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의 역습
원제 : Tarzan Escapes
1936년 미국영화
감독 : 리처드 소프
출연 : 자니 와이즈뮬러, 모린 오설리반, 베니타 흄
존 버클러, 윌리암 헨리, 허버트 문딘
다비 존스
'타잔의 역습'은 자니 와이즈뮬러가 출연한 세 번째 타잔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 개봉된 작품이기도 하죠. 자니 와이즈뮬러 주연 타잔 중 우리나라에 개봉된 것이 확인된 영화는 '타잔의 복수(34)' '타잔의 역습(36)' '타잔의 황금(41)' '타잔은 뉴욕으로(42)' '타잔 사막으로 간다(43)' '타잔과 인어(48)' 등 총 6편 입니다. '유인원 타잔(32)'과 '타잔의 아들(39)'은 개봉 여부가 아직 확실치 않고 '타잔의 승리(43)' '타잔과 아마존(45)' '타잔과 표범족(46)' '타잔과 사냥꾼여인(47)' 등 4편은 개봉이 안된 것 같습니다.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은 매 영화마다 동일한 패턴이 이어지곤 했는데 처음 세 작품의 패턴은 외부에서 백인 탐험대들이 오고 제인과 타잔이 만나서 사랑하며 함께 지내는 내용입니다. 1932년 영화는 제인과 타잔의 첫 만남, 34년 작품은 다시 백인 탐험가들이 오고 제인을 데려가려는 내용, 36년 작품 역시 다시 그런 내용이 반복됩니다. 이러다 보니 1936년 세 번째 자니 와이즈뮬터의 타잔 영화인 '타잔의 역습'은 아무래도 동일한 패턴의 식상함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좀 박력없는 타잔 영화로 생각합니다.
제인의 사촌들
제인을 찾아온 사촌과 탐험대
타잔 역의 자니 와이즈뮬러
타잔을 보고 놀라는 탐험대 남자
나름 차별화를 둔 부분은 타잔의 정글에서의 모험 위주보다는 제인과 타잔의 애틋한 사랑에 중심을 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타잔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타잔의 용맹함과 맹수와의 대결이지 로맨스 영화로서의 타잔이 아닙니다. 제인이 영국으로 가려고 하고 제인과 헤어지기 싫어서 눈물을 글썽이는 타잔은 우리가 기대하는 타잔과는 거리가 좀 멀죠. 그리고 정글 장면의 상당수는 앞선 두 편의 영화에서 나온 장면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타잔이 악어와 싸우는 장면, 치타가 사자에 쫓겨 도망치는 장면 등이 그렇습니다.
영국에서 제인(모린 오설리반)의 사촌이 제인을 만나서 타잔이 있는 아프리카 이스카프먼트 지역으로 옵니다. 맹수와 원주민들의 위협을 무릅쓰고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유산 문제로 제인을 만나기 위해서죠. 제인은 친척 어른의 죽음으로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는데, 제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재산은 모두 기증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친척들이 그 재산을 나누기 위해서 찾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제인은 타잔에게 양해를 구하고 영국에 다녀올 생각을 하는데 한 번도 제인과 헤어져 본 적이 없는 타잔은 그 말을 듣고 굉장히 슬퍼합니다. 심지어 제인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을 걱정하지요. 이때만 해도 타잔은 아직 백인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서툴러서 제인은 타잔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여기에 현지의 못된 사냥꾼이 끼어들면서 일이 꼬이게 되지요. 결국 제인과 사촌일행 모두 흉폭한 원주민들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타잔이 나타나서 용맹스럽게 구해주고, 결국 제인은 마음을 돌려 영국에 가지 않기로 합니다.
제인과 타잔 두 사람만이 가족으로
사는 마지막 자니 와이즈뮬러 영화이고
다음 영화부터는 아들 보이가 등장한다.
