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호들갑 떨지 말고 가만히 있어보렴. 그러면 좀 시원해질 게다.” 어렸을 적 할머니의 이 말씀이 더운 여름이면 문득문득 생각나곤 한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할머니의 부채질을 누리다 보면 정말 금세 땀이 식곤 했다.
꼭 산으로 바다로 떠나야만 피서가 아니다. 할머니 말씀처럼 가만히 집에서 여름을 즐기는 것도 훌륭한 피서일 수 있다. 여기, 집에서 즐기는 소소한 피서법을 담았다.
에디터 신혜원 | 포토그래퍼 문성진 | 스타일리스트 최지아(GARAGE) | 캘리그라퍼 손효진(묵향) | 어시스턴트 배지현
처마 밑에 달려 바람에 찰랑찰랑 청아한 소리를 내는 풍경 소리는 마음을 고요하고 평안하게 만들어주며 한층 시원한 느낌을 전한다. 산사에서 듣는 풍경 소리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창가나 문틀처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풍경을 만들어 달아주면 후덥지근한 여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전통적인 풍경을 다는 것도 좋지만 보다 서정적인 이미지가 느껴지는 풍경을 만들어 달면 여름 데커레이션으로도 좋다.
주물로 된 새 오브제가 유리 볼에 달려 있는 풍경은 이서 제품. 모빌에 덧붙인 자개 장식은 스타일리스트 제작.
돗자리나 다다미, 라탄 아이템처럼 내추럴한 천연 소재를 엮어 만든 위빙 아이템들은 보기에만 시원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몸에 닿았을 때도 뜨거운 열을 내려준다. 넓은 방바닥에 이런 위빙 아이템을 여러 개 펼쳐두고 길게 누워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한가로운 여름날을 보내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될 듯하다.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빈티지 선풍기 소리, 시원한 수박화채까지 더해진 아날로그적인 여름 집 풍경은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다.
등나무와 철제 와이어를 엮어 만든 펜던트 조명과 철제 와이어로 만든 촛대, 와이어를 돔 형태로 덧대 만든 거울은 모두 키아샤 제품. 스트라이프 패턴의 종이 섬유 실을 짜서 만든 카펫은 우드노트 제품으로 가구숍 인엔에서 판매. 라탄 커버의 저그와 글라스,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티라이트 홀더 ‘네트라탄 랜턴’, 가장자리에 블루와 옐로 패브릭이 매치된 원형 방석은 모두 까사미아 제품. 슬리퍼와 리넨 소재 베딩은 무지 제품. 그린 컬러의 쿠션과 다다미 소재의 매트와 베개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더운 여름에 더욱 돋보이는 대표적인 한색인 블루 컬러. 톤이 조금씩 다른 블루 컬러의 아이템만 한데 모아두어도 매우 ‘쿨’한 데커레이션이 가능하다. 화이트를 매치하거나 유리, 세라믹,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면 결코 지루하지 않은 시원한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글라스 피처와 와인잔은 마리메코 제품. 짙푸른 글라스 베이스는 디자인 알레에서 판매. 나무 소재를 엮어 만든 테이블 매트와 나뭇가지를 모티프로 한 손잡이 디자인이 눈에 띄는 마이클아랍의 실버 커트러리 세트, 해마가 프린트되어 있는 접시 ‘시 플레이트(Sea Plate)’, 안쪽은 블루 패턴, 겉면은 브라운 컬러로 되어 있는 세라믹 볼, 클래식한 블루 패턴이 그려진 접시 ‘머드’는 모두 AT디자인에서 판매. 블루 컬러의 도트 패턴이 있는 세라믹 와인잔은 이택민 작가 작품으로 굿핸즈굿마인드에서 판매. 블루와 화이트 컬러의 시원한 대비가 눈길을 끄는 플레이트와 커피잔 ‘블루 다이어’ 라인은 에르메스 제품으로 대원패리스에서 판매. 소라 껍데기처럼 보이는 초 ‘어소티드 쉘 캔들’과 가장자리에 블루와 레드 컬러 라인이 들어간 화이트 플레이트는 모두 피숀에서 판매. 볼 형태의 화이트 촛대는 시아 제품으로 까사미아에서 판매. 화이트 돌 오브제는 이서 제품. 테이블 위 깔아놓은 나무판은 폐선박에서 뜯어낸 것으로 윤현상재에서 판매. 블루 & 화이트 스트라이프 티타월은 비플러스엠에서 판매.
이번 여름에는 어디론가 떠났던 지난여름 피서의 추억을 꺼내보며 집 안에서의 피서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여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비행기표와 기차표, 휴가지에서 가져온 엽서나 포스터,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와 산길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 별것 아닌 소소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늘어놓다 보면 불쾌지수 높은 여름은 온데간데없고 흐뭇한 미소만 남게 될 것이다.
런던의 풍경이 담긴 편지지 ‘트래블 레터’와 유리병 안에 편지지가 들어 있는 ‘러브 메시지 보틀’, 빛바랜 종이를 연상케 하는 편지지 ‘레터 페이퍼 러프 페이퍼’는 모두 공책 제품. 소라
모양 ‘쉘 캔들’과 블가사리 모양의 ‘스타피시 캔들’은 모두 피숀에서 판매. 버려진 목재를 이용해 제작한 리사이클 체어는 윤현상재 제품. 우드 프레임의 보드는 후스테이블 소장품. 나뭇가지와 조개껍데기 등을 이용해 만든 캔버스와 액자는 스타일리스트 제작. 지도가 프린트되어 있는 다이어리와 보드에 붙여놓은 편지봉투, 네임태그, 의자에 세워놓은 리스와 배, 산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운 여름에도 패브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창가나 문 있는 곳에 내추럴한 나뭇가지를 걸고, 그 위에 자연스러운 멋이 느껴지는 리넨을 애써 멋 부리지 않고 툭 걸쳐놓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름 데커레이션을 완성할 수 있다.
베이지 컬러의 핸드워시한 리넨과 물고기 패턴을 프린트한 리넨 ‘리버 프린트’는 모두 모노콜렉숀 제품. 레이스가 중간 중간 덧대어진 화이트 리넨은 스타일리스트 제작. 창가의 세라믹 물고기 오브제와 세라믹 타일, 세라믹 병, 블루 컬러의 물이 담긴 병은 모두 바다디자인 아틀리에 제품.
수국, 능소화, 부채꽃, 에키놉스 등 여름 꽃은 참으로 탐스럽고 싱그럽다. 굳이 예쁜 화기에 멋 내서 꽃꽂이를 하지 않고 내추럴한 볼이나 접시, 심지어 양동이나 세숫대야에 풍성하게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대야의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여름 꽃을 바라보고 있자면 꽃이 만발한 숲 속으로의 피서가 부럽지 않다.
양동이는 후스테이블 소장품. 블루와 화이트 컬러의 세라믹 육각 타일은 윤현상재에서 판매. 블루 컬러 글라스 화기는 독일 구악스(Guaxs) 제품으로 키아샤에서 판매. 화이트 대야는 바바리아에서 판매. 네이비 컬러 웰링턴 부츠는 락피쉬 제품. 도트 패턴의 우산은 토스 제품. 코팅된 종이배 장식과 네트 형태 주머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