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지교(刎頸之交)와 시도지교(市道之交)
[권해조 문화칼럼]
오늘은 친구에 대하여 알아본다. 최근 어느 연구소에서 장수한 사람은 친구 수에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친구라고 다 친구는 아니며 친구의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우선 고사성어(故事成語)에 나오는 친구도 여러 종류이다. 문경지교(刎頸之交), 관포지교(管鮑지교), 금란지교(金蘭之交), 금석지교(金石之交), 빈한지교(貧寒之交), 지란지교(芝蘭之交), 막역지우(莫逆之友), 시도지교(市道之交), 주식형제(酒食兄弟) 등이 있다.
먼저 중국 전한(前漢)시대 사마천(司馬遷: BC145-BC86)의 사기열전(史記列傳) 염파(廉頗) 인상여(藺相如) 열전에 문경지교(刎頸之交)와 시도지교(市道之交)가 나온다.
문경지교는 생사를 같이하는 벗이다. 인상여는 조(趙)나라 혜문왕의 충신 목현의 식객이었으나, 초(楚)나라 화씨(和氏)의 보물인 구슬을 지킨 공으로 상대부 높은 벼슬에 이어 상경(上卿) 자리까지 얻었다.
그러자 당시 조나라 명장(名將)인 염파(廉頗)가 자기보다 높은 직위에 오른 인상여에 격분해 제거하려하자, 인상여는 염파를 피했다. 인상여 부하들은 그런 인상여의 태도에 불만을 품자 인상여는 “지금 진나라가 우리 조나라를 침범 못하는 것은 염파장군과 나와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니, 국가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개인의 원한은 뒤로 생각하기 때문이오.”라고 하자 부하들은 크게 감동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염파장군도 크게 뉘우치고 인상여를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두 사람은 문경지교를 맺고 죽는 날까지 일신동체(一身同體)같이 지냈다한다.
한편 그와 반대 뜻인 시도지교(市道之交)란 말이 나온다. 이는 평소 식객이 많았던 염파장군이 진(秦)나라와 싸움에서 패하여 벼슬에서 물러나자 염파식객들이 모두 그를 떠났다. 그런데 얼마 후 염파가 다시 등장하자 식객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이와 같이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아첨하며 구차스런 짓을 하는 일을 아유구용(阿諭苟容)이라 하며, 시장과 길거리의 장사꾼처럼 단지 자기 이익만을 위한 교제나 이해득실에 따른 진실하지 못한 사귐을 시도지교(市道之交)라 한다.
그리고 사기 관중열전(管仲列傳)에 ‘관중과 포숙의 사귐이란 뜻’으로 매우 다정하고 허물없는 친구사이인 관포지교(管鮑之交)가 나온다. 춘추 전국시절에 제(齊)나라에 집이 가난한 관중(管仲) 관이오(管夷吾)와 부유한 포숙아(鮑叔牙)가 살았는데, 이 포숙아는 어릴 때 관중과 장사를 같이하면서 관중에게 많은 이익을 주면서도 탐욕스럽다고 보지 않았고, 관중이 일을 잘못해도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고, 관중이 세 번 벼슬에서 쫓겨나도 어리석다하지 않고, 전쟁에서 세 번 달아나도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관중이 감옥에 갔을 때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에 관중도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선생이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라 하면서 포숙아를 극찬하였고, 두 사람은 제나라를 다스리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 밖에도 금이나 돌같이 사귐이 굳고 변함이 없는 관계를 금석지교(金石之交), 친구사이가 쇠보다 굳고 향기가 난초 같다는 금란지교(金蘭之交), 깨끗하고도 밝은 벗 사이의 교제인 지란지교(芝蘭之交), 물과 물고기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친밀한 관계인 수어지교(水魚之交), 가난할 때의 참다운 친구라는 빈천지교(貧賤之交)와 빈한지교(貧寒之交) 등이 있다.
한편 「명심보감」 교우편(交友篇)에 '주식형제천개유(酒食兄弟千個有), 급난지붕일개무(急難之朋一個無)'란 말이 있다. 이는 공자가 한 말로 ‘술 먹고 밥 먹을 땐 형, 동생 하는 친구가 천 명이나 있지만,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그 사람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현재 나의 친구들이 주식형제(酒食兄弟)인지, 급난지붕(急難之朋)인지, 동시에 나는 그들에게 과연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속담에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고, 정승이 죽으면 텅텅 빈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 세상이란 염량세태(炎凉世態)라서 잘 나갈 때는 친구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 라는 글귀처럼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듯이, 어렵고 위험한 처지를 겪어봐야 인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친구는 네 가지 종류로 나누기도 한다.
(1) 자기가 좋을 때만 찾는 꽃과 같은 친구인 화우(花友)
(2) 자기이익에 따라 저울과 같이 움직이는 친구인 추우(錘友)
(3) 안식처와 다름없는 산과 같이 편안하고 든든한 친구인 산우(山友)
(4) 언제나 한결같은 땅과 같은 친구인 지우(地友)이다.
그리고 「논어」의 계씨편(季氏篇)에는 공자가 제시한 친구의 세 가지 기준이 나온다.
유익한 세 친구인 익자삼우(益者三友)는 (1) 정직한 사람, (2) 신의가 있는 사람, (3) 견문이 많은 사람이다. 반면 해로운 세 친구인 손자삼우(損者三友)는 (1) 아첨하는 사람, (2) 줏대 없는 사람, (3) 겉으로만 친한 척하고 성의가 없는 사람이라 하였다.
세상에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주위에 마음을 기댈 친구가 없다면 그 사람은 불행한 인생임에 틀림없다. 좋은 친구를 얻는 일은 전적으로 자신에 달려 있다. 과연 '참된 친구'란 어떤 친구일까? 나의 참된 친구는 몇 명일까? 차제에 자신부터 어디에 해당되는 친구인가 살피고 더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첫댓글 오래된 친구,
동창들, 학부모.
등등 여러 유형의 친구들이 있겠으나 언제부턴가 하하님들을 만나는 횟수가 가장 많아요.
좋은 친구를 얻는것도 좋겠으나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