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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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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넘는" 도전을 계획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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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의 은밀(?)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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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이벤트를 즐기리라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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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친구(?)들과 한강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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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밀한 약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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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쉬운일은 아니란걸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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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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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뜨거운 태양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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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에 흠뻑 젖도록 달리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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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매미의 험악한 울부짖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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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곳 하지않고 빗속을 달리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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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얗던 팔과 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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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미 넘치는 구릿빛으로 변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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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런 것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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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나는 여름을 그렇게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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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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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계절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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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또 헤맬 것 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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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대회를 앞둔 2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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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훈련을 하다가 도로옆에 얼굴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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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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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릎과 얼굴이 많이 갈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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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인해 마무리 훈련에 많은 지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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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달려도 다리가 시큰거리고 저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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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마에 참가한다는게 내심 두렵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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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심할땐 순간순간 포기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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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완주만라도 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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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움이 용솟음치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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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만큼이나 뜨거웠던 내 여름날을 돌이켜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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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멈춘다는건 자존심이 허락칠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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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뜨니 새벽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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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다리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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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여유가 있어 테이핑하는법을 검색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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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과 양 다리를 하고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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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눈빛으로 걱정스레 지켜보고있던 짝지가 한마디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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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미이라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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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위치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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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에 준비해둔 페이스챠트를 손목에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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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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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야 그 기록을 갱신하고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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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몸 상태는 맘과는 너무 동떨어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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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페이스챠트를 보고 칼린과 폼생님이 트릭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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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던 좀전의 일이 생각나 슬며시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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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아무것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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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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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이 이 숫자를 잊을수 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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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작년에 이어 두번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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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는 각인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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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금의 내 몸상태를 모르니 그저 물 흐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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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과 합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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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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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단풍과 맑은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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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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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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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리라 마음먹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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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블랙홀처럼 난 이미 그들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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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를 2시간 1분에 통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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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이 더 지칠것임은 자명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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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안에 들어가는것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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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바빠지면서 양 다리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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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욕심부리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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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2교를 향한 긴 언덕길을 앞에 둔 23Km 지날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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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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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달릴수가 없을정도로 왼쪽 다리가 시큰거리고 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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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참다가 미리 준비해간 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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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완주는 하고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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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길게만 느껴지던 언덕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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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펌프장을 무사히 지나 아름다운 소양2교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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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 지루한 평지인 시외버스터미날을 향해 달리는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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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속에는 '완주'라는 단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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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두 건방지게 '4시간안에는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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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무모(?)한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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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주자들을 뒤로한채 난 힘차게 전진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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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시민들이 내 배번호를 부르며 화이팅을 외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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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숨겨놨던 괴력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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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앞으로,또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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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꾸만 시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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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배가 불러올수록 다리보다 마음이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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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면 4시간 안에는 들어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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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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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를 돌면서 아치가 보이고 수많은 군중의 응원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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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직4문으로 들어가 맑은 햇살에 발갛게 상기된 트랙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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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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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가 살아보지 못한 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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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 된 거대한 인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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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에 아름다운 곡선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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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곡선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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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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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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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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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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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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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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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삶의 진한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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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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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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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부상을 당하고도 출전을 포기하지 않고 대회에 참가하여 고통을 참아가며 끝까지 완주하신 허브님 감투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연습막바지에 다치지만 않았드래도 허브님이 목표하신 것을 달성할수 있었을터인데 불의의 부상을당해 회원모두가 아쉬워했습니다.얼른 부상에서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허브님 힘!!
솔직히 훈련도 안하고 우연히 잘나온 하프기록으로 야무진(?) 꿈꿔오다가 뻔한 결과 나와서 실망한 제가 부끄럽답니당^^ 여름내내 땀흘린 언니같은 사람도, 부상으로 힘들어했을 언니도 최선을 다해 완주했다고 기뻐했는데..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워야 겠네요.최선을 다하는것이 좋은 기록보다 더 값지고아름다와요
첫댓글 부상중인 몸이였는데도 고통을 참고 최선을 다하여 완주하신 허브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힘입니다. 힘~~~
전반보다 후반에 더 빨리뛰면 사기죄가 성립되는걸 아는감 ? 영미쒸--------ㅋㅋㅋ
누님.....최곰다...
위대함... 잠깐이나마 핑계를 댄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누님 홧팅...
허브님 축하합니다. 내 예상 시간보다는 좀 늦었지만 , 워낙에 말톤이라는게 몸이 따라줘야 돼는거라 하루빨리 회복하시길...
심각한 부상을 당하고도 출전을 포기하지 않고 대회에 참가하여 고통을 참아가며 끝까지 완주하신 허브님 감투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연습막바지에 다치지만 않았드래도 허브님이 목표하신 것을 달성할수 있었을터인데 불의의 부상을당해 회원모두가 아쉬워했습니다.얼른 부상에서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허브님 힘!!
언니야 말로 진정 찬란한 40대를 보내고계십니다. 허브언니의 향기는 언제나 그윽하고 때론 진하고 주위사람들을 기분좋게 해준답니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을 만난게 행복합니다.
대단한 정신력이야~~!! 부상중에서 그렇게 뛸수있다는것이...빠른회복을 빕니다....
허브 누이! 수고했시유... 빨리 회복하시고 날라가세용^!^
허브누님 대단하시네요 부상중임에도 섭-4 하신것 축하드립니다 힘!!!!!!!!!!!!!
나두 영미쒸 잘했써~~~
환한 얼굴에서는 부상중이라는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빨리 완치 하셔서 다음대회때는 좋은 기록 달성 하셔야죠.허브님 히~~~ㅁ
솔직히 훈련도 안하고 우연히 잘나온 하프기록으로 야무진(?) 꿈꿔오다가 뻔한 결과 나와서 실망한 제가 부끄럽답니당^^ 여름내내 땀흘린 언니같은 사람도, 부상으로 힘들어했을 언니도 최선을 다해 완주했다고 기뻐했는데..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워야 겠네요.최선을 다하는것이 좋은 기록보다 더 값지고아름다와요
아주 훌륭했습니다. 진정한 마라토너! 허브님!! 아~자~~
수고 하셨씁니다.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 하시고 대단하십니다. 빨리 회복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