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302 --- 나무도 옷이 날개이지 싶다
허름한 빈 가지가 참으로 쓸쓸해 보인다. 바람에 시달리며 너무 견디기 힘들어 징징 울음소리가 들리지 싶다. 평화롭던 지난날이 몹시 그리울 것이다. 눈이라도 소복하게 내려 헐벗어 거뭇거뭇한 가지를 덮어주고 입혀주면 그래도 한결 낫지 싶다. 그러다가 겨울을 나고 봄이 되어 새싹을 내밀고 활짝 꽃이 피면, 비로소 나무는 다시 활기 넘치고 돋보이며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 너도나도 봄나들이 나선다. 점점 녹음으로 채워 무성한 숲이 되고 싱그러움이 넘치며 큰 그늘까지 만들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다시 가을에 울긋불긋 물들면 그 자체가 하나의 꽃이면서 불길로 단풍놀이에 아우성이다. 나무는 해마다 반복되는 과정을 맞이해도 그때마다 처음인 것처럼 새롭기만 하다. 잎은 나무의 옷이나 다름없지 싶다. 한 해 동안 빈 가지에서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새로운 모습에 신선하다. 새싹에서 신록이 있고 녹음이 있고 단풍이 있다. 이처럼 나무도 옷을 갈아입으면 달라 보이는데 사람이라고 다를 리 없다. 사람은 계절마다 옷차림이 다르다. 같은 계절이라도 의도적으로 자주 옷을 갈아입는다.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치장하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며 뽐낸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확실히 다르다. 반바지, 긴바지, 치마, 양복, 한복으로 구분하지 않아도 천태만상이라고 할 것이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어 그에 걸맞게 맵시를 보인다. 우아하고, 꼴사납고, 돋보이고, 꼬질꼬질하고, 젊어 보이고, 늙어 보이기까지 제멋대로다. 단순히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입는다. 그만큼 옷이 날개라고 한다. 무슨 옷을 누가 어떻게 입는지 따라 신분이 달라 보이기까지 한다. 교양이 있고 위엄까지 곁들여지지 싶다. 속이야 어떻든 겉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나무가 알몸을 드러낸 썰렁한 빈 가지에서 새싹의 신록으로 풋풋함이 묻어나오고 무성한 녹음에서 넉넉함이 넘치며 단풍의 물결에서 스스로 자신을 태우는 것과 같은 분위기에서 비교될 수도 있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