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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超>(이하; 슈퍼) 52화에서 오반은 평화로운 세대의 한 측면을 보여줍니다. 전사가 아닌 학자로서요. 이는 단순히 슈퍼에서 벌어진 [손오반]이라는 캐릭터의 유실도 아니고, 재설정도 아니며, 따라서 오류도 아닙니다. 그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캐릭터거든요.
분명한 스승도 없고, 친구도 없는, 경쟁할 라이벌도 없던 손오반에게 수행은 사실 남일입니다. 아들세대인 그에게는 사실 책임이 없어요.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전투를 되풀이 해왔고, 끝내 전투 하나하나에 자책을 합니다. 그리고 악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극단적인 성향을 갖게됩니다.
'악'을 자신의 정의로 삼았던 캐릭터는 동시대 만화 <바람의 검심>에서도 있었습니다. [사이토 하지메] 는 '악즉참' 이라는 자신만의 '정의'를 갖고 있습니다. 타인이 대상을 뭐라고 생각하던 자신이 생각했을 때 '악'이라면 즉시 베어버린다는 정의를 갖고 있습니다. [사가라 사노스케] 는 자신이 믿었던 정의(적보대 등)가 악으로 추대당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이런 것이 정의라면 자신은 '악'을 등에 이고 가겠다는 정의를 갖습니다. 둘 다 자신이 정의한 '악'을 품고 있었죠.
하지만 오반에게 '악'은 뚜렷하게 정의된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활약해 온게 아니거든요. 원작 ≪드래곤볼≫ 속에서 [손오반]은 수십권 동안 자신의 캐릭터를 갖지 못한채 이리저리 방황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전투에 임한채, 억지로 수련을 하긴 합니다만, 동료들은 모두 아버지 [손오공]세대의 전사들입니다. 따라가고 싶었던 [피콜로]조차도 오반의 곁에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역시 한명의 독립된 전사로서 활약을 하거든요. 딱 한명 동등한 위치에 있던 캐릭터는 [덴데] 입니다. 그러나 그는 전사도 아니고, 지구를 떠나죠.
결국 [손오반]은 자신의 캐릭터리티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리저리 변모하게 되었고 여러 면에서 최강의 파워를 먼저 얻어보기도 합니다만... 끝내 전사가 되진 않습니다. 4살때 부터 가지고 있던, 단 하나의 꿈. 자신이 딱 한번 주장했었던 꿈이 바로 '학자'입니다. 타인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꾸었던 미래는 '전사'가 아닌 '학자'죠.
1. 실패한 전사의 끝, 제발 학자되기.
[각성 오반]은 수십권을 거쳐서 제대로 지구 최강 파워를 손에넣은 손오반입니다...만. 이상하게 그 모습이 개성있지가 않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에요. [손오공]입니다. 끝내 [손오반]은 [손오공]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복장도, 그 파워도 결국 손오공의 마이너카피 버전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오반이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 했던 시기는 바로 [초사이어인2 손오반]일 때입니다. 하지만, 전사로서 완벽한 모습을 갖췄을 때는 [각성 손오반]일 때입니다. 그리고 다른 전사들과 가장 다른 모습으로 개성을 표현했던 것이 [그레이트 사이아맨]입니다. 어릴 때 부터 성장해오면서, 가장 강해질 때 까지 무수히 많은 변화들을 거쳐왔습니다. 이런 특혜를 받은 캐릭터는 원작내에서 [손오반]이 유일합니다. 단순히 외견이 변한것이 아닌, 말투도 모습도 달랐졌습니다. 그외에 꼽으면 [야무챠] 하나인데... 얘는 외견이 변해도 내면이 그대로에요. 존재감이 확실합니다. 어떻게든 [손오반]이라는 캐릭터를 남기기 위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성공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미래 손오반]입니다. <트랭크스 스페셜>에서도 등장했고, 이번 <슈퍼 52화>에서도 잠깐 등장을 했었습니다. 그는 분명히 전사로서 확실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홀로남았으며, 외팔이 되었지만, 전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인 숙명이라는 캐릭터. [손오공]이 없었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손오공의 뒤를 이은 남자> 라는 타이틀. 동료들이 모두 죽어나가는 와중에 혼자남아 지구를 지켜야하겠다는 결심, 지구의 희망 '트랭크스'를 남겨두는 결단력. 이 미래의 오반은 상황이 흘러갔음에도 자신 스스로 결심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 캐릭터 입니다.
