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한 가족 산수연(傘壽宴)
산수(傘壽)
인생 팔십이면
눈에 뵈는 것이 없을 나이인 것 같다
80세면 부끄러움이 줄어드는 특별한 나이 아닌가
자칭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
요즘 나이로 70세는 약간 젊고
90세는 조금 늦은 나이 아니던가
80세는 인생 팔십 고래희人生八十古來稀로 봐야하는 것도 조금 무리이겠지
앉았다 섯다를 구분 못하는 나이라 생각하면
사회활동이 불가능하다
이때의 시간들
문드러져가는 시간이 아니라 맘껏 자유를 누리며
다듬어가는 시간 전환 사고를 갖는 것은 어떨까
79세로 잡아 놓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놓아버리니 80세가 문설주에서 기다리고 있다
애써 잡으려는 79세의 나이
가는 세월에 밀려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그나마 음력 80살이 양력으로 1년 더 머물고 있으니
행운의 나이가 아닌가
만 년 동안 젊은 70대로 머물고 싶은 나이다
풍진세상 잘 다듬어
낙조에 꽃길 만드시라는 산수연
호텔 로비에서 동해바다를 조명해본다
푸른 밤바다 위에는 어화가 반짝이고
파란 밤하늘 둥근달
가는 구름으로 밑그림 그리니
반야선이 아니던가
그 달빛 그림자 바닷길 밝히니
달 그림자
내가 가야할 횃불길이 아니던가
이시대의 흐름을 측정 못해 아물거릴 때
컴퓨터와 시상詩想을 섭렵하고 있어
현재 진행형의 시대에 머물러 있음이
이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닌가
나이 들면 경험상 많이 알고 있는 듯하나
점점이 모르는 일 뿐이다
쌓인 고정관념 풀어놓으며 살아가는 것이
심신을 단련함이 아닐까
80세면 90점 나이라 하지만
고장 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일 뿐
건강 틈새 고장 나면 과락이 분명한 것이다
자녀들의 길
잘 찾도록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주려 했지만
어느 때인가 80세의 낡은 울타리는 허물어지고
자녀들의 울타리로 옮겨지면
피 보호자의 인생길이기에
다른 길을 찾아가게 된다
중국 태산도 봤고 깊은 골짝 미국 그랜드캐년도 봤다
아니 종교의 나라 인도문화도 접해 봤다
바닷길 잠수도 해 봤고 높은 산 등산은 심신단련의 체험 길이기도 했다
나이를 잊고 버리며 살려 했지만
주변의 환경변화가 저절로 나이를 삼켜버리게 했으니
내 나이가 벌써 라는 직감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아무 한일 없이 부끄러운 호르몬이 말라가는 나이
숭숭 뚫린 구멍 나이테 틈새를
둥근 세련된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험난한 세상 상처 입은 인생
버린 몸이라면
내 몸 거추장스럽고 혐오감만 쌓인다
나를 깨닫는 길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이 몸이 나를 떠받치고 있다는데
신비스러움을 느낀다면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껴야한다
부모님에게
마냥 어려보이는 이 몸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내 몸 나를 알아주는 것은
오직 빌려 입은 이 몸 밖에 없으니
고맙다고 생각하면 살맛나지 않을까
오방내외 사통팔방 섭렵하며
조그만 일이라도
이웃에 도움 주며 살수 있다면
이마에 주름 잡힌 험한 나이가 아닌
귀한 몸무게로 평가절상 되지 아닐까
희망사항이구나!
조촐한 가족 산수연
말라 비틀어지는 엔돌핀을
보수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시인 수필가 / 유 재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