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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현재 방글라데시가 경험하고 있는 고도의 경제성장은 산업화의 진전이라는 긍정적 변화에 더해 유해 폐기물 및 화학물질 배출량도 함께 늘어난다는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각종 폐기물이 주민 건강과 환경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방글라데시가 유해 폐기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관리해 나가는지는 외국 투자 유치, 경제 발전 촉진, 토양·수자원·대기를 비롯한 자연환경 보호 등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각국의 산업 부문이 유해 폐기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해 나가도록 보장하는 데에는 법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점을 인지한 방글라데시 정부 역시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유관 분야의 국제조약에도 가맹하는 등의 노력을 전개했으나, 방글라데시의 현행 법체계는 아직 폐기물을 적절한 방식으로 관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본고는 산업 폐기물 및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방글라데시 법체계가 어떠한 한계와 단점을 안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모색해야 할 개선책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유해 폐기물이 방글라데시에 미치는 악영향
급속한 산업화를 겪은 방글라데시에서는 유해 폐기물이 주민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문제로 부상했다. 현재 토양과 수자원 오염을 일으키는 폐기물의 배출량은 급속도로 늘어나는 반면, 이를 관리해야 하는 방글라데시의 인프라는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주요 문제로는 ▲독성 화학물질이 토양과 물로 유입되면서 주민 안전 및 농업·어업 생산성에 초래되는 악영향(Hossain et al., 2018) ▲지역 주민 1,000만 명 이상의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 화학물질의 대기 오염(DOE, 2019) ▲생물다양성 상실과 생태계 교란이 야기하는 가용 천연자원 감소(Sultana et al., 2020) ▲오염된 식수·대기·식품에 노출된 주민의 암이나 선천적 장애, 만성 질환 유병률 상승(Islam et al., 2020)을 들 수 있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제한되는 데다가 국민 다수가 이미 영양부족이나 전염성 질병 등 각종 건강 문제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에서는 유해 폐기물이 야기하는 보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WHO, 2019).
국제 법체계의 문제점
세계 각국은 독성·위험성 산업 폐기물과 유해 화학물질의 악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국제법 차원에서 이들 물질의 생산, 사용, 운송, 처분을 규율하는 다양한 협약을 체결했다. 먼저 1989년 바젤협약(Basel Convention; 유해 폐기물의 초국경적 이동 및 처분의 규제에 관한 바젤협약, Basel Convention on the Control of Transboundary Movements of Hazardous Wastes and their Disposal)은 인체와 환경을 유해 폐기물의 악영향으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이들 폐기물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이전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수립된 국제 법체계의 핵심이다. 하지만 바젤협약은 효과적인 강제 수단을 보유하지 못해 가맹국의 의무 불이행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편 2001년 스톡홀름협약(Stockholm Convention;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협약, Stockholm Convention on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외부 환경 방출량을 줄이거나 없앤다는 취지에서 체결되었으나, 금지 대상 화학물질의 포괄적 목록이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데다 효과적인 집행 및 강제 수단을 결여한다는 문제를 지닌다. 또한 1998년 로테르담협약(Rotterdam Convention)은 유해 화학물질 수출국이 수입국으로부터 사전 정보에 기초한 동의를 받을 것을 규정하나, 정작 수입국은 자체 결정을 통해 이 과정을 우회할 수 있기에 강제력 저하 문제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1992년에 체결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세계적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을 조율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강제력 있는 배출량 저감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 모든 가맹국의 책임 있는 동참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방글라데시 국내 법체계의 문제점
방글라데시에서 유해 폐기물 관리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으로는 환경보호 분야의 환경청(Department of Environment), 노동 분야의 공장·시설검사청(DIFE, Department of Inspection for Factories and Establishments), 그리고 수자원 관리 및 산업 오·폐수 등의 후처리 의무 준수를 감독하는 수자원개발위원회(BWDB, Bangladesh Water Development Board)가 있다. 한편 방글라데시에는 산업 폐기물 및 유해 화학물질 관리를 전담하는 포괄적·전문적 법률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대신 폐기물의 처분과 후처리, 관리 지침을 개별적으로 다루는 법률이 여러 분야에 파편화 되어 있다. 이 중 대표적 사례와 이들 각각이 지닌 문제점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1992년 환경정책
국가 환경의 보전과 관리의 기본이 되는 내용을 담은 1992년 방글라데시 환경정책(Bangladesh Environment Policy)은 유해 폐기물의 적절한 관리를 강조하면서 지속가능한 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환경 및 인체 건강을 보호하는 데 방점을 둔다. 본 정책에 담긴 주요 내용으로는 ▲친환경 기술 활용 장려 ▲환경오염 방지 ▲천연자원 보존 ▲오염자 부담 원칙 확립 ▲대중의 환경 분야 정책결정 참여 독려 등이 있다. 다만, 1992년 환경정책은 일반적인 지침만을 제공할 뿐, 유해 폐기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상세 규정은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다.
(2) 1995년 환경보전법
대기 및 수질 오염을 일으키는 유해 폐기물 관리에 관한 핵심 법률인 1995년 방글라데시 환경보전법(Bangladesh Environmental Conservation Act)은 각 기업이 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제6절). 이 법이 규정하는 주요 의무로는 산업 분야 기업이 환경 기준을 준수하고 사업 진행 이전에 환경심사 인증서를 취득할 것(제5절), 그리고 유해 폐기물 배출에 관한 정례 보고서를 작성해 환경청에 제출할 것(Section 14) 등이 있다.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면 벌금을 비롯한 제재를 받게 되며(제18절), 정부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환경상소위원회(Environmental Appeal Board)에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제20절).