결국 원작의 [손오반]은 [손오공]이 전사로서 남아있는 이상, 각성을 하던 말던 손오공의 마이너 카피라는 딱지는 떼기가 힘듭니다. 이는 전사로서 특출난 개성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손오반]이 가진 캐릭터를 훌륭하게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어릴적 부터 꿈이었던 학자죠.
원작에서 모든 전사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혹은 여의치 않게, 일상에서 멀어진 전사들입니다. 평화가 오더라도 수행을 끊임없이 합니다. 언제든 악당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그 안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모릅니다. 오반 이전 세대의 지구인 전사들(크리링, 천진반 등)은 그것을 잊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복이 남아있고, 매번 크리링을 머리를 다시 깎을 수 있던 것입니다. 이미 손오공과 베지터외엔 큰 도움이 될 수 없을거라 생각함에도, 그들의 정체성은 등장 초기부터 '무술가' 입니다. 오반은 꿈이 '학자' 였습니다. 그럼에도 전투에 휩쓸린 비운의 2세인거죠.
전투에 휩쓸려 살았던 모든 전사들중,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와 자신의 꿈을 이룬 등장인물은 [손오반] 한 명 뿐입니다. ≪드래곤볼≫안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고, 전사로서 실패했지만, 제자리를 찾은 성공적인 캐릭터가 된겁니다. 꿈에 그리던 학자가 될 수 있던 것은 [손오반]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엔딩입니다.
2. <드래곤볼 超>의 철저한 준비물, <신 극장판>
<슈퍼>는 그냥 방영하자! 하고 막밀어붙일 수 있는 프로젝트는 분명 아닙니다. <드래곤볼 GT>가 후속 애니메이션으로 충분한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이 때는 아직 원작의 힘이 강하게 남아있을 때였습니다. 그 후로 십수년이지난 현재 시점에서, 다시 <드래곤볼 시리즈>를 연결한다 한들 그 때 그 팬들은 성인이 되었고, 현재의 아이들은 <드래곤볼>보다 <원피스>를 보고 자라왔습니다.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곧 바로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는거죠.
<드래곤볼: 에볼루션>의 똥칠이 닦아도 닦아도 없어지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드래곤볼 온라인> 조차 똥 위에 덧칠한 이후 <제노버스>를 제외하면 사실 원작외 미디어 믹스에서 제대로 한게 없잖아요. <제노버스>조차 <드래곤볼 Z: 신들의 전쟁> 개봉 후 2년 뒤에 발매했으니...... 어쨋든, <슈퍼>는 막무가내로 시작하긴 어려웠을 거라는 겁니다.
그 준비가 바로 <신 극장판> 입니다. 총 두번 개봉을 했었죠. <드래곤볼 Z: 신들의 전쟁> 과 <드래곤볼 Z: 부활의 F>. 매번 개봉할 때 마다 재미있게 즐겼고, 반복해서 관람했으며, 관련글도 깨작깨작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새로운 설정의 정립을 강하게 주장을 했었습니다. 원작이 종료 된지 수십년이 흐른 만큼, 원작을 이어나갈 때, 기존의 것들을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비루스와 첫 대면시 오공이 굳이 초사이어인 단계를 설명하는 것 또한 그 일환으로 봐었으니까요. 그 변신들이 하나의 바리에이션으로 앞으로 메이저가 되진 않겠지만, 원작에서 주된 전투 상태였던 만큼, 또 센세이셔널했던 '변신' 이었던 만큼 설명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비슷하게 원작 ≪드래곤볼≫에서는 마인부우와 첫 대면에서 보여줬었습니다. 이 때 역시, 초사이어인 단계들의 외적 변화를 보여주며 어떤 설정인가를 스토리에 녹여 낸 것이죠. 이와 같이, 새롭게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기존 설정들의 재정립이나 재확인은 꼭 필요한 것이었고, <신극장판>은 기존 설정들을 보여주기 보다, 앞으로 일어날 세계관과 설정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줬습니다. (물론 작품 자체가 완성도가 있어야 하는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정도면 썩 만족하지만 뭐... 개인차니까요.)
