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오륜가
주세붕
<1연>
사람 사람마다 이 말씀 드러사라
이 말씀 아니면 사람이오 사람 아니니
이 말씀 닛디 말오 배호고야 마로리이다.
<2연>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부모곳 아니시면 내몸이 업실낫다
이 덕(德)을 갚아려 하니 하늘 가이 업스샷다
<3연>
종과 항것과를 뉘라셔 삼시신고
벌와 가여미와 이 뜻을 몬져 아니
한 마음애 두 뜻업시 속이디나 마옵새이다
<4연>
지아비 밧갈나 간 데 밥고리 이고 가
반상(飯床)을 들오데 눈ㅅ버의 마초이다.
친코도 고마오시니 손이시나 다라실가
<5연>
늙으니는 부모같고 얼운은 형같으니
같은데 불공(不恭)하면 어데가 다를고
날로서 맞이어시단 절하고야 마로리이다.
♣어구풀이
<1연>
-드러사라 : 들으려므나. 들어버려므나.
-사람이오 : 사람이면서
-닛디 : 잊지
-말오 : 말고, ‘ㄹ’음 아래 ‘ㄱ’탈락 현상에 의해 ‘말오’로 표기.
-배호고야 : 배우고야. 배우고서야.
-마로리이다 : 말 것입니다.
<2연>
-부모(父母)곳 : 부모가, ‘곳’은 강세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
-아니시면 : 아니계셨더라면.
-업실낫다 : 없으렷다.
-갚아려 하니 : 갚으려고 하니.
-가이 : 끝이
-업스삿다 : 없도다, 없으시도다.
<3연>
-종 ; 노예, 머슴
-항것 : 주인, 상전(上典)
-뉘라서 : 누가, fkㅣ라서’는 주격조사.
-삼시신고 : 만들어 내 있는고, 기본형은 ‘삼기다’
-벌와 : 벌과, ‘ㄹ’ 아래 ‘ㄱ’탈락 현상에 의해 ‘벌와’로 표기.
-가여미와 : 개미가, ‘가여미’는 개미, ‘ㅣ’모음 아래 ‘ㄱ’탈락에 의해 ‘와’로 표기
-몬져 : 먼저,
-속이디나 : 속이지나.
-마옵새이다 : 마옵시다. 마십시다.
<4연>
-지아비 : 남편이, ‘지아비+zero 주격’ 형태
-밧갈나 : 밭을 갈러 , ‘갈나’는 ‘갈라’의 우철(誤綴)
-간 데 : 간 곳에
-밥고리 : 밥 담는 그릇, 밥을 담는 광주리, 짝과 같은 뜻
-반상(飯床) : 밥상
-들오데 : 들되
-눈섭의 : 눈썹에, ‘의’는 처소격 조사
-마초이다. : 맞춥니다. ‘마조’는 동사 어간. ‘이다’는 존칭 서술형 어미
-눈썹의 마초이다 : ‘거안제미(擧案齊眉)’, 즉, ‘상을 들되 눈썹과 가지런히 되게 높이
든다’라는 고사에서 온 말.
-고마오시니 : 고마우신 이. 고마우신 분(사람)
-손이시나 : ‘이시나’는 존칭 비교격 조사.
-다라실가 : 다르실까.
<5연>
-늙으니 : 늙은 이
-얼운 : 어른, ‘얼우다’에서 파생된 전성 명사
-불공(不恭)하면 : 공손하지 않으면
-날로서 : 날로서는, 나로서는,
-맞이어시단 : 맞이하게 되면야
-마로리이다 : 멀 것입니다.
♣해설
<1연>
초장 : 모든 사람들은 이 말씀(삼강오륜)을 들으려므나
중장 : 이 말씀을 아니 들으면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아닌 것이니
종장 : 이 말씀을 잊지 말고 배우고서야 말 것입니다.
<2연>
초장 : 아버님께서 날 낳아 주시고 어머님께서 날 길러 주셨으니
중장 : 부모님이 아니셨더라면 이 몸도 없었을 것이다.
종장 : 이 은혜를 갚으려고 하니 그 은혜가 하늘 같이 끝이 없구나
<3연>
초장 : 종과 상전의 구분을 누가 만들어 내었는가
중장 : 벌과 개미들이 이러한 뜻을 먼저 알도다
종장 : 안 마음에 두 뜻을 가지지 않도록 속이지나 마십시오.
<4연>
초장 : 지아비가 밭 갈러 간 곳에 밥고리를 이고 가서
중장 : 밥상을 들어 눈썹과 맞춤니다.(곧 눈썹 높이에까지 공손히 받듭니다)
종장 : 친하고도 고마운 분, 손님을 공손히 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5연>
초장 : 늙은이는 부모와 같고 나이가 약간 든 어른은 형과 같으니
중장 : 한결같이 공손하지 않으면 어디가 다르다 하겠는가
종장 : 나로서는 맞이하게 되면 인사를 드리고 말 것입니다.
♣전체감상
위의 ‘오륜가(五倫歌)’는 유교사상(儒敎思想)에 입각한 교훈적이며 도덕적인 노래이다. 1연은 서시(序詩)로써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으며, 2연은 오륜 가운데 부자유친(父子有親)에 해당하는 것으로, 부모의 은혜가 하늘 같이 높음을 노래하고 있다. 3연은 오륜 가운데 군신유의(君臣有義)에 해당하는 것으로, 초장에서의 ‘종’과 ‘상전’은 각각 ‘백성’과 ‘임금’을 비유하는 듯하며 백성들 즉, 신하들은 임금에 대하여 두 마음을 지님이 없이 오로지 충성을 다하여햐 함을 노래하고 있다. 4연은 오륜 가운데 부부유별(夫婦有別)을 노래한 것이다. 당시, 아내에게 있어서 남편은 하늘 같은 존재였으므로 밥상까지도 삼가고 공경스런 마음으로 받을어야 한다. 중장은 후한 때 양홍(梁鴻)의 처 맹광(孟光)이 남편을 지극히 섬기어 ‘거안제미(擧案齊眉:상을 들되 눈썹과 가지런히 되게 높여 든다)하였다는 고사를 이끌어, 남편에 대한 지극한 공경의 뜻을 나타내었다. 5연은 오륜 가운데 장유유서(長幼有序)에 해당하는 것으로, 노인들을 부모나 형과 같이 공손되이 모셔야 함을 강조하는 노래이다. 이 시조는 상투적인 한문투에서 벗어나 쉬운 말로 엮어 나갔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한 작품이라 하겠다.
♣작가소개
주세붕(周世鵬, 1495~1554) : 자는 경유(景游), 호는 신재(愼齋), 무릉도인(武陵道人), 조선 명종 때의 문신, 학자, 1522년(중종 17년)에 별시(別試)에 급제, 승문원 정자(承文院正字), 부수찬(副修撰) 등을 지냄. 명종 9년 풍기군수(豐基郡守) 당시 백운동 서원(白雲洞書院)을 세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서원(書院)을 세운 학자. 주요 저서로 「무릉잡고(武陵雜稿)」 경기체가형식의 「도동곡(道東曲)」 · 「엄연곡(儼然曲)」 · 「태평곡(太平曲)」 · 「육현가(六賢歌)」외 시조 14수 등이 있다.
첫댓글
삼강오륜을 익히네요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올해도 다 쓰고 이틀만 남았습니다.
마지막 하루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오늘 하루도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