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교회도 있습니다.
이웃교회 목사님께로부터 반가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같은 노회 소속의 약한 교회를 섬기다가 건강이 여의치 않아서 교회에 폐를 끼치기 싫다며, 은퇴를 3년 앞두고 올 초에 은퇴하신 목사님께서 오셨다며, 월요일 저녁에 함께 식사를 했으면 하는 전화이셨습니다.
이분은 약한 교회 달력 지원 사역시 처음 두해는 수혜를 받다가 교우분들에게
본 교회보다 더 약한 교회들이 혜택을 받게 하자며 달력값을 보내 오신 분이십니다.
그렇게 교류를 하던 중 지난해 후반기에 연락을 해 오시며 후임자를 찾고 있다 하셨습니다.
이유를 묻자 교회 관리를 위하여 일을 하다가 어깨를 다쳤는데, 잘 낫지 않고 있다며 약한 농촌교회가 활성화되려면 자신이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기 은퇴를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내려 놓으려는 낮아짐을 실천하시는 선배 목사님의 행함을 보면서 숙연해짐을 느꼈습니다.
주변의 지인분들과 교우분들까지 말렸지만 끝내 이분은 별다른 은퇴식조차 없이 이사를 가셨습니다.
올해 69년이 되는 자립 대상인 농촌교회의 후임자를 어렵게 결정해 놓고서 타 지역으로 떠나신 것입니다.
그러했던 분이 양구를 방문한다며 연락을 주신 것입니다.
그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들었던 가슴 따뜻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50대 초반의 후임 목사님을 청빙하는 과정에서 미자립 교회이기에 젊은 목회자들이 거쳐가는 교회로 여기지나 않을 것인가를 물었을 때 후임자 분은 농촌목회가 소명임을 밝히셨고, 심지어 마을목회를 지향한다고 하셨다 합니다.
더욱 감동적인 이야기는 지난 4월 14일 주일이 교회 설립 69주년이어서 기념예배를 드렸는데, 후임 목사님께서 타 지역에 사시는 전임 목사님과 그 교회에서 여전도사로 27년을 시무하셨던 여 전도사님을 초청하여 기념예배를 드렸다 합니다.
후임 목사께서 사회를 보시고 설교는 은퇴한 전임 목사께서, 그리고 여자 전도사님이 축사를 하시는 보기 드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였다 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전임 목회자와 후임 목회자간의 알력으로 많은 교회들이 어려움에 처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교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비록 작은 시골교회이지만 3대 목회자들이 교회 설립을 기념하며 드리는 예배 순서를 맡아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는 소식은 뜻깊은 미담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의 주인(머리)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라”고요. 그런데 정작 교회 현장에서 그 말과 고백대로 실현하는 교회를 찾기가 여의치 않는 것이 한국교회의 솔직한 자화상입니다.
겉으로는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예수님)이시라 하지만, 실제 주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목사나 장로, 권사인 교회들이 많은 것이 가슴 아픈 조국교회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세태속에 미자립 농촌교회이지만,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며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고 자신을 내려 놓는 낮아짐을 구현해 보인 은퇴 목사님의 순백한 마음과 믿음이 참으로 귀해 보입니다.
또한 어려운 농촌교회로 자신을 부르신다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전적으로 순종하면서 조건과 여건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르심에 응답하며 농촌교회를 활성화 시키려고 애쓰시는 후임 목사님의 소명과 헌신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귀해 보입니다.
조국교회가 처한 현실이 어려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구석구석 그루터기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남은자들이 있는 한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를 향한 긍휼하심을 거두지 않으실 것이라 믿습니다.
누구든지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니 이는 나 여호와의 말대로 시온 산과 예루살렘에서 피할 자가 있을 것임이요 남은 자 중에 나 여호와의 부름을 받을 자가 있을 것임이니라(요엘2:32)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