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3시간 00분 01초와 3시간 01분 04초를 기록하고
올 가을에는 뭔가를 이뤄보자는 생각으로 여름 훈련을 계획했다. 그리고 다름대로 열심히 훈련을 했다. 그리고 훈련 실력점검. 30km 지속 주에서도 향상이 되지 않았고 강속주 하프기록 테스트에서도 발전이 없었다.
오히려 미세한 기록의 후퇴가 나타남이 느껴졌다. 이번춘천마라톤 대회가 마라톤 경력 5년에 풀코스 마라톤 30회 째, 30회가 그저 30회가 아니다. 느낌으로 대략의 기록을 점칠 수 있고 그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나를 더욱더 긴장하게 했다.
의지할 것은 지구력과 그리고 강한 투지. 힘을 비축하기 위해선 식이요법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강도 식이요법은 할 수 없어서 월요일은 약하게 그리고 화요일은 중강으로 그리고 수요일은 고강도로 그렇게 3일의 단백질 식사를 하고 목요일부터 3일간은 탄수화물을 섭취했다.
식이요법은 성공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몸무게가 2키로 그램 정도 줄어들고 그 줄어든 2키로 그램의 몸무게가 토요일 회복되었으니까. 대회전 날 약간의 자신감 같은 것이 생겼다. 그러나 높은 기온의 일기예보로 인하여 쉽지 않는 경기가 될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순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는 제법 춥던 날씨가 대회 출발 1시간 전부터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살살 불어주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11시 정각 출발을 했다. 응원객들의 함성과 고적대의 나팔소리를 들으며 정문을 나서면서 얼마의 기록으로 이 운동장에 다시 들어올까를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날것 같았다.
5km까지는 천천히 가기로 했다. 그래도 너무 늦으면 안 돼니까 대략 21분 정도의 시간에 통과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렸다. 예년에는 같은 그룹의 주자들과 이 언덕길을 달릴 때 전혀 힘이 들지 않았는데 오늘은 따라가기도 무척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빠른 속도도 아닌데....
예상대로 5키로 미터 통과기록은 목표보다 35초나 늦어졌다. 그래도 초반에 늦게 달렸으니까 오히려 후반에 약이 될지도 모른다는 좋은 생각을 하며 달렸다. 이어진 내리막길 그리고 의암댐, 항상 이 지점에 이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몸도 어느 정도 풀린 것 같고....
그러나 함께 달리는 러너들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B그룹에서는 기록이 가장 좋은 사람인데
다들 나보다 더 빠르게 달리니 도대체 어쩌자는 말인가.
그만큼 내 실력이 후퇴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몸이 무거웠다. 그래서 속도를 조금 늦추니 많은 주자들이 추월해 나간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렇게 속도를 늦추어 달렸는데도 2구간 기록이 20분 30초가 나온다. 목표기록보다 20초가 더 빠르다. 그런데도 다들 너무너무 잘 달린다. 주변을 보니 나만 너무 힘들게 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기록내기는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또 다시 들기 시작한다. 대략 3시간 5-6분 정도의 기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기록이 뒤진 많은 러너들이 추월해 가고... 그러나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달리기를 이어갔다.
15키로 랩 타임도 썩 좋지가 않았다. 적어도 20키로 미터까지 1시간 23분 30초에는 통과를 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보다 30여 초가 오버한 1시간 24분 07초에 통과를 했다. 그런데도 몸은 여전히 무거웠다. 예년에 이 지점쯤 오면 몸이 날라 갈 것 같았는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다. 기온도 높고 햇빛도 강열하여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실 훔쳐내며 달려야 했다.
그러나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가볍게 하며 달리자고 했다. 그래서 아는 주자들 만나면 말도 건네고 힘도 불어 넣어주면서 달리니 조금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25키로 지점인 춘천댐 오르는 길을 달리니 주자들의 페이스가 조금씩 느려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명씩 한명씩 추월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페이스를 너무 많이 올리면 레이스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조절하며 달리기를 이어갔다.
춘천댐을 건너 이어진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길을 달리는데 앞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갑자기 기분이 상쾌해졌다. "역시 나는 시원해야 잘 달린다니까."
