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벼이삭은 황금색으로 여물어 무거운 머리를 숙이고 있다.
허수아비는 비바람에 맞아서,
밀짚모자의 머리의 밑바닥이 빠져 목걸이처럼 되어있다.
논의 물도 빼고,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일본에서 자주 반찬으로 이용하고 있는
메뚜기라도 잡아서 식사에 보태려고
레이카는 남편과 생전에 자주 둘이서 잡으러 갔던 일을 기억하고
몇 년 전엔가 만든 자루를 창고에서 꺼내서 논으로 나갔다.
고추잠자리가 푸른 하늘을 휙휙 날고 있다.
레이카는 저 잠자리조차 혼자서 살아있는데,
이런 일로 지면 안된다고 메뚜기를 쫓으면서 생각했다.
꼭 3시간 정도 해서 3근 정도 잡았다.
이것을 열탕에 데쳐서 아주 빨갛게 된 메뚜기를
양지에 건조해서 1주일 정도 뒤에 다리를 떼어서
통 속에 보존하면 언제든지 쓰쿠다 조림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만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지만 영양이 있고 맛있다.
키요시가 엄청 좋아하는 것이다.
남편의 생전에 배운 것이 이처럼 도움이 될 지는
레이카로서는 그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또 메뚜기를 잡으러 나갔다.
열심히 메뚜기를 쫓고 있는 곳에 마을의 주부같은 사람이,
“당신은 잘 잡으시네요. 며칠 전에도 상당히 잡았지만
어디 여관이나 요리집에 파시나요?”
라고 허리를 펴면서 머리에 감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레이카에게 말을 걸어왔다.
레이카는 지금의 대화 속에서 <어디에 파냐?>고 하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이 메뚜기를 팔 수 있나요?”
라고 놀라서 되물었다.
“팔지요. 나는 이세사키의 여관이나 식당에 가지고 갑니다.
아주머니는 댁에서 드시나요?”
레이카는 기뻤다.
그리고 오늘부터 메뚜기 잡기를 하려고 결심했다.
키요시를 학교에 보내고
그때부터 남편의 도시락 상자를 허리에 차고
메뚜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매일 돌아다녔다.
손은 햇볕에 타서 완전히 거칠어졌다. 25일 일해서 15엔이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 일한 돈이다.
레이카는 남편의 위패 앞에 공양하고 보고했다.
그 외에 다른 회사로부터 일을 받아서
작은 틀에 감은 견사를 큰 틀에 감는 일도 매일 밤늦게까지 일했다.
그것으로 1개월 일해서 40엔이 되면 좋았다.
키요시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를 돕기도 했다.
6학년 2학기가 되었다. 키우치선생이 찾아왔다.
“어머니, 큰일입니다.
어머님께 부탁하기에는 말하기 힘든 일이지만
키요시군을 중학교에 보내고 싶습니다.
저렇게 머리가 좋은 아이는 진학시켜야 하는데...”
라고 선생은 아빠가 없는 키요시를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레이카에게 상담하는 것이었다.
“네... 아빠라도 있으면 정말 중학교에 보내겠지만
여자 혼자 벌어서는 현립중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요?
등록금은 어느 정도 드나요?”
이미 남편이 남긴 돈은 얼마 안남았다.
부업을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어떻게든 해서 중학교에 보내고 싶었다.
레이카는 잠시 생각하고
키요시와 잘 상의해서 학교로 찾아뵙겠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돌아갔다.
“키요시, 지금 키우치선생님 뵈었다.”
“응 알고 있어.”
“키요시는 알고 있어?”
“응, 중학교에 가지 않겠느냐고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어.
그런데 엄마 고생하는 것을 보면
나는 뭔가 해서 돈 벌어서 엄마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아빠한테 미안해.”
레이카가 고생하는 모습을 매일 눈앞에서 보고 있으면,
키요시의 마음속은 효도하지 않으면,
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생겨났다.
레이카는 뭐라도 해서 아이의 힘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키요시, 엄마는 어떤 고생을 해도 네 장래를 위해서 중학교에 보내고 싶다.