<드래곤볼 Z: 신들의 전쟁> 에서는 앞으로 함께할 동료들을 새롭게 소개했었습니다. [비루스]와 [우이스] 였죠. 동시에 새로운 변신을 소개하며 오공과 베지터가 목표로하는 세계를 보여줍니다. 여기 까지는, 새 시리즈의 배경이 어떤지를 먼저 보여줍니다. '신의 경지'와 '파괴신'의 등장. 그리고 12우주라는 확장 우주를 보여주거든요.
<드래곤볼 Z: 부활의 F>에서는 오공과 베지터의 발전도 있겠지만, 여러 Z전사들의 활약을 보여주는 한편, 원작 [프리저 vs 손오공] 이라는 인기 절정 시나리오를 다시 빼옵니다. 강해졌다는걸 빼면, 둘의 전투는 원작에서 나타났던 그 라인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오공이 한번 리타이어하지만, 베지터의 서비스도 멋지고 비열한 악당의 최후는 항상 마찬가지죠. 조금 팬서비스가 심하게 담긴 극장판으로 생각을 합니다. 의외인것은 이 극장판에서 오반의 모습이 논란이되었다는 겁니다.
3. <드래곤볼 Z: 부활의 F>의 손오반. 그는 전사인가 아닌가?
전사가 아니면 왜 등장해!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당시 프리더 병력은 대략 1천여명입니다. 최소한 '무천도사'급.구 극장판에서 일부 졸개들을 호잇!호잇! 하며 무찌르던 그런 '전사'들이 한명이라도 더 모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대군을 상대하는 만큼, 대군 기술이 있는 캐릭터라면 환영일테죠. 시원하게 쓸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팬서비스 측면에서도 많을 수록 좋을 겁니다. 특히 <은하패트롤 자코>는 정사 편입으로 인해 활약이 불가피합니다.
이 때 등장했던 전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천도사, 크리링, 천진반, 피콜로, 손오반, 자코.
모두 전사입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요. 사실 [손오반]은 [프리저]와 구면인것, 오공, 베지터가 없는 지구에서 일단 최강라인에 있는 파워이긴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무천도사의 대사였습니다.
무천도사 : "오반아, 무술 수련은 꾸준히 하고 있느냐?"
손오반 : "그래도 초사이어인은 가능 할 것 같아요."
- <드래곤볼 Z: 부활의 F> 中 -
많은것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무천도사는 뼛속까지 무술인이자 전사입니다. 현재에도 무술 수련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얻어 맞으면서도 멋진 활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오반은 최근에 초사이어인조차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드래곤볼 Z: 신들의 전쟁>에서 각성 상태로 덤벼들었는데, 원작 ≪드래곤볼≫에서 그 모습을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하는 것 처럼 하면 된다.' 라고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드래곤볼 Z: 부활의 F>에서 아예 초사이어인을 보여주는 것은 결국 그 모습을 잃은채, 초사이어인도 겨우 가능 할 정도로 실력이 퇴화했다는 소리입니다.
약해져도, 그래도, 핏줄이 있고, 가진게 있으니까 그정도 할 수 있는 겁니다. 7년 수행 조금 빼먹었다고 초사이어인2되는데 시간이 걸렸던 원작을 생각한다면, 그리 신기한 것도 아닙니다. 아, 굳이 신기하다면 그 기간보다 훨씬 빨리 퇴화했다는 것. 결국 그는 '전사'가 아닌 '학자'를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일반인이죠.
