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기 전까지 간담회가 성사되지 않으면 유저 대표단의 선언문 내용이 이행됩니다.
그 내용은 아시다시피 벡스코 지스타 행사장 인근에서의 오프라인 시위입니다.
진정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라면 그 누구도 이와 같은 난폭한 방법에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억눌러왔던 분노를 트럭이라는 폭탄에 담아 터뜨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분노의 대상은 가디언 테일즈가 아닌, 가디언 테일즈를 개발/유통한 귀측이라는 것에 주목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지난 사흘간 벡스코 인근의 도로환경과 혼잡지역, 숙박시설 및 국내외 게임 웹진 취재진들의 숙박예정장소를 조사했습니다.
출장 중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람에게 두 번 속았다는 수치심과 모멸감은 분노라는 동력이 되어 절 움직이게 만들었고, 스케줄이 있는 날에도 저녁 늦게까지 현장 답사를 이어갔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귀측에게 치명적일지, 어느 방법으로 공략해야 나와 같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정리한 내용을 유저 대표에게 전달하는 순간에, 저는 분명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부디 이 자료가 사용될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분노로 가득했던 마음은 어느새 공허와 허탈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유저들이 분노를 쏟아내는 대상이 귀측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누구도 가디언 테일즈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제게 자격이 있다면, 그간 제가 귀측에게 쏟아내온 모든 모욕과 멸시, 조롱과 비난에 대하여 사과합니다.
직업으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존엄성을 보호받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을 악용하여 심리적 보상을 얻어내려고 한 점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다만 저를 포함하여, 외면받은 유저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구도 가디언 테일즈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불통의 승리자는 아마 귀측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마지막에 서있는 쪽이 이기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먼지밖에 없는 황무지의 모든 것보다, 아직 메마르지 않은 온전한 절반을 취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간담회는 유저와 귀측 사이에 굳건히 세워진 철문을 열어줄 열쇠입니다. 아마 문이 열린다고 해서 곧바로 손을 잡을 일은 생기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 시선이 비록 의심에서 비롯된 감시라 할지라도, 여러분이 진심으로 유저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과거의 열정을 다시금 보여주신다면, 유저들은 아픈 상처는 잠시 묻어둘 것입니다.
날이 추워집니다. 작년 이맘때쯤 월드10 메인스토리가 완결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석양을 등지고 선 아이언 티탄과, 라 제국 병력들의 돌격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올 겨울은 메인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대화와 소통, 이해와 양보로서 작년의 따듯함을 대신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진심을 담아,
작전사령부 길드 마스터 배상
첫댓글 화이팅입니다 선생님! 우리 가테 살려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