방글라데시의 산업 분야 기업은 사업을 진행하기 이전에 1995년 환경보전법 제8절이 기술하는 절차에 따른 환경영향평가(EIA, 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를 실시하고, 제10절에 규정된 오·폐수처리계획(ETP, Effluent Treatment Plan)을 수립해야 한다. ETP는 오·폐수의 양을 줄이고 환경 및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통제하는 데 목적을 두며, 오·폐수의 후처리 및 처분에 관한 내용과 오·폐수의 성분 모니터링에 관한 내용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1995년 환경보전법에도 다양한 한계와 맹점이 존재하는데(Shahriar, 2012; Khan, 2014), 그 대표적 사례로는 정부 감독이 소홀해 법 조항을 그대로 준수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문제는 각종 정부 기관이 기업활동을 효과적으로 감독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3) 2006년 노동법
1965년 방글라데시 공장법(Bangladesh Factories Act)을 대체해 제정된 2006년 방글라데시 노동법(Bangladesh Labour Act)은 노동자 안전 및 건강 보장을 주요 골자로 한다. 본 법 제123절은 모든 공장이 유해물질을 비롯한 위험요소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것과 유해물질을 목록화해 관리할 것을 규정하며, 제124절은 노동자 안전 및 건강 의무 이행을 감독하는 안전 담당관의 임명을 의무화한다. 하지만 현행 노동법에는 산업 폐기물 관리나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조치에 관한 구체적 조항이 부재하고, 위반 기업 단속도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규정 위반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4) 2013년 수자원법
2013년 방글라데시 수자원법(Bangladesh Water Act)에서 유해 폐기물을 다루는 내용은 제19, 20, 21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제19절은 산업 분야 기업이 오·폐수 방류 이전 방글라데시 환경청으로부터 이의부재확인서 (NOC, No Objection Certificate)를 취득할 것을 규정하고, 제20절은 ETP 및 관련 기록물 관리를 다루며, 제21절은 방글라데시 환경청의 감독 및 강제력 행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개발언론·통신센터(BCDJC, Bangladesh Centre for Development Journalism and Communication)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관 역량 및 정치적 의지 부족 ▲부패 ▲감독 부실 ▲규제 명확성 부재 ▲적절한 모니터링 설비 부족 ▲숙련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수자원법의 효과적인 집행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Shahriar, 2012).
(5) 2010년 직업안전·보건·환경규칙
2010년 방글라데시 직업안전·보건·환경규칙(Bangladesh Occupational Safety, Health and Environment (OSHE) Rules, 이하 OSHE 규칙) 중에서 유해 폐기물을 다루는 구체적 내용으로는 ▲(2.17조) 유해물질 관리 ▲(2.18조) 리스크 평가 및 리스크 저감 조치 시행 ▲(2.13조) 개별 공장의 안전 담당관 임명 ▲(2.19조) 수석 공장 감독관(Chief Inspector of Factories)에 제출되는 연례 보고서 작성 의무 등이 있다.
하지만 OSHE 규칙도 그 이행에 있어 한계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다음의 배경이 존재한다. 먼저 방글라데시 노동연구소(Bangladesh Institute of Labour Studies)에 따르면 기업가와 근로자들의 규칙 인지·이해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Islam et al., 2016). 또한 OSHE 규칙의 집행을 담당하는 방글라데시 노동청(Department of Labour)도 자원과 역량의 부족으로 기업 감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Islam et al., 2016). 이외에 규제 및 지침의 명확성 부재, 감독 설비 및 인력 부족 문제도 OSHE 규칙의 효과적 집행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결론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방글라데시는 1995년 환경보전법, 2006년 노동법, 2013년 수자원법, 2010년 OSHE 규칙 등 유해 폐기물 관리를 규제하는 다양한 법률을 제정해 놓았지만, 관련 규정이 효과적으로 집행되지 못한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먼저 ▲폐기물 관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포괄적 법률과 기관의 부재로 정부 기관의 책임이 분산되고 상호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 ▲법률 조항의 구체성이나 강제력 결여로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 제도 자체의 문제를 지적해볼 수 있다. 아울러 ▲자원 및 숙련 인력의 부족으로 감독기관의 역량이 부족한 점 ▲부패와 열악한 거버넌스 체계로 각종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 ▲관련 규정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의지가 부재한 점 ▲유해 폐기물 관리의 중요성에 관한 대중의 인식이 저조한 점 등도 방글라데시가 극복해야 하는 주요 장애물이다(Hossain & Ahmed, 2015; Ahmed and Hossain, 2016; Islam et al., 2019; Rahman & Ahmed, 2018; Khan et al., 2018; Shahriar, 2012).
여러 연구 결과가 말해주듯, 유해 폐기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법체계를 마련해 관련 규정을 강력히 집행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유해 폐기물이 인체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막대한 악영향을 고려하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전문가들의 이러한 지적을 귀담아듣고 폐기물 관리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만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는 신규 정책으로는 방글라데시 환경변호사협회(BELA, Bangladesh Environmental Lawyers Association)가 지목한 바 있는 ▲유해 폐기물 배출 시설 등록부 신설 ▲기업의 폐기물 배출 신고 의무화 ▲기존에 분산되어 있던 모든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국가 차원의 폐기물 관리기구 신설 등이 있다. 다만 유해 폐기물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이러한 개별 제도를 넘어 ▲ 전문적 법체계 구성 ▲ 효과적 제도 수립 ▲ 감독기관의 원활한 작동에 필요한 자원 확보 ▲ 국민 참여 독려와 같은 다양한 요소를 모두 다루는 종합적 접근법의 채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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