사실 기간이 얼마나 걸렸니, 얼마나 약해졌니는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오반이 더 이상 '전사'로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그는 끊임없는 변화를 거쳐왔었고, 그 안에서도 독립된 전사로서 있던 적인 거의 없습니다. 결국 원작에서도 '학자'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머리를 밀고, 도복을 되찾아온 크리링과 여전히 수련을 언급하는 무천도사 앞에서 이미 오반은 전사라고 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던 겁니다. 그것이 <슈퍼>이전 <신 극장판>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즉, 무천도사와 크리링은 '무술가'지만 오반은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 <신 극장판> 이후 <슈퍼>에서 오반이 전사로서 활약할 예정이었다면, 이 시점에서 오반은 도복이라도 찾아 입고 왔을 것입니다. 각성상태가 되고 말고를 떠나서 캐릭터의 외견은 곧 캐릭터 설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공시생이 입을만한 체육복. 전사의 모습이 아닙니다.
이 모습은 <슈퍼>에서 좀 더 발전합니다. 완연한 학자의 모습으로 <슈퍼 52화>에서 등장합니다.
4. <드래곤볼 超> 52화, 가장 빛나던 캐릭터, 손오반
블랙오공의 압박 속에서 미래 트랭크스는 과거로 옵니다. 결국 타임머신은 파괴되었고, 셀이 타고왔던 타임머신을 수리 할 동안 오반을 만나기 위해 갑니다. 이 대화속에서 오반의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피콜로 : " 그 녀석은 네가 알고 있는 오반이 아니야. 학자가 된 덕에 무술과 멀어져 있다."
트랭크스 : "꿈이 이뤄졌나 보네요. 축하드립니다. 오반씨는 내 스승입니다."
무술과 멀어져 있는 오반, 그리고 트랭크스가 알고 있던 막강하고 잔인한 면모를 보였던 [초사이어인2 오반]조차 아닙니다. 오반의 꿈이 학자인것은 유명한 얘기였지만, 트랭크스는 여기서 자신의 목표를 다시 해두고픈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가 전사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미래 손오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바로 트랭크스의 정신적 지주였던 것이죠. 그가 있었기에 강해질 생각을 할 수 있던 것입니다. 현재에 그의 미래에는 의지 할 수 있는 전사가 없었고, 아마 과거에서 오반을 만나보고자 했던 것은 현대의 오반을 통해 자신의 오반을 투영해 볼 생각이었을 겁니다. 이는 오반을 만난뒤 트랭크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트랭크스 : (그 샘솟던 힘이... 느낄 수 없어...) ...... (그 셀과 싸웠던...)
재롱 부리는 팡에게, <그레이트 사이어맨>으로 변신한 오반을 보며
트랭크스 : (오반씨는 이런 얼굴을 하는 구나...)
노을진 배경, 팡을 안고 웃는 오반을 바라보며
트랭크스 : (블랙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우리 미래도...)
마이와 부르마와 식사하는 일상을 떠올립니다.
그뒤 돌아가며 생각합니다.
트랭크스 : (오반씨 감사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 <드래곤볼 超> 52화 中 -
결국 트랭크스는 강대한 파워를 지녔던 오반을 만나지 못했고, 그랬기에 자신의 스승이었던 정신적 지주인 오반을 생각해 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을 가져 갑니다. 자신이 싸워야 하는 이유를 깨닫고 다짐합니다.
원작 ≪드래곤볼≫에서 부터 톱3를 달렸던 세명의 캐릭터 손오공, 베지터, 피콜로는 각기 싸워야 하는 이유를 갖춘 최고의 전사들이었습니다. 오공은 전투를 통해 두근거리는 그 감정이 좋아서 즐겨왔고, 베지터는 자신보다 한발자국씩 앞서있는 오공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피콜로 또한 오공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그리고 신과 융합후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마인부우전 무술대회 당시 가장 먼저 날아간 캐릭터가 바로 피콜로 입니다.)
