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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꽃들에게 희망을-48-속은 애벌래면서 무늬만 나비인 나에게/최복현
'첫 끝발이 개끗발이다'란 말이 있습니다. 시작이 아무리 좋은들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으면 시작은 의미가 반감된다는 의미와 통합니다. 이를테면 시작은 창대하나 결과가 미미하면 그건 용두사미격입니다. 이 용두사미란 말은 우리 삶과 빗대어 부정적일 경우에 하는 말입니다. 말로는 뭔가를 당장 이룰 둣이 큰소리 쳐놓고 나중에는 흐지부지 제대로 그 일을 이끌고 가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그런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저 작심삼일만 반복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정말로 존경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신념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시종일관하는 이들이라 일컫습니다. 무엇을 하든 그들을 한결같이 합니다. 듬직한 일소가 뚜벅뚜벽 믿음직스럽게 쟁기를 끌듯이 자신의 일, 하고자 하는 일, 목표로 삼은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은 웬만한 외부의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합니다. 그렇게 시작과 과정 그리고 끝이 한결같은 이들을 보면 그들을 닮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런 삶을 본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 소신이 없이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기 정체성도 없이 방황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이들은 자칫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무엇을 할까 망설입니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이도 저도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들은 소신이 없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는 들풀처럼 세파에 흔들립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에 휩쓸립니다. 이것 저것 건드려 보거나 이런 일 저런 일 시도해 보다가 결국 확실하게 무엇 하나 못하고 맙니다. 마침내 줄무늬애벌레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또 다시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무서워졌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상 하던 일를 그만두고 냉혹한 사회라는 현장에 와서 보면 어쩔 수 없이 '배운 게 도둑질'이러는 말처럼 이전에 또는 조금전까지 하던 일들을 다시 해볼까 그 생각만 하게 됩니다.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두렵고 확신이 없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사는 이들은 제대로 비전을 갖지 못합니다. 그저 호구지책으로 살아갑니다. 어떻게 되겠지 합니다. 줄무늬애벌레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처럼, 헤메이다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애벌레들이 이 기둥을 오르다 아니면 다시 다른 기둥을 기어으로는 것을 답습하듯이 그 틀에서 벗어니지 못합니다. 그저 그 일에 미련을 둡니다.
그렇게 경험했던 일들만, 자기가 알고 있는 일로만 삶을 헤쳐나가려는 사람은 자신에게 도래한 변화를 거부합니다. 이제껏 삶이 비생산적이었어도, 의미 없는 삶이었어도, 불만스러운 삶이었어도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세상은 그저 그런 거려니, 남들도 그렇게 살아가니까 그 사이에 끼어 밍기적 거리며 살면 되겠지 하고 살아갑니다. 그런 삶은 공존재로 살지 못하고 오직 이기적으로 살 뿐입니다. 이를테면 애벌레로 그렇게 살다가 애벌레로 끝을 마칩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입니다. 그 자연스러운 과정은 주어진 순간들을 제대로 살면 그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자연스러운 과정을 따르지 못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은 늘 변화의 과정입니다. 갓난아이가 어린이로, 어린이가 청년으로, 청년이 장년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외적으로는 성장하고 뚜렷한 변화를 하면서도 내적으로 변화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유아처럼 제 인생을 불평하는 떼쟁이로, 이를테면 유아처럼 순진하게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몸음 어른이나 애처럼 불평쟁이, 시기쟁이, 질투쟁이로 철딱서니 없이 사는 어른들, 그들을 애벌레라 부릅니다.
지금 어른인가요? 아이인가요? 몸은 나비지만 내면은 그저 애벌레로 살고 있지는 않나요? 속이 나비가 아니면 무늬만 나비면 그는 애벌레입니다. 마음의 탈피를 하는, 해서 나비로 거듭나는 아침이었으면 합니다. -최복현 amourcho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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