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후 지속 매입..지배력 유지 등 다방면 활용 가능
이 기사는 2014년 06월 03일 16:1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인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2012년 4월 비상장사도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지도록 상법이 개정되자 곧바로 자사주 매입에 박차를 가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물론 범삼성가로 불리는 CJ와 신세계, 한솔그룹으로부터도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꿈장학재단과 삼성카드로부터 각각 지분 4.12%와 3.65%를 취득했다. CJ와 신세계도 각각 2.35%와 0.06%의 지분을 팔았다. 한솔그룹은 한솔케미칼 보유지분 0.53%와 한솔제지 보유분 0.27%를 넘겼다.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삼성 측이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히자 주요 주주들이 대거 처분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해에는 한국장학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에버랜드 주식 4.25%를 매입했다. 한국장학재단은 지난 2012년 공개 입찰 방식으로 해당 주식 매각을 추진했지만 청약 수량 미달로 실패로 끝났다. 매각 초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지만 자금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결국 발목을 잡고 말았다. 결국 장학재단은 삼성에버랜드에 주식 재매입을 요청했고 삼성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거래가 종결됐다.
차곡 차곡 쌓인 자사주는 현재 15.23%에 달한다. 삼성에버랜드 자사주는 후계 승계와 맞물리면서 향후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상장 과정에서 자사주를 처분해 사업 확장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상장 후 리조트와 패션, 건설 등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번 기업공개 추진 역시 경영권 승계와 더불어 사업 재원 확보 목적이 크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약 7000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구주 매출 방식으로 처분해 사업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다.
신규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면 궁극적으로 삼성에버랜드 보유 주식이 많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재원 마련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분 25.1%를 가진 삼성에버랜드 최대주주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 역시 각각 지분 8.37%를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3.72%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를 팔지 않고 오너일가 지분율을 공고히 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다. 삼성카드(5%)와 삼성전기(4%), 삼성SDI(4%), 삼성물산(1.48%)가 삼성에버랜드 주요주주다.
이들 그룹사 주주들은 상장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 순환출자 고리 끊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가 순환 출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결정을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의 신규 순환출자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그룹사 주주들이 이탈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10%가 넘는 자사주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그룹의 유력 지배구조 재편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홀딩스 간 합병 과정에서도 자사주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공고히 해주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한 후 다시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와 합병하는 계획은 가장 대표적인 지주사 체제 전환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 자사주는 오너 일가가 합병 지주사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된다. 자사주는 사실상 오너 일가 우호 지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 이후 꾸준히 사들인 삼성에버랜드 자사주가 지배구조 재편과 맞물리면서 활용 가치는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라며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지분율을 더 높이기 위해 직접 자사주를 사들일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예상안이지만 그 만큼 자사주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