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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정원, 그가 사랑했던 곡으로 위로를 건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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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있는데, 당근주스를 주문하다니 의외다. “몸이 많이 피곤한 상태예요. 부산 공연 때는 앙코르 무대에서 코피를 쏟았어요. 엽기적이지 않았을까요(웃음)? 투어하면서 예술의 전당에서 마련한 <청소년 음악회> 연주와 해설도 맡았고, 경희대에서 강의도 하고, 정명훈 선생님과 함께 하는 공연도 준비하고, 인천시향이랑 협연도 있어서 정신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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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수원 등 절반 이상의 공연이 마무리됐다. “저 할수록 느는 것 같아요(^^). 전국 투어 공연은 공부를 하게 돼요. 이렇게 말하면 초반 공연을 보러 온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미 연습했던 곡을 무대 위에서 연주하면서 다시 배우게 되고 계속 보완이 돼요. 보통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계속 연주하지는 않기 때문에 투어가 끝나면 이 곡에 대해서는 자신이 생겨요. 그래서 투어 프로그램은 물론 청중들을 위한 곡이지만, 제가 깊게 공부하고 싶은 곡으로 택하려고요(^^).”
그렇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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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투어는 지방을 많이 생각하는데, 제 연주를 통해서 처음 클래식 음악을 만나는 사람들을 고려했어요. 클래식이 어렵다거나 지루한 음악이라는 인식에 제가 일조하면 안 된다는 강박증이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지루하거나 난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그러면서 클래식 마니아들도 생각해요. 이런 중용을 지키려고 투어 프로그램은 몇 달 전부터 고민해서 마지막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게 돼요. 물론 독주회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흐름을 유지해야 하고요."
“이번 프로그램은 개인적인 의미를 많이 담았어요.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지 10년이 됐는데 정말 순수하게 음악과 나, 피아노와 나, 1대 1로 재설정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 피아니스트를 동경하며 듣던 곡들로 골라봤어요.”
쇼팽 소나타 2번 - “9살 때 처음 듣고 좋아서 밤새 들었던 곡이에요. 5분을 듣고는 멍해서, 난 꼭 피아니스트가 돼서 이 곡을 쳐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그때 그 충격이 20살이 될 때까지 계속돼서, 결국 2000년에 쇼팽 콩쿠르 나갈 때 그 곡을 쳤어요. 콩쿠르는 떨어졌지만(웃음).”
리스트 리골렛토 패러프레이즈 - “3년간 손가락 연습만 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첫 독주회에서 연주했던 곡이에요. 사실 이 곡은 성인 피아니스트들에게도 힘든 곡인데, 악보 보고 너무 놀랐죠. 끝이 안 보이는 산처럼 느껴졌는데, 물론 흉내만 냈겠지만 이 곡을 완성하면서 새로운 피아노의 세계를 보게 됐죠.”
“첫 곡인 바흐의 ‘부조니’를 비롯해서 마지막 곡인 쇼팽의 ‘장송행진곡’도 쇼팽이 쓴 곡 중에서 흔치 않은 장중한 곡이에요.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닌데, 이번에는 어두운 곡들을 많이 골랐더라고요. 제가 2009년 한 해, 좋은 일도 많았지만 힘든 일을 많이 겪었는데, 그때 저에게 위로가 됐던 곡이에요. 물론 밝고 따뜻한 곡들도 기쁨과 위로를 주지만, 진짜 마음이 많이 아플 때는 무거운 곡들이 결국에는 치유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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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무슨 위로를 주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두 가지 중 하나일 것 같아요. 클래식을 정말 들어보지 않고 의문을 갖는 분들, 또 하나는 교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위로를 못 주는 연주회를 갔을 수도 있고요. 음악 하는 사람 중에 정말 음악을 아끼거나 음악으로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클래식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느냐는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듣고 바로 반응이 오는 거니까요.”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차분해진 느낌이다. 밝고 사교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성격은 어떤가? 음악이 주는 위로를 알자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제가 올해 그 생각을 했어요.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 그 중에 첫 번째가 저더라고요. 저의 모르는 면을 많이 찾았죠. 스스로 밝고 긍정적이고 어울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약하고 악한 부분도 많이 찾았어요(웃음).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상처도 잘 받는구나. 생각보다 예민하다는 것도 올해 인정하게 됐고요. 예전에는 사람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곤 했는데, 이제는 좀 조용히 지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고, 사람하고 지내는 시간보다 음악하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또 음악이 어떤 면에서는 더 소중해졌고, 한편으로는 사람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내 가족이 음악보다 더 큰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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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 멤버들과는 행보가 비슷한 것 같다. 경희대에서 함께 강의를 하는 것도 그렇고. “재밌게 됐죠. 제가 불러 모은 거나 다름없어요(웃음). 나이 때도 비슷하고 활동하는 범위도 비슷하고,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에요. 특히 강의는 학교와 다른 교수님들이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애들이 꿈을 가져가는 모습이 좋아요. 처음에는 위축돼 있고 ‘나는 어차피 연주자는 못 되니까’ 이런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굉장히 의욕적이고 김정원 제자라고 자랑스러워 하니까(^^) 저도 보람을 느끼죠. 새로운 재미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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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년에는 전국 투어 공연이 힘들다고 들었다. “5월에 <김정원과 친구들> 공연도 보류상태고, 투어는 힘들 것 같아요. 일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유럽 연주 일정이며, 협주곡 녹음도 해야 하고요. 사실 투어는 안 빠지고 하고 싶어서 무리를 해서라도 진행할까 생각했는데, 쉬어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활동을 계속하면서는 새 레퍼토리를 개발하기가 힘들거든요. <김정원과 친구들> 역시 즐거움만 있는 공연이었는데, 기획하고 섭외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즐겁게 무대에 설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성탄절과 새해를 앞두고 있다. 올해 많이 힘드셨다고 했는데, 축복의 메시지 한 말씀. “제가 힘들고 나니까 주변에 힘든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더라고요. 많은 대중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턱없이 큰 꿈인지 모르지만, 음악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해요. 음악과 함께 기쁜 일은 더 기쁘게 힘든 일은 더 큰 위로를 얻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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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씨는 분명 예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차분해져 있었다. 기자의 이 말에 ‘부디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만 하지 말아 달라’며 웃음을 보였지만, 누구에게나 삶에 주어진 상처와 아픔은 있나 보다. 그리고 그 상처와 아픔에서 우리는 너 넓고 깊은 세계를 만난다. 음악가라면 당연히 더 섬세한 감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더 풍성한 울림과 위로를 건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연말 김정원 씨의 연주는 열 일 제치고라도 꼭 들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해본다. 원래 사랑했지만, 투어 무대를 통해 추억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의미까지 찾게 됐다는 그가 고른 연주곡들. 2009년 한 해를 김정원이 두드리는 뜨거운 위로와 함께 마무리해보면 어떨까?!
<김정원 리사이틀>예매는 예스24 공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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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09/12/30 ~ 2009/12/30 장소 :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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