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5일 연중 제24주일
-조명연 신부
예전에 본당 신부로 있을 때, 봉성체하던 어느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이 할머니는 제가 방에 들어가면 곧바로 우셨습니다. 자기가 아직 할 일도 많은데 곧 죽을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를 모시고 있던 며느리에게 병원에서 뭐라고 하냐고 물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나이 들어 어쩔 수 없으니 조금 불편한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친했던 친구, 가족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것을 보며 이 할머니는 죽음이 두려우신 것입니다.
할머니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건강에 좋다는 것은 모두 드시려고 했고, 다리가 불편해서 밖에는 못 나갔지만 집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운동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전과 다른 몸 상태이니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늘 걱정이었습니다. 이 걱정이 결코 할머니의 건강을 좋게 만들지는 않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건강에 대한 걱정과 죽음에 대한 걱정을 단번에 끊어내지 않으면, 평생 아무 일도 못 할 겁니다. 그런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세요. 뭐든 올 테면 오라지요. 몸뚱이가 우리를 조롱하는 일이 이리 빈번한데, 우린들 한두 번쯤 놈들을 조롱하지 말란 법 있습니까? 한평생을 잘 싸우고 살려면 이 원수부터 정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멋진 성녀의 말씀입니다. 사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인데도 걱정과 두려움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할 일이 그다지 많은데 겨우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그 모든 것을 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예수님께서 당신 신원에 관한 질문,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제자들에게 하십니다. 제자들은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언자 가운데 한 분 등을 말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여기에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답은 없었지요. 그 답을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베드로 역시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그도 그리스도, 메시아의 모습을 당시 유다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전쟁에서 승리하여 로마인들을 몰아내는 개선장군으로 떠올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 말씀하셨을 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베드로에게 승리의 개선장군인 예수님은 끝까지 살아 남아야 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이제껏 거짓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실현될 말씀입니다. 그래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면 사탄이라는 것입니다. 걱정, 두려움 등은 모두 사람의 일만 생각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희망과 기쁨만을 떠올리게 합니다. 과연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요?
오늘의 명언: 돌봄은 우리가 서로에게 나누는 가장 큰 자산입니다(찰스 디킨스).
사진설명: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한다.
[인천 가톨릭대 성 김대건 안드레아성당/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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