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선포합니다.>
▥ 요한 1서의 시작입니다.1,1-4
사랑하는 여러분, 1 처음부터 있어 온 것,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보고 우리 손으로 만져 본 것,
이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2 그 생명이 나타나셨습니다. 우리가 그 생명을 보고 증언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그 영원한 생명을 선포합니다.
영원한 생명은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3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선포합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친교를 나누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친교는 아버지와 또 그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나누는 것입니다.
4 우리의 기쁨이 충만해지도록 이 글을 씁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0,2-8
주간 첫날, 마리아 막달레나는 2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3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밖으로 나와 무덤으로 갔다.
4 두 사람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5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6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7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다.
8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후배 신부님과 포트워스에 다녀왔습니다. 포트워스에는 서울대교구 신부님이 한국순교자 성당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신부님과 함께 있으면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신부님은 음식을 잘하였습니다. 청소도 잘 하였습니다. 덕분에 매일 즐거운 식사를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일주일에 두 번 대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5년 있으면서 일본말을 배웠듯이, 미국에서 5년 있으면서 영어도 배우겠다고 하였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신부님의 성실함이 부러웠습니다. 신부님은 중남부 한인 성당 사제단의 대표를 맡았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번거롭고, 부담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기꺼이 ‘십자가’를 맡았습니다. 신부님의 집무실에는 본당 관할 지도가 있었습니다. 그 지도 위에 교우들이 살고 있는 ‘집’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부임하면서 교우들의 집을 방문하여 기도해 주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에게서 최선을 다하려는 열정, 십자가를 지려는 헌신, 교우들을 향한 사랑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따르는 사제의 모습이고, 예수님과 함께 하였던 사도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일 저녁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신학교 때 배웠던 ‘원죄론과 구원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죄론이 보편적이라면 구원론도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구원은 세례 받은 그리스도인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한 의지로 하느님의 뜻을 따랐던 익명의 그리스도인에게도 열려있다고 하였습니다. 사이비는 사람의 몸과 영혼을 병들게 하기에 멀리해야 하지만 이단과는 공동선을 위해서 함께 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이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일치를 향한 결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단과의 대화를 넘어서 이웃 종교와의 대화도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더 나가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모든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교황님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잘 지키고 보존하자고 하였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살았고,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야 할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를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년에 있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투명한 정치, 깨끗한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는 깨어있는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겨울밤이 깊어가도록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입니다. 전승은 요한 사도께서는 예수님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성모님을 모시고 살았으며, 교회의 귀중한 보물인 요한복음, 요한 서간, 요한 묵시록의 저자라고 합니다. 복음에서 요한은 베드로 야고보와 함께 예수님께서 늘 가까이 데리고 다녔던 제자 중에 한 분이셨음을 알려줍니다. 요한복음은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예수님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 하느님의 아들일 뿐만 아니라, 말씀이셨고, 말씀은 하느님이셨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니라, 태초부터 계셨던 분, 말씀이셨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자칫 예수님에 대한 기록으로 머물 뻔했던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요한복음은 우리에게 영적인 세계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심오한 철학적인 주제들을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4장, 8장에서 우리는 지혜로운 예수님을 볼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10장과 15장에서 우리는 교회를 사랑하는 목자이신 예수님을 볼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우리를 영적인 세계로 인도해주는 안내서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요한 사도의 겸손함을 보았습니다. 그토록 사랑을 받았던 요한 사도는 베드로 사도보다 앞서서 빈 무덤에 도착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주님의 빈 무덤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한 사도는 그 중요한 일은 베드로 사도에게 양보하였습니다. 나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많은 일들이라도 생각만 바꾸면 다른 이들이 해도 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리를 차지하는 것 때문에 실수하고 잘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리를 포기하고 떠나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실수와 잘못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여준 요한사도의 겸손함을 배운다면 우리는 주님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