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은 '젓갈의 왕' 새우젓의 본향(本鄕)이자 최대 주산지다. 지난해 기준 국내 새우젓 생산량 70%에
껍질과 속살이 연한 젓새우(참새우)는 어획한 지 3시간쯤 지나면 신선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신안
국내 최대 젓새우 생산지인 신안 지도읍의 신안젓갈타운은 초가을 김장철을 앞두고 '추젓(가을새우
젓)'이 한창 팔리고 있었다. 신안젓갈타운에는 새우·황석어·밴댕이·갈치·멸치젓 등 다양한 젓갈이 모
여 있다. 젓갈 저장·숙성용 저온 저장시설(978㎡)과 전시·홍보관(1078㎡)도 갖췄다.
신안새우젓이 1000년 넘게 고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은 뛰어난 어장 환경과 천일염이다. 신안군 전역
의 해저는 북서풍으로 유입된 모래층이 잘 형성돼 있어 젓새우를 비롯한 어류의 산란에 유리하다.
옹기종기 섬들이 흩어진 신안 해역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이면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
정돼 있다. 청정 해역으로서 우수한 생태 환경이 검증된 것이다. 해상에서 바로 젓새우를 천일염으로
염장해 새우젓으로 만드는 신안 젓배는 신안 갯벌 천일염을 필수로 싣고 다닌다. 수입품에 비해 칼슘
과 마그네슘이 3배 많은 신안천일염과 젓새우가 만나 '발효 젓갈의 최고봉'으로 인정받는 신안새우젓
이 탄생했다.
지난 7월 12일 지도 위판장에선 역대 경매 최고가를 깬 신안새우젓이 나왔다. 250㎏ 새우젓 드럼통
1개가 1650만원이었다. 2014년 600만원 하던 것이 최근 어획량이 줄면서 5년 만에 3배쯤으로 급등
했다. 주인공은 산란 직전인 음력 6월에 잡는 새우젓인 육젓이었다. 새우젓은 음력으로 잡는 시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가령 음력 5월은 오젓, 6월은 육젓 하는 식이다. 양력으로 보면 봄젓은
4~6월, 오젓은 6~7월, 육젓은 7월, 추젓은 9~11월 등으로 시기가 구분된다.
예부터 "새우젓은 한국 사람이 흰밥을 목구멍에 넘기게 해주는 최소 단위의 반찬"이었다고 한다.
조선 중종 때 판서를 지낸 김안국(1478~1543)은 친구의 재물 집착을 탓하며 '밥 한 숟가락에 새우젓
한 마리만 얹으면 먹고살 수 있는데'라고 편지를 썼다. 산촌에 새우젓 장수가 들르면 부잣집 사랑에
기거하게 할 정도로 새우젓을 귀하게 여겼다. 오래된 새우젓 음식 문화 덕에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
도 새우 잡는 무동력선(멍텅구리배) 1척이 주민 100명의 생계를 책임졌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정부의 폐선(廢船) 조치로 멍텅구리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도에서 가까운 임자도 전장포
에는 1970년대 만든 길이 100m짜리 젓갈 숙성용 토굴 4기가 남아 있다. 권육용(68) 임자도 전장포어
촌계장은 "멍텅구리배가 모두 사라지면서 어민들이 섬을 빠져나가 임자도에서 지도로 새우젓 중심지
가 옮겨갔다"고 말했다. 임자도는 내년 9월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새우젓
의 상징 섬인 임자도의 토굴을 고쳐 새우젓 홍보·체험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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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 지도(신안) 병어축제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