으로 묘사한 것이지요.
ps3 : 이 영화까지도 타잔은 한 두 단어만 간신히 말할 정도로 아직 유창하게 말을 하지 못하는 설정입니다. 다음 영화인 '타잔의 황금' 에서 언어실력이 확 늘어나지요. 대화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이 과일 이름이 뭐요?' 라는 질문에 '음식, 먹어 (Food, Eat!')' 이런 정도 수준의 언어능력에서 비약적 발전을 하지요.
ps4 : 원래 제인이 죽는 것으로 설정되었는데 타잔 팬들의 반대로 부상에서 회복하여 사는 것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모린 오설리반이 제인 역을 그만하고 싶어했다네요. 모린 오설리반은 이후 두 번 더 제인을 연기하고 이후에 브렌다 조이스로 바뀝니다.
[출처] 타잔의 아들 (Tarzan Find a Son!, 1939년) 보이가 첫 등장한 타잔 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