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미래가 있다라고 유현준 건축가는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공간을 활용한 역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신석기 혁명의 유적지로 발굴된 터키의 차탈회윅에서도 움집 형태의 공간이기는 하지만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간은 권력으로도 활용되었다. 북아메리카의 고대 유적지 카오키아에는 높은 둔덕이 있었다. 종교적 의미이든 어떻든 최고 지배자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지켜보며 통제의 장소로 활용했을 것이며 그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신성한 곳으로 보이지 않는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놓고 계층 간 차별을 확실하게 했다. 공간을 힘이 작용하는 부분으로 활용한 흔적들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유현준 건축가가 시종일관 책에서 강조한 부분은 책의 부제이기도 한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다. 코로나 이전에는 누구나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집단 감염을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세우면서 공간은 정말 특별한 사람만이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변하고 말았다. 최대한 사람들이 밀집된 곳은 피해야했기에 한적한 곳, 소수의 몇 명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라갔다. 앞으로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감염병의 발생 횟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은 공간마저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이게 된다. 공유 공간을 확보하든지 특단의 대처가 마련되지 않으면 가상 공간에서만 대리만족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건축 전문가답게 대한민국 도시들의 건축물들을 새롭게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닭장처럼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형 도시들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규제가 완화를 해서라도 좀 더 다양한 모양의 건물들이 도시를 채워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필로티 구조의 건물들이 문어발식으로 세워질수록 도시의 실제 활용 면적은 점점 줄어들게 되니 정부가 나서고 민간 업자들을 끌어모아 건물주들이 합의하에 주차공간은 지하화하며 1층의 매력적인 공간은 특색있는 상가로 돌려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현준 건축가다운 구상이다.
LH투기로 국가 주도의 주택공급 정책이 빛을 바래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부족한 주택 시장을 공급을 해서라도 주택의 가격을 다운시켜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다만 젊은층들을 위한 최소형 주택이나 청년층도 자기 소유의 주택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할 것을 요구한다. 가령 임대주택이 보기에는 좋으나 결국 영원히 주택을 보유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빠뜨릴 수 있음을 우려한다. 실질적인 주택 소유가 잘못된 것은 아닌데 마치 주택 소유를 위한 노력들을 투기나 잘못된 윤리의식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한다.
공간의 변화는 교육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적 효율을 따진다면 학생이 줄어드는 작은 학교는 과감히 폐교하는 것이 정답일 수 있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와 전염병 발병을 예상한다면 밀집도가 어느 정도 완화된 작은 학교를 살려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지금 당장이야 학생 수가 줄어드니 통폐합을 유도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학생 수가 줄어든만큼 여유분의 학교 공간을 다른 방향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며 작지만 강한 학교로 학생들이 멀리서도 찾아올 수 있는 학교로 변모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관련 법규가 완비되어야겠지만 말이다. 건축법이라든지 시설에 관한 규칙 같은 것들도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안전과 크게 밀접한 것이 아니라면 기존이 학교 공간을 파격적으로 디자인을 한다면 학생 뿐만 아니라 인근 주변 시민들의 공유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지금의 교실 규모(약 20평)는 학생 수 20명이 6~8시간 함께 지내기에는 부족한 공간임에 틀림이 없다. 20평 규모의 아파트에 20명을 집어 넣고 6~8시간 함께 있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욕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유현준 건축가도 강조했듯이 이제 공간은 필수적인 영역이 되었다. 없어서는 안 될 영역이 되었다는 말이다. 정치적 권력자들도 공간 활용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끌어내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주거 문제, 교통 문제, 환경 문제 등 모두 공간과 관련성이 높다. COVID-19 이후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계층 간의 양극화가 심화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도 공간 활용에서 드러난다. 공간에 미래가 달려 있고 미래에는 누구나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