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기나긴 시즌이 계속되면서 수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고, 강원은 K리그 버전의 헐시티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 별다른 두려움이 없는 신생팀 강원은 어디에서 경기를 하건 간에 승리를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잉글랜드의 헐시티는 리그 후반기에 들어서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강원이 비슷한 처지가 된다고 해도 딱히 놀라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강원의 팬들은 (비록 경기 전에 예상됐던 8천 명에는 못 미쳤지만) 그 날의 경기를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상당히 쌀쌀한 날씨였지만 선수와 팬들이 하나 되어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에 나의 마음마저 훈훈해졌었다. 강원이 헐시티라면 서울은 리버풀일까? (맨유를 4-1로 꺾은 그 리버풀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귀네슈 감독은 강원전에 앞서 5명의 스타를 선발 출장 명단에서 제외했다. 나는 지난주의 칼럼에서 귀네슈 감독이 국내리그보다는 챔피언스리그에 더 집중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2009년은 귀네슈의 한국 무대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고, 그는 K리그보다는 아시아 챔피언의 타이틀이 자신의 미래에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할 지도 모른다.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귀네슈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서울은 지난 화요일 인도네시아에서 경기를 치렀다. 장소는 수도 자카르타 아닌 팔렘방이었다. 팔렘방은 원정 팀들의 지옥과 같은 곳으로, 광양에서 주말 경기를 치른 뒤에 팔렘방으로 이동한다면 더욱 힘든 여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팔렘방은 인도네시아의 광양정도로 볼 수 있는 도시다. 물론 그렇게 큰 산업단지는 없다) 한국 대표팀은 2007 아시안컵 3~4위전 일본과의 대결을 팔렘방에서 치렀던 경험이 있다. 나도 팔렘방을 방문해 봤지만,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자카르타에서 2시간을 더 비행한 뒤 또 다시 자동차를 타고 시골길로 한참을 들어가야 했었다. 감바 오사카전은 빅게임이 분명하다. 서울이 이기면 챔피언스리그 2라운드를 향해 순항할 수 있지만, 패하면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의 경기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까닭에, 한 번 패하면 그를 만회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26경기나 더 치러야하는 K리그의 상황은 다르고, 서울이 1위가 될 수 있는 확률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또한 플레이오프제도는 서울이 반드시 1위가 되지 않아도 괜찮음을 의미할 수 있다. 1위를 하면 여러 가지 이득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차피 6위 안에만 들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강원에 맞선 서울의 스쿼드는 변함없이 수준급이었다. 귀네슈는 엄청난 규모의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고, 완벽한 주전이 아닌 선수들을 바쁘게 돌린다 해도 커다란 전력 손실이 생겨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K리그 구단들이 너무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요즘과 같은 경제 위기와는 정말 안 맞는 현실이다) 하지만 귀네슈의 계획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강원FC가 선발 출전 선수 명단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최순호 감독이었다면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출전 선수 명단을 봐라. 서울은 우리를 약체로서 무시하고 있다. 너희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마음껏 보여주고 와라!” 이러한 상황은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할 뿐 아니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실제적으로도 높아졌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서울의 문제는 게임의 절반 이상을 10명으로 치렀다는 데 있었다. 케빈의 펀치는 꽤 멋졌지만, 그로 인해 다른 선수들은 더욱 열심히 그리고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었다. 강원과의 경기는 귀네슈의 ‘성공하지 못한 도박’이었다. 만약 서울이 이겼다면 지금쯤 언론과 팬들은 ‘귀네슈는 천재가 아닐까?’ ‘귀네슈 매직은 바로 이런 거였어!’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2경기에서 10골을 몰아친 서울을 칭송하던 헤드라인들은 너무 앞서나갔었다. 전남과 시리위자야을 상대로 10골을 뽑아낸 것은 물론 훌륭했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인상적인 경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제 그러한 찬사를 받는 것은 강원의 차례가 됐다. 이 역시도 너무 성급한 분위기라 느껴지지만, 현대 언론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 됐다. 어쨌거나, 몇몇 빅클럽들이 아시안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는 사이, K리그에서는 또 다른 팀들이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척이나 긍정적인 상황이다. 최순호 감독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최순호 감독은 이 모든 시간을 ‘행복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것 같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더 많은 듀어든 칼럼을 보고 싶다면 → http://news.nate.com/hissue/list?mid=s0304&isq=3129
출처 : http://news.nate.com/view/20090316n12189?mid=s0304&isq=3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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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케빈의 펀치는 꽤 멋졌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케빈 ㅜ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사의 페널 실패 후 주먹 불끈도 귀여움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먹 불끈 쥐고 돌아서던 캐빈.. 쿨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케비니 완소임ㅋㅋㅋ
케빈의 펀치는 멋지긴 멋지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는 안해쓰면 좋겠지만...ㄷㄷㄷㄷ
난 서울경기 인상적이었는데..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 지네요. 항상 좋은 글... 강원FC 초반 돌풍은 K리그에 강한 활력소가 되는건 사실 이니까 앞으로 더욱 기대 됩니다.
오늘 대승하세요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