갑자기 힘이 솟구쳤다. 그러나 내리막에서 빠르게 달리는 건 레이스를 망치는 지름길이기에 다른 주자들을 추월하지 않고 그 페이스대로 그대로 달려갔다. 왜냐면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을 빠르게 달리게 되면 평지에 이르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20키로 지점부터 내 뒤 10여 미터 뒤에 따라오던 서브쓰리 페이스 메이커와 29키로 미터 지점에서 합류를 했다. 그리고 힘이 닿는데 까지 따라가 보자는 생각으로 달리기를 이어갔다. 그런대로 달릴만했다. 33km 지점에선 오히려 힘이 남아돌아 조금 앞서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발을 맞추어 달리고 그렇게 37km까지 함께 달려갔다.
그러나 조금씩 힘들어지면서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1-2km라면 죽을힘을 다해서 따라가겠지만 여기서 오버를 하면 마지막에 페이스가 더 느려져 레이스를 완전히 망쳐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속도를 조금 늦추며 자세를 똑바로 하면서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소양교에서 터미널까지 이어지는 3키로 미터 직선주. 비록 페이스 메이커와 200미터 가량 벌어졌지만 아무에게도 추월 당하지 않고 오히려 몇 명을 추월하며 달렸다.
40키로 미터 지점 통과. 남은 거리는 2.2km. 시계를 보니 2시간 5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눈이 아른거려 초까지 확인하진 못했다. 대략 9분 정도 남았다는 건데...
"그래 승부를 걸어보는 거야."
이때부터 정신을 한곳에 모으고 오직 달리기에만 온 힘을 집중시켰다.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해 내딛으며 어떤 기록이 나와도 좋으니 원 없이 달려보자고 했다. 마음은 더 빨리 달리자 하고 몸은 멈추겠다고 하고... 정말 고통의 한계를 넘는 것 같았다.
그래 조금만 참자 그리고 최선을 다하자. 오직 운동장의 골인지점만 생각하며 달렸다. 운동장 근처에 오니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했다. 답례를 하고 눈을 돌릴 겨를도 없었다. 오직 집중 뿐 이였다.
드이어 운동장이다. 400미터 인터벌 훈련을 떠올리며 달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몸부림으로 골인지점을 응시하며
팔을 내젓고 두발을 쫙쫙 뻗어 달렸다. 30미터 전방쯤 전광판 시계가 보였다. 시계는 이미 3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달렸다. 1초라도 더 빨리 달려보다는 생각으로....
드디어 골인. 시계의 버튼을 누르고 시계를 보니 3시간 00분 11초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뿐. 부축해주는 보조위원들의 팔을 뒤로하고 잔디밭에 누었다. 2-3분쯤 누워있으니 호흡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운동장을 걸어가니 다리가 쥐가 나서 걸을 수가 없다. 멈춰 섰다가 걷고.. 그리고 다시 멈추고 그렇게 5분여를 걸으니 쥐 내림이 없어졌다.
달리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최선을 다한 내가 자랑스러웠고 기록도 만족스러웠다. 올 봄 충주에서 3시간 00분 01초의 기록으로 골인했을 때는 마음이 조금 우울했고 동아에서 3시간 01분 04초로 골인했을 때는 조금 슬펐었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너무 기뻤다. 기분도 날아갈 것 같았고... 오히려 서브쓰리를 했으면 기쁨보다 허탈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아무튼 기분 좋았다.
아마도 최선을 다한 내 자신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내 기록을 물어보곤 아쉬워하면서 위로를 하고자 했다. 내 마음과 정 반대라는 생각에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록을 물어보면 그냥 천천히 달렸다고 대답해 주었다.
이렇게 30회 풀 코스 완주는 멋지게 장식되었다. 비록 3030의 조합은 맞지 않았지만 그 보다도 더 즐겁게 달린 2004 춘천마라톤은 오래도록 나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혹자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긴장감이라는 게 인생의 멋이라고..... 그리고 어찌보면 삶의 의미라고... 그래서 그 긴장감을 더 오래도록 이어가라고....
