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0415 한강이랑 금당산

[범고개]

어제는 안간다더니 아침엔 간다고 한다.

아침을 안먹었다기에 산 입구에서 호떡을 먹으라 하니

오뎅 3개를 2천원에 먹는다.

원광대한방병원 앞을 지나 썪어있는 나무계단을 오른다.

어제 꽤 걸었음에도 금방 숨이 차 오른다.

진달래는 모두 지고 철쭉이 피어나고 참나무들이나 오리나무 들도 연두빛이 짙어졌다.

이러저러 할 이야기가 많다.

나의 이야기를 줄이고 그가 묻는 말에만 답해주려 맘 먹은데도

잔소리가 길어지려 한다.

3, 4월에 본 모의고사 이야기를 하다가 무슨 과 공부를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

과목별 등급이나 과별로 다른 등급, 수시나 정시 등 난 대학입시 방법을 통 모르겠다.

조선의 사림 등 역사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걸으니 다른 사람들이 추월해 가곤 한다.

고3이 되어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 더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아빠랑 이야기하고 걸으니 덜 힘들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

느긋하게 한시간이 다 걸려 금당정에 도착한다.

건너편 무등은 누런 황사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앞의 산록은 연록으로 

생명력이 솟아오르는데 사방 산인 이런 곳에서조차 앞산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를 파멸시키는 것이 무엇일지 우리는 모른다.

물병과 초코바를 주며 먹으라하는데 별로 즐기지 않는다.

키도 크지만 덩치는 더 커져 비만인 듯한데 그걸 의식하는 모양이다.

금당정에 올 때마다 기둥의 주련의 한자글씨만 익혀도 그게 살아있는 공부일 수도 있다고 

말을 하는데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버지(부모)와 형제와의 공부, 서로 드러내고 살아가는 

'이웃과의 공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교실에서 뭘 배울까? 모여서 공부하니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겠지.

삼흥정을 어찌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제 많이 느긋해졌다. 

삼흥정에서 다시 올라 암반을 내려오는 길에서 아이의 발길은 미끄러진다.

신발은 어디서 샀는지 정체를 모르겠다.

내가 어찌 그의 생활을 알리요. 손을 잡아줄까 하다가 일부러 바위 끝 철쭉을 보며

그를 멀리 두고 사진을 찍어준다. 손도 V자를 그려준다.

황새정을 지나 마사토길에서 미끄러지며 천천히 이야기 나누며 걸으니 벌써 12시를 넘었다.

고3학생을 데리고 너무 많은 시간을 뺏은 건 아닌가?

나의 고3시절은 어떠하였으까?

술마시고 담배 피우는 친구가 많으냐고 물으니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한다.

중학생은 고등학생을 무서워 하는데 초등학생들은 겁이 없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에도 있었던가? 달라졌겠지.

12시 반이 지나 풍암정을 지나 어느 식당에 들를까를 묻는다.

4km 남짓의 짧은 산길을 길게 걸었다.

고기 좋아하는 놈이 고기를 별로라니 중국집 금당에 가서 그는 짬뽕을 먹고 난

새우볶음밥을 시킨다. 탕수육은 안시켜 주냐해 작은 걸로 시킨다.

볶음밥은 딱딱하고 탕수육은 하얗게 부드럽다.

어제 빗속에 캠페인하고 저녁까지 열정을 태운 바보는 아파 약 사달라 했는데

약 사서는 산에 다녀 왔으니 많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