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야곱)은 아들들을 다 불러 모아 유언(遺言)을 이야기합니다(1절, 2절). 야곱이 하는 말은 예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이 그 세대에 겪게 된다기보다는 그 아들들의 후손들이 겪게 될 일을 미리 말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후손들의 앞날을 미리 예언해 주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장자인 르우벤을 향해 이야기하는데, 르우벤은 장자이며, 능력이 탁월하고 권능도 출중하지만, 물의 끓음 같은 성격으로 인하여 그 탁월함을 보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4절). 르우벤은 힘도 세고, 장자로서의 위풍도 있었지만, 충동적이고 음탕한 성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르우벤은 라헬의 몸종이며 야곱의 아내인 빌하와 간통을 저지르는 죄악을 저질렀습니다(창 35:22). 그래서 르우벤은 장자이고, 장자로서의 위풍도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장자의 명분을 갖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시므온과 레위에게는 야곱의 딸이며, 자기들의 누이인 디나가 세겜에게 강간을 당하자, 세겜과 세겜 사람들에게 복수한 사건을 상기(想起)시킵니다. 시므온과 레위가 주동이 되어 세겜 사람들을 살육하게 되는데, 아마도 너무 분노가 심하여 약탈한 소의 발목 힘줄을 끊어버렸던 모양입니다(창 34:28, 29). 이러한 잔인함을 꾸짖고 있습니다(5절~7절). 그래서 이들은 이스라엘 자손 사이에 분산하고 흩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7절). 실제로 나중에 시므온 지파는 땅을 따로 분배받지 못하고 유다 지파의 땅에서 몇 성읍만 받게 되었습니다(수 19:1~9). 시므온 지파 사람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레위 지파는 제사장을 도와 섬기는 일을 맡으면서 땅을 분배받지 못하고 각 지파에 흩어져 살게 됩니다(민 35:1~8; 수 21:1~42).
넷째 아들인 유다는 실질적 장자의 명분을 이어받은 아들입니다. 유다에 대한 예언은 8절부터 12절까지 약간 길게 이어지는데, 이스라엘 민족의 통치자가 유다 지파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유다는 사자처럼 든든하게 사람들을 호령하는 자가 될 것이고, 규(圭)가 유다 지파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며, 다른 모든 형제들이 유다 지파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다윗부터 시작하여 유다 지파는 계속 왕위를 이어받았고,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도 유다 지파의 후손으로 오십니다. 10절의 “실로(Shiloh)가 오시기까지”라는 표현은 아마도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오시기까지”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유다는 다른 형제들이 요셉을 죽이자고 할 때에도 죽이지 말고 팔자고 말했었고, 아버지 야곱을 설득해 베냐민을 애굽으로 데리고 가는 일도 했었고, 애굽의 총리인 요셉 앞에서 아버지 야곱의 심리적인 상황들을 변호했으며, 베냐민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려고 했었기에 실제적인 장자로서의 축복을 받게 된 것입니다.
11절과 12절에서 포도나무와 옷을 포도주에 빤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실제로 포도주에 옷을 빤다기보다는 포도즙을 짜기 위해 포도 열매 위에 올라가 밟을 때 그 옷이 포도주에 젖는 것에 대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다의 후손은 풍족함과 번영을 누릴 것이라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스불론과 잇사갈의 후손에 대해서도 예언합니다(13절, 14절). 그리고 이러한 예언은 그대로 이뤄지게 됩니다. 나중에 스불론은 항구 도시 시돈을 통해 무역 등을 하게 되었고, 잇사갈은 강한 자들이지만 지도자들이 되기보다는 통치를 받는 자들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뻔한 자리는 없었습니다. 제일 먼저 태어났기 때문에 장자의 권리를 이어받은 것도 아니었고, 장자가 아니어도 장자의 명분을 이어받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순전히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성품도 잘 반영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자리에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태도로 하나님 앞에 서 있으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언제나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서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순종하며 살아가는 삶이 되길 기도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