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일곱 살이 되고 싶다>
- 아버지에 대하여 -
아이의 나이는 7살 이었다
가족끼리 목욕을 온 것 같은 아이의 아버지는 세신실에 누워 편안히 때를 밀고 있었고
아직 어린 투정을 끊지 못한 사내아이 하나가 아버지를 찾아 울면서 목욕탕을 헤매고 있었다.
목욕탕은 아이들에게 늘 좋은 놀이터이고 위험성을 알지 못한 채 망아지처럼 뛰어 다니며 놀아도 되는 편안한 곳 중 하나이다
이 아이도 그렇게 놀다가 습관적으로 아버지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잃어버린 아버지를 급하게 찾고 있던 것 같았다
웬 만큼 큰 녀석의 울음소리가 목욕탕을 몇 바퀴 돌 즈음 아이의 아버지는 아들의 목소리를 알아 차렸는지 때를 밀다가
급하게 일어나 앉아 우는 아이를 불러 세웠다
그제서야 목욕탕 내에 시끄러운 아이 울음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이를 안심 시킨 후 ‘이 근방에서 놀아라’ 하는 손짓을 하는 듯 했다
천진스러운 아이는 아직 잦아들지 않은 울음을 들고 아버지의 손 짓을 따라 목욕탕에 있는 3개의 욕탕 중에서 세신실 앞에
있는 열탕에 발을 내밀어 들어가고 있었다
열탕은 보통 나이든 어른들이 들어가 ‘어~이 시원하다’ 하고 외치는 곳이다.
열탕의 온도는 다른 두 곳의 욕탕보다 높은 50℃ 정도로 뜨거운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울면서 들어간 아이는 화들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튀어 나왔고 잠시 울음 한 토막이 커진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은 없었다
건너편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 둘이 그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울음이 자지러지듯 더 커지질 것을 예상했는데 아직 잦아들지 않은 울음만 있을 뿐
아이는 천연덕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냉탕에서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열탕은 뜨거웠을 텐데 조금도 의심 없이 발을 들여놓은 것이었다
갑작스런 뜨거움에 대하여 원망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아버지가 가르쳐 준 대로 따라서 했을 뿐 이라는 표정 이었다
아이에게서 잠시 불안했던 시간이 지나가고 아버지를 찾은 기쁨에 얻은 기쁨의 순간을 누리고 있는 모습 이었다
의심이란 단어는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
몇 마디만 듣고도 누워서 자기 아들을 알아듣는 아버지
온탕에서 목만 내민 채 잠깐 동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두 눈을 감았다
“너는 아버지 말씀을 저렇게 의심 없이 따를 수 있니?”
“너는 저 아이처럼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니?”
“너는 저 아이가 가진 아버지의 존재처럼 아버지의 존재를 알고 있니?”
내게 던지는 질문의 시츄에이션 한 섹션이 순간적으로 지나갔다
욕탕에 담근 몸이 굳어져 한 동안 나올 수가 없었다
2008.03.29(토) 19:00 원주 대성 인터스파 남탕에서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새로운 새날을 매일 같이 허락하신 주님과 주안안에서 함께해주신 귀한 님께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