하지만 오반은 그 싸워야 하는 이유를 타인에게서 발견할뿐 직접 주장하거나 행동으로 보여준적이 없습니다. 학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 싸워야 하는 이유는 되기 힘드니까요. 그것은 싸우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꿈입니다. 전투를 해야하거나, 누군가를 쓰러뜨려야 하거나, 지구를 지켜야하는 것은 싸우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들의 목표이자 그들이 전사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슈퍼 52화>에서 오반은 지금까지 <드래곤볼 시리즈>에서는 보여준적이 없었던 평화로운 일상과 그 미래의 모습을 전면적으로 보여 줍니다. 만약, 미래도 그럴 수 있었다면 그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 트랭크스의 꿈이기도 합니다. 미래에서 트랭크스는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단 한명남은 지구의 전사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사이어인입니다.
평화로운 오반의 모습을 보며 트랭크스는 자신이 싸우고 있는 이유를 찾아냅니다.
<드래곤볼 Z> 오리지널 스토리에서 드래곤볼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담은 적은 있지만, 이번 <드래곤볼 超> 52화 처럼 평화로운 일상의 진면목을 보여준 적은 없었습니다. 이는 원작에서 조차 마찬가지 입니다. 분명 전사들이 이루고 싶었을, 그리고 이뤘을 평화는 있긴하겠지만... 가슴 깊이 연출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 연출이 52화에서 터져나왔으며, 트랭크스의 마음을 다시 잡아 줄 수 있던 최고의 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손오반] 이라는 캐릭터를 다른 어느때보다 잘 살렸던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로만 평화를 바래, 싸움은 싫어, 학자가 되고 싶어 라곤 했지만 실상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까요. 원작 42권에서 조차 부르마 옆에서 안경 쓰고 책 들고 있는 모습이 있었을 뿐, 그 전에도 <신 극장판>에서도 정말 [손오반]의 캐릭터를 보여준적이 없었습니다. 그게 <슈퍼> 52화에서 터진겁니다.
5. 겨우 완성된 [손오반]이라는 캐릭터
앞서 반복했지만, [손오반]이라는 캐릭터는 원작에서 부터 불완전함을 가지고 있던 캐릭터입니다. 오반은 고지식하고 지나치게 착실합니다. 수련이 싫어도 합니다. 상황이 해야하니까요. 성실하게 임합니다. 반면 치치는 공부를 강요합니다. 아버지와 대조적으로요. 이런 환경에서 오반은 가정을 떠나서 밖에서 스승을 찾게 되는데, 그게 [피콜로]입니다. 넘치는 모성애와 부족한 부성애를 조절한 하나의 인격체가 피콜로였을 수도 있습니다. 셀과의 전투에서 오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오반 : "이... 이제 그만두자. 이런 싸움은 의미가 없어."
(중략)
셀 : "의미는 있다! 나에게 이건, 취미가 되고, 너희들은 지구인을 구하기 위해!"
손오반 : "나... 나는, 사실 싸우고 싶지 않아... 죽이고 싶지 않다고. 비록 너같이 나쁜 녀석이라도.
아버지 처럼 싸움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 ≪드래곤볼≫ 무수정판 34권 中 -
전투가 없으면, 악당이 사라지지 않으면, 그리고 즐기지 않으면 <드래곤볼>은 끝납니다. 그 속에서 [손오반]은 전사가 아니기를 끊임없이 외쳤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찍는 그 시점에서도요. 지구인을 지키는 것조차 오반이 싸우는 이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갈구 했지만, 원작이 끝나갈 때 까지 그는 없었죠. 목표 없는 외침은 고작 "정의를 위해 악을 무찌른다."가 되버립니다. 어떤 '탈'을 쓰고나서야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오반은 '학자'가 됩니다. 아버지를 뛰어 넘는 것도, 발끝에 미치는 것도, 지구를 지키는 것도, 평화를 위해서도 아닌, 그저 자신의 꿈이 학자 였기 때문에 학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평화를 만끽합니다. 이 평화는 다른 전사들이, 아버지세대가 이룩해 놨을 그런 평화입니다. [손오반]은 그 [손오공]세대를 따라가기 보다, 그 안에서 이룩한 평화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미래에서 온 트랭크스는, 자신이 곧 현재의 [손오공]세대가 되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싸워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오반을 찾아갔던 겁니다. 비록 그 오반이 자신이 기대했던 오반은 아니지만, 그랬기 때문에 [손오반]을 통해 [미래 트랭크스]라는 캐릭터를 되새길 수 있던 것입니다.
