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16 참회의 본질과 감정
삶을 바꾸고 싶은 수행자가에게 필요한 기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 둘째, 경험을 선택하여 주의력을 붙이고 떼는 기술입니다. 참회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참회는 내 마음과 네 마음의 두 가지 분야로 구분됩니다. 잘못을 해서 원한이 쌓였습니다. 내 마음에는 죄책감이 상대의 마음에는 원한이 축적되었습니다. 일단 구분해보겠습니다. 무엇이 내가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일까요? 내 마음? 네 마음?
참회를 한다는 것은 철저히 내 마음 속 죄책감을 씻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는 할 수 있는 일이요, 상대방의 원한을 해결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해당됩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내가 참회한다고 상대도 원한을 풀어줄 것이다? 끝까지 오만하게 상대를 조종하려고 드는 어리석음입니다. 기대도 하지 말고 그저 내 죄책감을 풀어내세요. 참회하고 사과하는 진심을 보이면 됩니다.
'내가 사과했는데 화를 안 풀어?'
이런 태도 매우 불손합니다.
참회의 본질에는 감정이라는 주제가 존재합니다. 죄책감과 원한 모두 감정입니다. 참회를 하는 이유는 이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내 마음의 허물이 되고, 내 삶의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편함과 고통이 없다면 사실 중생 중 누가 빚을 갚고 싶어하겠습니까? 도둑놈 심보로 떼먹고 싶지.
세상은 무서운 면이 있습니다. 이치에 의해 차갑게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습니다. 빚을 갚지 못하면, 그 악업에 의해 결국 예외 없이 고통이 찾아옵니다. 산으로 도망가도, 바닷속으로 숨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끈질기게 끝까지 쫓아옵니다. 이것을 피해고 싶어서 참회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빚을 갚았다는 지표는 다름 아니라 감정입니다. 내 마음을 괴롭히던 감정이 전부 소진되면, 더 이상 관련된 기억이 나를 괴롭히지 않습니다. 상대방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상대방 역시 분노와 원한이라는 감정을 소화한다면 진정으로 나를 용서해줄 것입니다. 결국은 참회의 과정 속 핵심은 이렇듯 나와 너의 감정을 소화시키는 것입니다.
해결되지 못한 감정은 똥입니다. 이 감정을 그대로 쌓아 놓으면 마음은 푸세식 화장실이 될 것입니다. 눈빛에서도 말투에서도 몸짓에서도 생각에서도 온통 똥냄새를 풍기게 됩니다.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면, 진정으로 교양을 지니고 싶다면 감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청소를 해야죠. 지금 화장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옷 잘 입고, 집 청소하며, 몸 씻는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해봐야 근본적 악취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논전에서는 부정적 감정이 일어날 때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항의하며 화를 표현하지 말고, 그냥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죠. 여기까지는 지침이 단순합니다. 그래서 많은 보살들이 논전을 통해 이를 실천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감정이 해결된다고 착각합니다. 화가 날 때 절제하고 인욕하는 이유는 그 힘으로 분노를 다스리고 소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입니다. 즉, 절제하며 가만히 있는 것과 감정을 소화시키는 것은 별개라는 의미입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고 감정을 소화시키는 것도 그만두라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하세요.
둘째, 언제까지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잠깐 가만히 있으면 모든게 해결된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기도할 때 100% 성공률을 보입니다.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정성을 들여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비가 안 오면 멈추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감정이 완전히 소화되었다고 판단될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화가 났으면 말도 하지 말고, 편지도 쓰지 말고, 카톡도 하지 말고, 전화도 하지 말고 그냥 내 감정만 바라봅니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소화가 될 때까지 직면한 채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소화시키는 과정입니다.
사실 참회도 초기에 소화를 했다면 어렵지 않은 문제입니다. 부정적 감정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의 감정을 소화하고, 상대방에게는 사과를 했다면 빚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붙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타이밍에 감정에 사로잡혔고, 이로 인해 실수를 했으며, 악업을 저질렀다는 자각조차 없이 번뇌에 잡아 먹혔을 것입니다. 그래서 감정이 곪아버렸습니다. 썩어서 부패된 감정은 매우 복잡하기에, 갓 생겨난 분노처럼 쉽게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방법이 없습니다. 치워야죠. 다 해결될때까지 소화시켜야 합니다. 책임지지 않으면 삶 전반에 악취가 풍기게 되니까요.
삼보와 보리심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신심이 일어나고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보살수행자는 마음 속 악취를 제거하는데 이 신심을 활용합니다. 일종의 성능 좋은 물비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물비누에 의지하면 마음 속 똥을 조금이라도 빨리 치울 수 있으니까요. 삼보에 귀의하고, 삼보에 공양 올리며, 삼보를 찬탄하는 마음이야말고 가장 쉽게 감정을 소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합니다. 이 똥 냄새가 지긋지긋하고 빨리 벗어나고 싶은 수행자에게 이 효과 좋은 물비누는 큰 희소식입니다. 희망이 보이는 것입니다.
썩어 버린 감정 그리고 파생되는 마음 작용에서 주의력을 거두세요. 이것이 행복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워낙 그 감정의 블랙홀이 강렬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띠의 활용이 어렵습니다. 이를 마음의 허물이라고 하고 장애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방편을 써야죠. 그것이 이 감정을 청소하는 참회입니다. 참회의 원리와 핵심이 조금 더 이해되셨나요?
공지 리마인드
하나, 백중 100일 기도 안내
https://cafe.daum.net/everyday1bean/TqU/1382?svc=cafeapi
사띠수업 공개 커리큘럼 신청하기 : https://www.buddhaschool.co.kr/apply/sati
어른수업 공개 커리큘럼 신청하기 : https://www.buddhaschool.co.kr/apply/adult
붓다스쿨 온라인 학교 정식 입학 신청 : https://forms.gle/UMZuNmY5S87JkQBw5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