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힘] 1부 힘든 시절 ㉘ 놀랍도록 빠른 회복력
“이제 마음 치료의 9부 능선까지 왔습니다”
셔터스톡
나를 치료해주는 정신과 원장도 나의 빠른 회복력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대형 정신병원에서 정신분열 등 중증 환자를 치료해온 그는 말했다.
“병 치료를 등산과 비유하자면, 9부 능선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방심하지 마십시오. 완쾌 직전의 환자가 맥을 놓는 바람에 다시 아래로 떨어져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다시 올라가려면 훨씬 힘이 듭니다. 그런 일이 두세 번 반복되면 완쾌가 어려워지죠. 자포자기하게 됩니다. 그러면 평생 병원이나 약물 신세를 면치 못하죠. 선생님은 꼭 정상으로 올라가십시오.”
어느 날 밤 나는 평소대로 단전호흡을 마치고 《긍정의 힘》을 펴들었다. 그중 4장 ‘과거의 장벽을 깨라’ 편을 읽을 때 나는 큰 공감을 했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과거에 입었던 상처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거기에 짓눌려 불행하게 살아간다고 했다.
벗어나려고 결심하면 되는데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사례들을 들며 ‘당장 마음의 채널을 바꾸라’고 주장했다.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바꿀 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된다.
같은 이치로 부정적인 과거의 이미지가 갑자기 마음에 떠오르면 마음의 채널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 《긍정의 힘》은 진정으로 낫고자 한다면, 온전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싶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는 자기연민에 빠져 누워 있지도, 실망스러웠던 사람이나 상황 탓도 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바로 내게 해당하는 말이었다. 틈만 나면 내 머릿속에서는 나의 과거가 끔찍하게 잘못되어 바로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반복 상영’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마음속에 큰 희망을 느꼈다.
‘그렇다, 마음의 채널을 바꾸자!’
이 병원에 온 지 3개월 뒤 나는 세로토닌마저 끊었다. 일단 약물 치료는 끝난 것이었다. 원장은 내게 응급용으로 세로토닌과 수면제를 주면서 이렇게 당부했다.
“급한 불은 껐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재발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힘들게 되면 일시적으로 약을 드세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앞으로는 스스로 마음의 근원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상처받은 과거, 왜곡된 생각과 습관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고치고 관리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근본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완치도 가능합니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정신질환을 안고 삽니다. 더구나 선생님 세대는 평생을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힘들고 지치고 상처 입고…. 이제는 그런 자기 자신을 보듬어 안고 관리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주변에 상처받고 살아가는 많은 이웃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계속>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