원작에서도 쉽게 연출되지 못했던 [손오반]이라는 캐릭터는 <신 극장판>을 지나 <드래곤볼 超> 52화에 와서야 완성이 되고, 팬들에게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손오반]이라고. ≪드래곤볼≫이 보여 줄 수 있었던 평화라고. 그리고 [손오공]이 일궈냈던 것이라고.
6. 학자, [손오반]. 마치며......
사실 오반은 그리 순탄한 성장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역할이 거의 없었던 것이 유명하고, 피콜로고 오반의 정신적 지주가 된 과정이야 당연한 얘기겠거니 합니다. 조금 더 다른 면을 보고 싶어요. 오공에게는 크리링이라는 친구가 있었고, 피콜로와 베지터라는 라이벌이 있었습니다.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괜히 ≪드래곤볼≫의 중심이 [손오공]인게 아닙니다.
반면에 오반은 크리링 위치에 해당하는 친구도 없었고, 피콜로, 베지터에 해당하는 라이벌도 없었습니다. 처음 전투에 나선것이 라데츠에게 납치되었을 때고, 두번째 임한것은 피콜로에게 끌려가서, 세번째 임한 것은 자기 때문에 죽었던 피콜로를 살리기위해, 그 다음부터는 거의 천진반 포지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그저 그런 전사입니다. 당연합니다. 모든 Z전사들은 '아버지 세대 전사들'이니까요. 경험도, 수행도, 마음가짐도 [손오반]이라는 어린 소년이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런 오반에게 오공, 베지터, 피콜로와 같은 전사로서의 모습을 바라는것은 맹목적인 바람입니다. 간헐적으로 분노하여 폭발적인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오반의 본 모습이라고 하기엔, 원작 내에서 보여준 것이 손에 꼽는데다 반짝했다고 캐릭터가 정립되진 않습니다. 그 보다 [오천크스]가 더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확실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드래곤볼≫ 에서 [손오반]은 '학자'로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습니다.
물론 언젠가 한번쯤은 활약할 수 있다면 그정도로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보스레벨은 오공과 베지터가 나눠서 가져갈 테지만, 그 이하 레벨에서는 오천크스나 그나마 피콜로 정도밖에는 남아있지 않으니까요. 이번 시기에는 [미래 트랭크스]가 함께하니 그럴 가능성은 없어보입니다. 그래도 비델과 팡 등 "지킬 것이 있는, 전사가 아닌 손오반"이라는 포지션은 소모적으로라도 써먹기 좋은 캐릭터입니다. 순간적으로 격분한다는 설정도 적절히 녹아들지 않을까요?
[손오반]은 이제 전사가 아닌 학자입니다. 이 것이 오반이 어렸을 때 부터 정해졌던 미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왜 논란이 되야하는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오반이 싸워야 하는 이유는 원작 ≪드래곤볼≫에서도 <드래곤볼 超>에서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가끔 반짝했던, 멋있던 오반은 아쉽지만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전 항상 마무리가 서투릅니다.
첫댓글 좋은 글이네요
필력,분석이 대단하네요.
링크있나요
아....저도 이제...소년기 초2오반과 미스틱 오반을 제 맘속에서 영원히 보내야겠군요 ㅠㅠ 어쨋든 목표를 이루어졌으니....
논문수준이네요 ㄷㄷ
제가 아직 이카페 있는 이유가 이런 좋은글이 있기에ㅋ 정말 드래곤볼 속 (손오반)이란 캐릭터를 이렇게 잘 표현 한 글은 최고인거 같습니다 ㅎ 잘 봤습니다
손오반이라는 캐릭터의 결말은 2대 주인공에서 조연캐로 격하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손오공의 후손들 중 유일하게 무도회에 참가하지 않은 마지막회가 그 확인사살이고요.
지금은 원작에서 생략되었던 오반의 무도가 은퇴(?) 과정이 그려지는 중이라고 봅니다..ㅎㅎ
하 오반..
진짜 대단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