키요시는 아직 어린이니까 일할 수 없어요.”
“응, 그것은 중학교에 가고 싶지만 말야.”
라고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듯이 키요시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레이카는 앞으로 어떻게 해서 키요시를 중학교에 보낼까 여러 가지 생각해보았다.
밤이 새도록 이 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 이전 남편이 사용하던 자전거를
고물장사에게 팔았을 때 확실히 20전을 받았다.
이번에는 리어카를 사서 고물장사를 하려고 레이카는 결심했다.
남은 230엔으로 장사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처럼은 곤란하다고 해서,
다음 날은 잡동사니 가게에 가서,
어느 정도의 이익이 나는지 연구하기로 했다.
키요시에게 장사 이야기를 하지 않고
뭔가 혼자서 하려고 생각하고 아침까지 잠을 못잤다.
아침 일찍 레이카는 판동대교를 건너서
혼죠길에 있는 고물장사 집에 가서
폐품류의 단가나 매매 방법에 대해서 공부했다.
“아저씨. 철과 플릭키는 가격이 다른가요?”
“다르지요. 철은 가격이 쎄지요.
여기에 있는 쇳덩어리와 이 철판은 다르죠.
이것은 주물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모두 가격이 달라요.
이것을 상철, 중철, 하철이라고 하죠. 제일 좋은 것은 빛나는 것이지요.”
레이카는 처음으로 철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단가와 중량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철은 알겠는데 빛나는 것은 의미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저씨 빛나는 것은 어떤 것이예요?”
“빨간 쇠예요. 동이나 놋쇠이지요.”
레이카는 대만의 친정에서 사용하던 냄비나 동항아리가 빨간 쇠인 것을 알고
부젓가락이 황동, 지붕의 양철, 주전자, 주물을 차례차례 연상하고 있다.
또한 병 종류도 창고에 많이 있었다.
병도 팔아주는구나 하고 장사에 어떤 것이 되는지 알았을 때,
레이카는 혼자 웃으면서 무엇인가 자신감을 얻은 듯한 용기가 났다.
가게에서 계산을 하고 있던 40대의 주인이 레이카의 곁에 와서
“아주머니같이 아름다운 분이 이런 지저분한 일을 해서 안돼요.
더 좋은 일이 많이 있어요.
이런 일은 고물같은 인간이 하는 것이예요.
관두는 게 좋다고 생각되네요.”
레이카는
“일에는 더러운 일도 깨끗한 일도 있겠죠.
낡은 것을 재생해서 또 새것으로 하는 일도 있지요.
이 쇠도 제철소에 들어가 다시 새로운 철이 되겠지요.
깨끗한 일만 좋아하면 낡은 것만 남겠죠.
아무리 더러운 일이라도 마음까지 더러워지진 않아요.
아름다운 깨끗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몸은 더러워지지 않으나
과연 마음까지 아름다울까요?
저는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어요.
마을이나 동네를 더럽히는 물건을 주워 모으거나,
또한 오래되고 불필요한 물건을 사 모아서 장사가 되면
저도 하고 싶습니다.”
밤새도록 생각한 것인 만큼, 레이카의 말에는 진실이 담겨있었고
주인 미야가와는 놀라고 말았다.
“이야-. 아주머니의 마음가짐에 놀랐습니다.
고물장사라도 마음까지 고물은 아니지요.
아주머니 같은 분을 만난 적이 없어요.
일하고 싶으시면 우리 가게에 있는 리어카를 사용해서
종이, 잡지, 병, 고무, 천, 비철금속, 철, 무엇이든지 사겠습니다.
사들이는 단가표를 드릴 테니까 잘 부탁합니다.”
레이카는 놀랐다. 리어카를 빌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철금속은 무엇인지 레이카가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주인 미야가와는 계산대가 있는 사무소에 가서 단가표를 갖고 와서,
“아주머니, 이것을 기준으로 사세요. 부탁합니다.”
라고 친절하게 한 장의 종이를 레이카에게 건넸다.
레이카는,
“잠시 여쭙겠는데요.
좀 전에 말씀하신 비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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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