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아빠와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우리말(모국어)을 배우지요. 말이 없다면 어떨까요? 내 마음과 생각을 전하는 것, 무언가를 배우고 아는 것, 생각하는 것 모두 아주 어려울 거예요. 외국에 갔을 때 무얼 물어야 하는데 그 나라 말을 모르고, 그 나라 사람은 우리말을 못 알아듣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금세 알 수 있겠지요?
이 책을 쓴 아서 비나드는 미국에서 태어나, 1990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일본으로 건너 왔어요. 그리고 일본어로 시를 쓰고 번역을 해 왔어요. 그래서 두 언어를 배우고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깊이 있게 경험했지요. 그래서 그 ‘발견’을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영어 안경’이라는 장치를 생각해 냈어요. 그렇다면 왜 하필 안경일까요?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 전달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렌즈의 역할도 해요. 영어를 쓰며 자란 사람은 ‘영어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일본어를 쓰며 자란 사람은 ‘일본어 안경’을 쓰고 생활해요. 그리고 새로운 언어 안으로 헤치고 들어가면 ‘안경 바꿔 쓰기’가 가능해지지요.”
『외국어는 안경』 의 주인공 류지는 안경 가게 체험 행사로, ‘영어 안경’을 써 보아요. 그러자 횡단보도가 마치 얼룩말처럼 보여요. 아저씨가 횡단보도가 영어로 ‘제브러 크로싱(zebra-crossing)’이라고 가르쳐 주죠. 가지(eggplant)가 마치 보라색 알처럼 보이고 달걀 프라이(sunnyside-up)는 태양처럼 보이는 거예요. 이런 신기한 안경이 있다면 외국어 배우는 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는 우리가 항상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언어’라는 틀 안에서 거기에 맞추어 세상을 보고 있는지도 몰라요. 작가는 언어 안경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요.
“영어로 공벌레를 ‘필 버그(pill bug)’라고 해요.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는 벌레의 모습을 ‘알약’에 비유하여 표현한 거예요. 모양도 크기도 딱 들어맞는 이름이지요. 그런데 일본어 ‘단고무시(경단 벌레)’라는 이름을 알면 좀 다르게 보여요. 필 버그들이 둥글둥글한 경단처럼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지요. 또 걷는 모습도 어딘가 풍채 좋게 보여요.
사마귀는 영어로 ‘프레잉 맨티스(praying mantis)’라고 해요. 기도하는 듯한 손의 움직임과 신비한 얼굴 생김새를 ‘기도하는 예언자’로 비유한 것이지요. 그런데 사마귀의 일본어 ‘가마키리’를 알게 되니 사마귀들이 한층 전율스러운 존재로 느껴졌어요. 낫(가마) 같은 앞발로 공기를 데꺽 자르며 파리를 잡는 모습이 가마키리라는 말의 울림을 통해 전해지지요.”
이 그림책의 안경점 주인아저씨는 영어를 남발하고, 수다스러우면서도 유쾌한 태도로 가르침을 전해 주어요. 왠지 작가인 아서 비나드 본인의 모습을 닮아 있는 듯하죠. 이 주인아저씨를 따라 쉽게 술술 읽히고, 내용도 그림도 유쾌한 그림책을 읽으며 언어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요.
왜 풍족해져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슬로 라이프’라는 행복의 비밀을 찾아서
쓰지 신이치 글 / 모리 마사유키 그림/ 송태욱 옮김
46배판 변형 / 32쪽 / 12,000원
어떨 때 행복하다고 느끼나요? 멋진 물건을 가졌을 때? 그런데 조금 지나면 또 더 멋진 것을 갖고 싶어지기도 하잖아요. 목표로 삼은 일을 이루었을 때 행복하죠. 그렇지만 늘 목표를 쫓아가는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만 보여요.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불쾌해지죠. 아,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행복은 어떤 맛?』을 쓴 쓰지 신이치 선생님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인류학자예요. ‘슬로 라이프’라는 행복의 비밀을 찾아 책의 주인공 마야와 우리를 남아메리카의 페페 펠리시다의 커피 농장으로 데리고 가요.
“남아메리카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자연(그중에서도 나무늘보라는 동물)은 ‘천천히 해도 돼.’라고 부드럽게 속삭여 주었다. ‘얼마나 풍요로운가보다 행복한가 아닌가가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헌법에까지 써 넣은 부탄이라는 나라도 있었다. 여러 만남을 거듭하는 중에 행복이라는 말이 내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농장을 지켜 온 자카란다 나무가 들려주는 페페 펠리시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합니다. 커피 농장에서 자란 페페 할아버지는 대도시에서 대학을 다닌 뒤 댐과 다리를 지었대요. 하지만 늘 마음이 무거웠고 몸이 아팠대요. 할아버지는 물었겠지요. “생활이 편리해지면 행복해질까?” “왜 풍족해져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러던 어느 날 나무늘보를 만나 ‘천천히, 천천히’라는 어렸을 적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커피 농장으로 돌아와 가족과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죠. 그런데 농약 때문에 아픈 사람과 동물이 생겨납니다. “사람들만 행복하면 모두 다 좋은 걸까? 고양이한테, 물고기한테, 버섯한테, 나무한테 행복이란 뭘까?” 하는 질문을 품게 되면서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유기농을 하게 되었어요. 나아가 사치오씨를 만나 일본과 최초로 공정무역을 하게 되지요.
행복이란 걸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이 이야기 속 페페 할아버지처럼, ‘같이 있어 온’ 기적에 감사하는 건 행복의 첫걸음일 거예요. 그리고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천천히’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페페 할아버지가 던졌던 질문들을 한 번씩 떠올려 보며 곰곰이 생각해 보아요.
외국어는안경_보도자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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