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박영대 화가의 전시장에서 우연히 만났던 그녀.
"언제 안성에 오면 꼭 들러 달라"며 그녀가 기거하는 곳을 흔쾌히 알려준 이름, 돌서지 농장.
그때만 해도 안성으로 둥지를 옮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터라 언제든 놀러가면 찾아들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책 작업 때문에 안성을 일년 동안 들락거렸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찾아들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든지 안성에 발길을 놓으면 찾아들겠다고 했던 말은 실제적인 현실이 되엇다.
그러니까 예정에 없었지만 일년 동안 안성을 촬영하러 다니다 보니 안성이 좋아져 무작정 어느 날 훌쩍 안성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도 본의 아니게 바빴던 지라
거처를 옮기고 나서도 3년 즈음 되어서야 바쁜 일상을 접고 좀 더 여유롭게 안성살이를 하자 싶어 차실을 마련하고 나서 우연히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것도 이사와서 알게 된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게 되었는데 오호라, 낯이 익은 얼굴이지 싶어 인사를 나누다 보니
아, 박영대 화백 전시...운운 하다 보니 반갑기 그지 없는 인연이란 말씀.
그렇게 어설픈 조우를 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도록 쥔장의 일상이 여전히 바쁜지라 널럴하게 만나지지 못하고
겨우 일년에 몇 번 전시장이나 지인들의 모임에 얼굴만 삐죽 들이 밀고 만나다 근래 2,3년 동안 건강 관리 한답시고 이런 저런 일들을 접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다 보니 우선적으로 내손으로 만들어 먹는 먹을거리에 빠져 지내면서 그 방면에 달인이라고 하는
돌서지 농장 안주인의 살림 솜씨, 음식 솜씨에 빠져 들락거다가 이제는 돌서지 농장 쥔장이 점심 초대를 하기만 하면
열일 젖혀 놓고 반갑게 쪼르르 달려가는 먹거리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잦은 만남을 하다가 돌서지 농장의 쥔장이 언제부턴가 직장인이 되었다고 너스레를 떨더니만
딸내미의 일손을 돕는 수석 알바생이 되어 얼굴 한 번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되어버린지라 아쉬워 하다가
엊그제 수요일. 한동안 만나지 못한 한풀이라도 하듯이 모처럼 그녀가 점심을 하자고 해서 달려갔다.
물론 그 전날까지 응급실에 실려가 온 몸에 열이 나고 삭신이 쑤시는 감기 기운이 달아올라 고생을 하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찾아들었던 쥔장을 비롯한 몇몇 지인이 놀라 수선을 떨어도 그냥 무덤덤하게 제 할일을 묵묵히 해내며 점심상을 차리는 그녀를 보니
참 어이 없다가도 약속이란 지켜지라고 있는 것이라며 애쓰는 그녀를 보면서 저런 친구가 곁에 있다는 사실에 겨워 울컥 하기도 했다.
한 번 약속한 사실은 웬만해서는 지켜야 하느니라 가 그녀의 신조이기도 해서 그녀를 말릴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밥상을 받는 우리로서는 최대치 행복을 누리는 셈이니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는 좋아 죽겠다.
어쨋거나 건강한 음식, 그녀가 손수 만들어 저장해 둔 음식을 비롯해 밭에서 막 따온 싱싱한 야채까지
누구 보다 많이 먹을 량으로 입도 뻥긋하지 아니하고 그저 정신 없이 차려진 음식을 먹느라고 코를 빠뜨린 격이나
이것 저것 먹어보라며 권함은 물론 지극 정성으로 차려준 그녀의 밥상을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우면서도 당당한 우리네들.
그야말로 건강하고 행복한 밥상을 받으며 멋진 가을 날을 입으로 노래한 셈이다.
어쨋거나 가을 햇살 내려 쬐는 옥상에 올라 내려다 보이는 정원을 보면서 행복해 하고
멀리 보이는 산 자락을 벗 삼아 왁자지껄 웃고 떠들던 그 한나절. 조심한 사람들까지 흥에 겨워 제 몸을 추스리지 못한다.
그 햇살 가득한 날 우리는 하루치 행복에 대해 대단히 만족을 하였다.
살다보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아니하고 늘 곁에 있건만 우리는 왜 멀리서만 행복을 찾는 것인지,
행복한 밥상을 마주 하며 식탐에 빠져 들다가 문득 세상을 버린 신해철에 대해 오랜 격론이 오가다가
그래도 죽음을 맞이했을지라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다.
한때 그를 비아냥 거리던 사람들 조차 어느 틈엔가 그의 음악 세계에 빠져들어 이제는 어느새 우상으로 섬기기도 하고
또 누구는 그의 인생에 영향을 받아 노래하는 이가 되었으니,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가는 일이란
아무리 사소한 것 일지라도 존재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하겠다.
하물며 이름값을 하는 엔터테이너들은 오죽 하겠는가.
그 가을 날, 햇살 따스하고 청명한데 불어오는 바람 조차 훈풍이더라.
행복한 밥상을 받으며 고인이 된 신해철을 추모 하는 것, 어찌 보면 그림이 이상한가 싶었지만 나름 의미가 깊었다.
고인이 되어서야 더욱더 유명해지는 일련의 상황들도 좀 아이러니 하였지만 그래도 그를 아끼고 추모하는 마음에는 크고 작다의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듯.
식사를 끝내고 다담을 나누면서도 오래도록 "마왕 신해철"을 기리고 또 기렸다.,
어느 틈엔가 돌아설 시간이 되었다.
가을 햇살이 무르 익어 계절을 재촉하지만 언제나 소리 소문 없이 곁을 지켜주는 묵은 된장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
내 인생에 소중함의 무게가 더 얹혀진 것이요 동반자로서 동행하는 길이 앞으로도 기대되고 즐거울 것이라 예감할 수 있겠다.
묵은 된장같은 친구와 더불어 지인들이 함게 했던 소중한 시간 뒤로 우리의 세월들이 또 빠르게 지나갔다.
오늘은 가수 이용이 제일 바쁘다는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 계절, 이 달을 보내고 나면 가을비 우산 속으로 찾아드는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 전에 쌀쌀함의 극치를 맛보러 쥔장은 내일 태백으로 떠나게 될 것이다.
비가 오면 날궂이 차, 햇살이 내리면 묵은 계절을 보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겨울이라는 계절을 덥썩 받기 위해 떠나게 될 것이다.
창을 뒤흔드는 비바람은 여전히 거.칠.다
첫댓글 ㅇㅏㄴ그래도 그 태백길에 무조건 따라 붙을까 생각도 잠시 했더랬는데
아니지 해야할 일을 해 두자로 마음을 다잡았다오.
좋은 친구는 살아가는 길에 큰 힘이지요~! ^ ^ 좋은 친구가 있음에 박수~!
ㅎㅎㅎㅎ 얼굴 볼 기회를 또 놓치는 아쉬운 일정.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