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료진·공공기관 모두 '암'이라는데...DB손보 “인정 못해
”국제질병분류상 제자리암 분류에도...DB손보 내규 근거로 '부지급'
타 보험사는 동일 진단 보험금 지급...선별 기준 적용 논란
DB손해보험이 의료진의 제자리암 진단과 공공기관 해석, 타 보험사의 지급 사례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논란이다. 가입자 측이 관련 근거를 종합해 수차례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갈등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DB손보 ‘아이러브건강보험’에 가입하며 제자리암 진단시 2000만원을 보장하는 유사암 진단비 특약을 포함했다. A씨는 올해 2월 자궁경부 제자리암 진단을 받았지만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다. 반면 동일 진단 사례에서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은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미지=챗GPT]
A씨는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고등급 편평상피내 병변(HSIL)’ 판정을 받았고, 주치의 역시 이를 자궁경부 제자리암(D06.9)으로 최종 진단했다.
HSIL은 국제종양분류(ICD-O) 및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상 조직학적 형태분류 코드에서 M8077/2에 해당하며, ‘/2’는 제자리암을 의미한다. 이에 KCD상 질병분류코드는 D06.9(자궁경부 제자리암종)가 적용된다. 즉 병리검사와 임상의 판단이 모두 제자리암으로 일치한 셈이다.
논란은 DB손보가 조직검사 결과에 괄호로 병기된 ‘CIN2’를 근거로 제자리암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불거졌다. CIN은 자궁경부 상피내 신생물을 침윤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눈 등급 체계로, 숫자가 높을수록 중증도가 크다. 핵심 쟁점은 보조적으로 기재된 CIN 등급을 근거로 의료진의 최종 진단을 배제할 수 있느냐다.
DB손보는 KCD 질병코딩지침서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지침은 CIN2에 N87.1 코드(중등도 자궁경부이형성)를 부여하고 있다. 가장 높은 단계인 CIN3에 대해서만 제자리암으로 판단해 D06 코드를 적용한다. DB손보는 A씨의 경우 CIN2에 해당하는 만큼 제자리암이 아닌 N87.1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해석이 현재 의료 기준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제질병분류(ICD) 체계에서는 CIN2를 고등급 병변인 HSIL로 분류해 제자리암 범주로 보고 있지만, 국내 질병코딩지침서 등 일부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핵심 진단인 HSIL을 배제하고 보조 표기인 CIN2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보상 전문가는 “현행 분류 체계에서는 HSIL을 제자리암 범주로 보는 흐름이 분명하다”며 “병리검사와 주치의 진단이 엇갈린 경우에는 분쟁이 발생할 수 있지만, 두 판단이 일치한 사례에서까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부지급 근거로 제시한 질병코딩지침서에도 'KCD와 충돌할 경우 KCD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 역시 DB손보가 비판 받는 이유다.
A씨 측이 부지급 사유를 요청하자 DB손보가 추가로 제시한 KCD 색인편에서도 HSIL은 제자리암에 해당하는 코드(M8077/2, D06.9)로 표기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험사 스스로 제시한 근거 내에서도 보험금 지급 사유가 확인된 셈이다.
공공기관의 해석 역시 제자리암 판단에 무게를 싣고 있다.
A씨 측은 공공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국가데이터처에 해당 조직검사 결과에 적용할 KCD 질병분류 코드를 문의했다. 질병분류 담당자는 “조직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 진료 담당 의사의 최종 진단을 확인해야 한다”며 “최종 진단이 HSIL이라면 KCD상 D06.9와 M8077/2로 분류된다”고 안내했다.
[이미지=질병코딩지침서 유의사항(위)와 국가데이터처 질병분류 담당자 답변(아래)]
DB손보는 보험금 부지급의 또 다른 근거로 부산지방법원(2022가합47144) 판결을 제시했다. 해당 판결은 ICD가 KCD 작성의 참고 기준일 뿐 상위 기준은 아니며, 약관상 KCD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CIN2를 제자리암이 아닌 자궁경부 이형성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판례는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4가단5336923)은 KCD가 세계보건기구 권고와 ICD 체계를 반영해 개정돼 온 점에 주목했다. 암의 범위를 해석할 때 오래된 기준에 머무르기보다 국제 분류 체계의 변화를 반영하고, 그 취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ICD를 단순 참고 기준으로 본 부산지방법원 해석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병리 전문의의 조직검사 결과를 토대로 임상의사가 병명을 암으로 진단서에 기재했다면, 그 진단이 보험약관상 암의 정의에 명백히 반하지 않는 한 이를 암의 진단 확정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의료진의 최종 진단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을 재확인한 것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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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 DB손보가 HSIL 진단의 제자리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 주치의·KCD 색인·공공기관 해석은 D06.9 적용을 뒷받침한다.
- 쟁점은 CIN2 표기를 최종진단보다 우선할 수 있느냐다.
✅ 핵심 키워드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