나의 30회 마라톤 기록(42.195km)
01,2004년 02월 29일 충주마라톤 3시간 00분 01초
02,2004년 10월 24일 춘천마라톤 3시간 00분 11초
03,2004년 03월 14일 동아마라톤 3시간 01분 04초
04,2002년 10월 20일 춘천마라톤 3시간 03분 06초
05,2002년 03월 31일 충주마라톤 3시간 06분 55초
06,2003년 03월 16일 동아마라톤 3시간 08분 03초
07,2003년 11월 16일 한강마라톤 3시간 08분 06초
08,2002년 03월 03일 서울마라톤 3시간 08분 39초
09,2003년 03월 02일 서울마라톤 3시간 08분 41초
10,2003년 04월 20일 여주마라톤 3시간 08분 45초
11,2003년 10월 19일 춘천마라톤 3시간 09분 08초
12,2004년 04월 25일 여주마라톤 3시간 09분 59초
13,2002년 03월 17일 동아마라톤 3시간 12분 20초
14,2002년 11월 04일 중앙마라톤 3시간 12분 23초
15,2004년 09월 19일 강화마라톤 3시간 14분 26초
16,2001년 10월 20일 춘천마라톤 3시간 14분 29초
17,2004년 04월 11일 한강마라톤 3시간 14분 34초
18,2003년 11월 02일 중앙마라톤 3시간 16분 17초
19,2001년 12월 16일 포항마라톤 3시간 18분 22초
20,2003년 05월 11일 경향마라톤 3시간 19분 19초
21,2002년 09월 08일 충주마라톤 3시간 20분 43초
22,2002년 12월 08일 포항마라톤 3시간 21분 07초
23,2003년 09월 27일 백제마라톤 3시간 21분 57초
24,2004년 04월 18일 경기마라톤 3시간 22분 10초
25,2001년 10월 06일 문화마라톤 3시간 22분 24초
26,2002년 09월 29일 강화마라톤 3시간 23분 43초
27,2002년 04월 28일 인천마라톤 3시간 26분 17초
28,2004년 05월 02일 제천마라톤 3시간 27분 12초
29,2001년 04월 16일 전군마라톤 3시간 36분 27초
30,2003년 09월 07일 관광마라톤 3시간 39분 38초
첫댓글 춘마 이틀전에 부상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맘에드는(?)기록으로 풀코스 30회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말이 30회지 원.. 난 한번뛰기도 일케 어려운데..천클의 든든한 나무가 되어 주셔서 항상 감사드려요~
천리마님의 30회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30회 완주 기념패를 멋있는걸로 준비하겠습니다.
형님 진심으로 추카드립니다.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흐미 부러번것....
추카추카..햄 힘임다...
정말 아쉽네요.천리마님께서 32㎞지점에서 힘을 외쳐주어 힘을얻고 35㎞까지 같이 달렸지만 나중에 발이 나가지를않아 쳐졌습니다.천리마님이라도 썹-쓰리를 이루기를 바랐는데 단 7초차이로 달성하지를 못해 안타까웠습니다.다음 중앙때 꼭 달성하시기 바랍니다.천리마님 힘!!
횟수와 기록에서 ....오래된 바위위에 끼인 이끼와 같은 추억과 노력,그리고 성실함이 베어잇는 기분 좋은 향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이젠 대단하시다는 말보다 존경...존경 그 자체입니다. 찬란한 40대를 멋지게 보내시는 천리마님 언제나 힘입니다.....
다시한번 30회 완주를 축하드립니다....100회까지 건주하시기 바랍니다.
형님의 열정이 부럽습니다!!!!!!!!
50회 이전에는 서브-쓰리 하시는 거지요 ? 제가 지켜보겠습니다. 천리마님이 "달리기는 나의 생활이다"라고 말씀 하시는 것이 지금의 천리마님을 만든것 같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알총무님 이번 정모에서 30회기념 이벤트있시유?? 이차말구..
약간의 긴장감이 좋으시다는 천리마님! 정말 자~알 달리셨어요. 든든한 천리마님이 계시기에 더욱더 빛이 나는 천마산 마라톤클럽이 아닐런지요....
솔직히 천리마님에겐 더이상 할말이 없을정도로 마라톤에 대한 열의를 예전부터 느꼈지요 30회 완주 진심으로 축하해요 나도 그런날이 오려나..^^ 본인의 완주보다도 다른사람들의 완주를 도와준것까지 합하면 아마도 100번은 넘을듯........천리마님 항상 힘입니다요^^
다음에 sub-3 하시면 되지요! 뭐?? 숙제가 남아 있어야 재미있지 않나요?
30회 완주를 축하!!! 천리마님의 마라톤 열정으로 봐서는 앞으로 수년내 풀 100회 주파도 가능하리라 믿십니다. 이제 마라톤 교수답게 완주의 멋을 아는 님은 진정한 마라토너 중의 마라토너입니다. 천리마 힘!
곰은 할말이 없고,천리마님을 비롯,천클 횐님들 ,수고 하셨읍니다.그리고,탐박질은 평생 할꺼지요?오래오래 뵙고 시퍼유.
축하 합니다.~ 축하합니다.~~~30회 완주를 축하합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