제인에 대한 애틋한 타잔의 순정이
많이 드러난 영화
사촌을 만나 기뻐하는 제인
타잔 집에 온 손님들
타잔이 사는 지역에 백인들이 몰려오고 그런 와중에 제인과 타잔의 모험이 펼쳐지고, 타잔의 밀림의 친구 치타가 재롱을 부리고 그런 유사한 패턴이 전개되면서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이 조금 식상하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4번째 영화에서 타잔의 아들 보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좀 더 확장되고 재미있어집니다. 즉 '타잔의 역습'은 이렇게 보이가 등장하면서 타잔의 가족이 확장 형성되기 전, 타잔와 제인 둘 만이 사는 정글의 이야기와 백인 탐험가들과의 모험을 다룬 패턴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40년대 타잔 영화에 비하면 결코 못 만든 작품이 아님에도 다소 진부해 보인 이유가 동일 패턴의 반복과 타잔 답지 않은 로맨스 영화 같은 흐름이 문제였죠. 그리고 자니 와이즈뮬러의 직전 영화인 '타잔의 복수'가 타잔 영화 사상 가장 걸작이 되었고, 그 영화에서 이미 보여줄 모험과 재미는 다 보여주었기 때문에 동일한 패턴의 연속으로는 더 이상 재미를 주지 못했습니다. 이후 보이의 등장, 사막이나 뉴욕의 배경, 나치의 등장 등으로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재미를 이어가는 바람에 자니 와이즈뮬러는 최고의 타잔으로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타잔의 복수'가 등장한 1936년 당시는 자니 와이즈뮬러 외에 다른 타잔 영화도 함께 등장하던 시기라서 더욱 식상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1939년 작품부터는 자니 와이즈뮬러가 타잔 영화를 독점하게 되었지만
코끼리 떼를 이용하여 위기를 넘기는 장면과 타잔이 사는 험난한 고지대 이스카프먼트를 올라가다가 추락사 하는 장면들까지 기존 두 편의 타잔과 유사하게 만들었으며 영화의 초반부는 정글로 탐험을 떠나려는 백인 탐험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즉 세 번의 반복이 지난 후에야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것입니다. 사실상 두 번째 영화인 '타잔의 복수'에 변화 이전 패턴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제인과 타잔의 첫 만남의 의미, 두 번째 영화는 가장 걸작 타잔 영화이며 전형적인 패턴을 다 담은 작품, 세 번째 '타잔의 역습'은 다소 진부한 재반복, 4번째 영화부터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타잔의 분노
우리에 갇힌 타잔
악인은 지옥으로
타잔 흉내를 내는 치타의 익살
MGM에서 만든 6편의 타잔 영화에서는 그래서 '타잔의 역습'이 가장 약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대체적으로 MGM 타잔이 1943년 부터 등장한 RKO의 타잔 보다는 더 잘 만들긴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제인을 연기한 모린 오설리반이 등장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도 있고요. 1936년 영화에서 제인의 큰 변화는 의상인데 1934년 '타잔의 복수'에서 너무 노출이 심한 복장을 입었었는데 가족영화로서의 역할을 하는 타잔 영화에서 제인 의상의 심한 노출이 문제가 되자, 좀 더 얌전한 복장으로 바뀌었는데 비키니 복장에서 긴 옷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 복장은 이후 제인이 등장하는 모든 영화에서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타잔과 제인이 사는 크고 제대로 된 집이 처음 등장하는 것이 이 영화입니다. 아무튼 이 영화까지 타잔과 제인 둘의 모험이 이어진 것이고 다음 작품부터 비로소 보이가 합류하여 흥미를 더하게 된 것입니다.
ps1 : 이 영화에서도 치타의 엄청난 재롱이 큰 재미를 줍니다. 크게 웃는 장면과 타잔의 외침소리를 흉내내는 장면 등이 재미를 줍니다.
ps2 : 타잔 영화에는 정글의 일반적 동물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괴상한 괴물같은 동물들도 간혹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동굴속에서 그런 동물들의 등장하지요.
ps3 : 문명 사회에서 살던 제인이 낯선 정글에서 야만인 같이 살던 타잔과 함께 살기로 하면서 문명 세계와 인연을 끊는다는 건 사실 상당히 비현실적인 내용이지요. 하지만 이 영화의 엔딩 부근에서 제인의 사촌이 그런 상황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대사를 합니다. "네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모든 걸 바치는 남자가 있어, 절대로 놓치지 마" 이 대사처럼 한 여자를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걸고 모든 걸 다 바치려는 타잔 같은 남자가 얼마나 존재할까요?
ps4 : 크레딧에서는 리처드 소프 감독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존 패로우 감독이 많이 연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인연이 되어 제인 역의 모린 오설리반과 존 패로우는 결혼을 하게 되지요.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바로 미아 패로우 입니다.
[출처] 타잔의 역습 (Tarzan Escapes, 1936년) 로맨스 영화가 된 타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