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E 세그먼트 세단, 아발론이 미국 시장을 떠난다. 미국 내 세단 장르의 인기 하락과 판매 부진 때문이다. 지금까지 총 5세대에 걸쳐 북미에서 활동한 아발론은 올해 생산 분인 2022년형 모델을 끝으로 27년 만에 미국 시장을 떠난다. 중국에서만 톈진 공장에서 조립한 모델을 계속 판매할 예정이다.
저조한 판매량, 이유는?
아발론은 1994년 처음 미국 시장에 발을 디뎠다. 첫 해 판매량은 6,603대였는데, 이듬해 실적이 약 6만6,000대까지 오르며 인지도를 쌓아올렸다. 2000년에는 10만 대를 넘겨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는 연 평균 2만대를 웃돌기 시작했다. 이후 잠시 판매량을 회복하나 싶었지만, 시간이 흘러 지난해에 1만8,421대, 올해 상반기에 1만3,476대라는 안타까운 성적을 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 비스킷(Motor Biscuit)’은 아발론의 성적 하락에 대해 “아발론을 포함한 E 세그먼트 세단 수요층은 큰 차를 선호하는 베이비 붐 세대였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했으며, 실용성과 비용 등을 이유로 대형 세단을 찾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신세대인 16세~24세의 젊은 층은 대부분 첫 차를 중고차로 고른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리프트(Lyft)나 우버 같은 셰어링 서비스가 생기면서 자동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도 있다”라고 전했다.
SUV의 인기도 한몫 했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 1~25위 중 세단은 단 5대. 그중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린 캠리도 6위에 그쳤다. 참고로 1~3위는 모두 대형 픽업트럭이었으며, 세단과 포드 트랜짓을 뺀 나머지는 전부 SUV다.
아발론의 미국 정착기
1994년 9월, 켄터키 공장에서 1세대 아발론이 탄생했다. 플랫폼은 캠리와 공유했다. 미국에 판매하는 토요타 모델 최초로 칼럼식 기어 시프터를 달았다. 덕분에 벤치 시트를 갖춘 1열에 3명까지 탈 수 있었다. 보닛 아래에는 V6 3.0L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9㎏·m를 앞바퀴에 보냈다. 1997년에 ABS를 기본으로 달고, 엔진 출력과 토크를 각각 8마력, 0.5㎏·m씩 올렸다. 이듬해 부분변경을 치르며 1열 사이드 에어백을 넣었다.
2세대는 1999년 나왔다. JBL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ESC, 1열 벤치 시트를 옵션으로 준비했다. 가변 밸브 타이밍(VVT) 기술을 더한 V6 3.0L 가솔린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로 최고출력 210마력, 최대토크 30.4㎏·m를 냈다. 115V 전원 인버터도 넣었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모든 시험 항목에서 ‘우수’ 성적을 받으며 남다른 안전성도 증명했다.
2005년 2월에는 3세대를 출시했다. 차체 디자인은 한층 더 부드럽게 다듬어, 공기저항계수는 Cd 0.29에 불과했다. 파워트레인은 듀얼 VVT-i 기술이 들어간 V6 3.5L 가솔린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묶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80마력, 34.2㎏·m. 최상위 모델 리미티드에는 스마트키와 버튼 시동, 레인센서 와이퍼, 통풍 시트 등을 담았다. 연식변경 및 부분변경을 거치며 타이어 공기압 센서와 ESC, 후방카메라도 챙겼다.
4세대는 2012년 4월 뉴욕 국제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했다. 파워트레인은 두 가지. V6 3.5L 가솔린 엔진과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하이브리드 엔진을 마련했다. 그중 하이브리드의 복합 공인연비는 미국 EPA 기준 40mpg(약 17㎞/L). 2015년에 나온 부분변경 모델에는 차선이탈경보와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등으로 구성한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가 기본이다.
단종 앞둔 5세대는 어떤 차?
5세대는 2018년 1월 북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다. 뼈대는 무게중심을 낮춘 토요타의 새 플랫폼 TNGA다. 3.5 가솔린 XLE와 XSE, 투어링, 리미티드, 2.5 하이브리드 XLE, XSE, 리미티드 등 총 7가지 트림이 있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980×1,850×1,440㎜. 이전 모델보다 20㎜ 길고 15㎜ 넓으며, 20㎜ 낮다. 휠베이스(2,870㎜)도 50㎜ 늘었다. 차체는 레이저 스크루 용접(LSW)으로 만들어 비틀림 강성이 올랐다.
파워트레인은 V6 3.5L 가솔린 엔진과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하이브리드 두 가지다. 각각 8단 자동변속기와 무단변속기(CVT)를 맞물린다. 최고출력은 301마력과 218마력. 복합연비는 3.5 가솔린이 10.6㎞/L, 2.5 하이브리드가 17.2㎞/L다. 국내에는 2.5 하이브리드만 판매하고 있다.
안전장비로 에어백 10개와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를 넣었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과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오토매틱 하이빔이 들어있다. 여기에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와 후측방 경고 시스템을 더해 주행 중 주변 상황을 끊임없이 감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